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안에 IPO 시장도 급냉...낮아지는 공모가
입력 2022.02.21 11:34
수정 2022.02.21 11:35
VC 기대주 수요예측 경쟁률 ‘20대 1’
자율주행 관련사엔 청약금 8조 몰려
“시장 긴축 가능성...보수적 접근 ”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기업공개(IPO)도 찬바람을 맞고 있다. 공모가가 희망밴드 하단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결정되거나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도 잇따르는 등 공모 시장 전반이 위축된 모습이다. 다만 성장성을 갖춘 종목에는 자금이 쏠리면서 옥석가리기가 심화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골프용 거리측정기 기업인 브이씨는 지난 15~16일 진행한 일반 청약에서 경쟁률 46.41대 1을 기록했다. 최근 골프 시장의 호황을 감안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란 평가가 나온다. 브이씨와 같은 날 청약을 진행한 국내 벤처캐피탈(VC) 스톤브릿지벤처스도 22.73대 1의 경쟁률에 그쳤다.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우아한형제들과 펄어비스, 직방 등에 투자한 VC로 유명하다.
두 회사는 앞선 기관 수요예측에서도 부진한 기록을 썼다. 브이씨의 수요예측에는 332곳이 참여해 경쟁률은 190.59대 1로 집계됐다. 이에 공모가는 희망밴드 최하단인 1만5000원으로 확정됐다. 스톤브릿지벤처스도 수요예측에서 기관 274곳이 참여해 20대 1로 저조한 경쟁률을 나타냈다. 사측은 공모가를 희망범위(9000~1만500원) 하단보다 낮은 8000원으로 결정하고 구주매출 물량을 기존 180만주에서 135만주로 축소했다.
사상 최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 IPO 이후 공모주 열기가 급격히 식어가면서 상장을 철회하거나 일정을 재검토하는 기업들도 줄을 잇고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2월 IPO 예상 기업 수는 11~13개 수준으로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과거 2월 평균인 7개 대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나, 공모금액과 시가총액 측면에서는 평균 수준을 소폭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공모주의 양극화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14~15일 일반 청약을 진행한 카메라 모듈 자동화장비 기업 퓨런티어는 2680.7대 1의 경쟁률로 흥행에 성공했다. 퓨런티어는 청약 증거금으로 8조422억원을 모았다. 기관 수요예측에선 공모가를 희망 범위(1만1400~1만3700원) 상단을 초과한 1만5000원에 결정했다.
같은 날 공모가를 확정한 노을과 비씨엔씨의 희비도 엇걸렸다. 차세대 진단검사 플랫폼 기업 노을의 공모가는 1만원으로 확정됐다. 희망 공모가인 1만3000~1만7000원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31.5대 1로 집계됐다. 반면 반도체 장비 부품 및 신소재 개발 기업 비씨엔씨는 공모가를 희망 공모가 밴드 최상단(1만1500원)보다 높은 1만3000원으로 결정했다. 수요예측에선 1649개 기관이 참여해 1820대 1의 경쟁률을 세웠다. 올해 코스닥 IPO 기업 중 가장 흥행한 기록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옥석가리기에 나서면서 성장성이 부각된 일부 기업에 자금이 쏠린 것으로 분석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며 수익률과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렸던 IPO 시장인 만큼, 시장의 긴축 가능성이 높아진 현 시점에서 보다 보수적인 접근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