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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천성일 작가, '해적'·'지우학'을 말하는 희망의 세계관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2.02.20 12:41 수정 2022.02.20 12:42

OTT 시장 비대해져 작가들에게 기회, 다만 콘텐츠의 질은 숙제"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처음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설 연휴를 포함해 2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이어갔던 '해적: 도깨비 깃발'(이하 '해적2'), '해적2'보다 이틀 뒤 공개돼 전 세계 TV 쇼 부문에서 15일 연속 1위를 지킨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이하 '지우학')은 모두 천성일 작가의 손에서 태어났다.


드라마 '추노'(2010) '더 패키지'(2017), '친애하는 판사님께'(2018), '루카'(2021) 영화 '7급 공무원'(2009) '소수의견'(2014)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등 히트작을 쓴 천성일 작가는 영화와 OTT 부문에서 자신이 쓴 작품을 동시기에 개봉해 좋은 성과를 얻었지만 밝게 웃을 수만은 없다.


'해적2' 시나리오를 완성한 지 5년 정도 됐지만, 개봉하기까지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지 몰랐다. 그렇게 '해적2'는 천 작가에게 아픈 손가락이 됐다.


"좋은 소식이 들렸지만, 관객 수가 너무 적어 사실 소감이랄 게 없고 안타깝고 안쓰러워요. 그래서 '지금 우리 학교는'의 1위가 즐겁긴 하나 온전히 기뻐하진 못하고 있네요."


'해적2'는 2014년 개봉해 866만 관객을 동원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후속작이지만, 기존과 연결점이 없는 독립적인 이야기다. 성공한 작품에 기대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를 구성한 이유는 무엇일까.


"관객들이 기대하고 있는 부분을 어떻게 채워줘야 할지, 다른 재미를 줘야 하나 등의 고민과 회의를 거듭했어요. 고민 끝에 1편의 연장선이 아닌, 새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이 영화만의 재미를 찾아가자로 결론이 났죠. '해적2' 시나리오를 작업하는 도중에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을 한 번도 다시 안 봤어요. 1편보다는 조금 더 모험 어드벤처에 집중했어요. 바다는 넓으니까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장소와 그림을 찾아보려 노력했죠."


천 작가는 상상했던 편린이나 허황된 그림을 완성된 이야기로 가져가는 것이 작가의 주된 일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작가가 상상한 것을 영상으로 구현하지 못하는 일이 잦았는데 이제는 뛰어난 기술 덕분에 상상 그 이상을 경험하고는 한다. '해적2'는 고려 왕실의 사라진 보물을 찾아 나선 해적과 의적, 역적들의 모험을 담은 작품으로, 컴퓨터 그래픽과 시각효과를 활용해 초현실적인 장면들을 탄생시켰다.


"'해적2'는 제가 상상한건 다 담겼고, 어떻게 보면 상상 이상으로 구현됐어요. 이번 '해적2'를 보면서 느끼는 건 '상상 이상이 될 수 있구나'였어요. 이제는 작가가 기술이나 이미지 디렉터분들의 상상력에 기대 갈 수 있겠구나란 생각도 했어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 큰 성공을 거뒀기에 속편을 작업하는 동안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도 없었다. 도망가고 싶었던 적이 많았지만 김정훈 감독 덕분에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중간에 포기했던 적이 굉장히 많아요. 일주일에 여섯 번 정도일까요.(웃음) 주변에서 무언가를 성공했으면 그걸 기반으로 해서 가는게 더 쉽고 편하지 않냐고 하는데 작가는 성공한 작품을 건들이는게 가장 힘들어요. 그 이상을 뛰어넘는다는 보장도 없고, 기존의 재미나 새로움 두 가지 중 하나는 가져와야하잖아요."


'해적2'는 바다 위에서 해적들의 보물 찾기가 그려지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심해가 아름답게 그려졌다. 천 작가는 당시의 역사 자료보다 그 시대 사람들에게 바다가 어떤 의미였을지에 초점을 맞춰 접근해 지금의 '해적2'의 바닷 속과 불을 뿜는 바다의 그림을 완성했다.


"지금은 우리가 바다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럴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 시대 사람들에게 바다가 어떤 의미였는지 알고 싶어서 여기저기 많이 다녔어요. 유럽의 책을 구해서 그 당시의 바다 그림도 봤고요. 특이했던 게 하나의 지도였는데 먼바다로 갈수록 괴물이 살고 있다고 표기돼 있더라고요. 뉴질랜드의 태평양이었던 것 같은데 용이 불을 뿜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용이 불을 뿜는 바다가 '해적2'에 나오게 됐어요. 아마 가면 안 되는 곳, 혹은 못 가니까 이유를 그렇게 표기했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천 작가는 '해적2'를 기존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그림으로 교체시켰다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우학'은 원작 웹툰을 드라마 형식으로 각색했다. 천 작가는 새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보다 성공한 원작을 각색해나가는 일이 더 어렵다고 털어놨다.


"원작이 성공한 경우 재해석해서 잘못 나왔을 때 부담이 커요. 원작만도 못하다는 소리를 들을 테니까요. 이야기를 어느 정도 바꿔야 할지, 내 생각을 집어넣을 수 있는 선도 정해져있는 것 같아서 어려워요."


그럼에도 '지우학'을 통해 전 세계에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확실했다. 이 메시지를 중심으로 각색 작업에 몰입했고, 결과는 공개 후 전 세계 1위, 15일 연속 1위라는 성과로 나타났다. 그는 '오징어 게임'이 열어준 기회의 문이라고 덧붙였지만, 공감하지 못했다면 1위라는 기록은 빨리 무너졌을 것이다.


"'지우학'은 계속 희망과 절망이 교차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결국 자아 큰 희망은 절망 속에서 나오잖아요.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누군가 간절하게 바라는 세상이 아니었으면 좋겠다였어요."



흔히 드라마는 '작가가 꽃'이라는 말을 하고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칭하고는 한다. 드라마와 영화, OTT를 오가며 작가로서 느끼는 차이점도 있었다.


"영화를 하다가 드라마를 해서 깜짝 놀란 점은 있었죠. 영화를 하면서 어떤 자리에서든지 작가가 중앙에 앉은 적이 없었는데 드라마는 상석을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구석으로 도망갔던 기억이 있어요. 드라마는 글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작가가 끝까지 흔들리지 말아야 하는 매체의 특성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에서 작가를 조금 더 소중히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느꼈어요."


코로나19 시대가 도래하면서 비대면 환경이 자리 잡았고 콘텐츠 시장도 빠르게 변화했다. OTT의 영향력이 커지켜 창작자로서 변화도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첫 번째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글을 쓸 수 있는 건 행운이고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영화는 꼭 두 시간 이내여야 하고, 드라마는 16부작이라는 편성이 정해져 있잖아요. 하지만 OTT는 이야기에 맞는 포맷을 따를 수 있죠. 두 번째는 OTT만 다 가입하더라도 가계 경제가 휘청일 정도라 골라볼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고 작품 수도 늘어났는데 양적으로 팽창한 만큼 질적 향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냐는 질문을 하게 돼요. 저는 그 부분에서는 늘 의문이거든요. 기회가 많아졌다고 해서 좋은 작품이 나오는 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작가들도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해요. 그런 교차되는 시대인 것 같아요. 아직 어떤 게 옳고 그른 건지도 모르겠어요."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 이와 관련한 우려를 물으니 천 작가는 "경제적인 부분인 돈"이라고 답하며 이같이 생각을 밝혔다.


"누가 무슨 작품을 어디와 한다는 소리가 많았는데 이제는 누가 얼마를 받았다는 말이 더 많이 들리기 시작했어요. 시장이 커지니 자본도 커져서 당연히 포커스가 되는 거겠죠. 사실은 작가로서 굉장히 안타까워요. 세상을 다루는 눈길이 어떤지, 어떤 지점으로 무얼 흔든다는 이야기 자체가 듣기 힘들어졌어요. 내가 어느 파도에 쓸려가는지 모르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하려고 해요."



그는 자신의 세계관에 핵심으로 가져가는 요소를 '재미'라고 꼽았다. 어떤 의미를 전달하든 간에 재미란 외피를 써야 많은 사람들이 봐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 속에서도 그는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심어놓는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이 작업은 변하지 않을 예정이다.


"답이 없는 질문은 안 하려고 해요. '이런 건 어떨까요?'라고 생각을 공유하고 싶은 게 작품을 통해 가장 하고 싶은 일입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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