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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침공시 코스피 영향은?…9.11 땐 한달만에 극복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입력 2022.02.21 13:11
수정 2022.02.21 13:12

'단기 극복' 가능…장기적 악영향 불가피

증권 전문가 "전쟁위험 과몰입 경계해야"

1월 20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운이 고조되면서 실제 무력 충돌이 일어날 경우 증권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시장에선 과거 군사적 위기 상황을 분석하며 이번 지정학적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증시는 아직까지 크게 요동치지 않고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우크라이나군의 포격 소식에 코스피 지수가 10분 만에 50p 넘게 빠지며 출렁거리기도 했지만, 다시 안정을 찾는 분위기다.


9.11테러 후 한달만에 반등…코스피 '전쟁 내성' 높아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이날 오후 1시10분 현재 전거래일 보다 14.51p(0.53%) 내린 2730.01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오전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하기 직전 상황"이라고 발표했지만, 시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과거 지정학적 위기에서도 뉴욕증시는 물론 국내증시도 예상 보다 빠르게 반등에 성공했다. 1990년 걸프전 이후 상황을 분석해 보면 전쟁 위험이 닥쳤을 때 주식시장에는 매서운 찬바람이 불었지만, 한파는 오래가지 못했다.


실제 2001년 9.11테러 발생일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1.6% 급락했지만, 31거래일만에 하락분을 되찾았다. 지난 2020년 이란군 장군이 미국의 공습으로 사망했을 당시에도 S&P500은 5거래일 만에 반등했고, 2021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했을 때는 3거래일만에 회복했다.


국내 증시는 어땠을까. 2001년 9월11일 미국 증시가 전면 중단됐고, 이튿날 정오에 지연 개장한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는 전장 보다 12.01% 폭락한 475.60으로 마감했다. 당시 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20분간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코스피는 글로벌 증시 회복과 함께 빠르게 회복세를 찾았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시작하기 직전인 10월4일(500.64) 코스피는 500선을 넘었고, 한 달 뒤인 11월 14일에는 600선을 넘기며 9.11테러 악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문제는 장기적으로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키우는 '나비효과'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9.11테러 이후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시행한 저금리 정책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으로 늘어난 국방비가 재정 악화로 이어졌고, 10년 뒤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초유의 상황을 맞기도 했다.


시장에선 국내 증시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지정학적 위험을 무난히 극복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연합뉴스
전문가 "우크라 이슈에 과몰입…등락 핵심 변수는 아냐"


시장에선 국내 증시가 '전쟁 내성'이 높은 만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지정학적 위험을 무난히 극복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다만 이번 리스크가 유가 문제와 얽혀 있는데다 미국 긴축 우려와도 맞물려 있어 과거 사례와 달리 변동성의 크기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원유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국제 유가는 2014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90달러대까지 상승했다. 러시아는 전 세계 원유 중 12%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알루미늄과 옥수수 가격도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2위의 알루미늄 생산국이고, 우크라이나의 옥수수 수출 비중은 전 세계의 13.3%에 달한다.


다만 우리나라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의 수입의존도가 70% 이상인 품목은 러시아 43개, 우크라이나 4개로 양국 전체 수입품 2418개 중 1.9%에 불과해 교역이 끊기더라도 전반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우크라이나 이슈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등락을 결정짓는 핵심변수로 볼 수 없다"면서 "현재 시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과몰입 돼있다. 이럴 때 일수록 펀더멘털 변수와 그로 인한 변화 가능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정환 케이프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관련 소식에 따라 증시 흐름이 변하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전쟁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기에 미러 외무장관 회담(23일 예정)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적극적 대응보다 관망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경제재개와 가치주에 좀 더 집중할 때"라고 했고,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약간의 불씨에도 큰 변동성이 촉발될 수 있는 국면인 만큼 매우 신중한 스탠스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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