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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경력 단절’ 짚은 해설위원…올림픽 중계에 부는 변화의 바람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02.15 15:27 수정 2022.02.15 15:28

KBS 스노보드 해설위원 박재민, 시청자 맞춤형 해설로 주목

결과가 아닌 과정에 응원을 보내고, 출산 후에도 도전을 이어가며 메달을 획득한 선수의 성과를 전하며 ‘경력 단절’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내기도 했다. 지난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각종 차별적인 발언들로 논란을 빚은 지상파 중계진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주목받은 해설진 중 한 명은 KBS 스노보드 해설위원 박재민이다. 국제 스키연맹 알파인, 하프파이프 국제심판 자격증을 보유한 그는 탄탄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스노보드가 생소한 시청자들을 위한 맞춤형 해설로 흥미를 끌어냈다.


ⓒKBS

특히 시청자들에게 ‘감동적인 해설’이라고 호평을 받은 이유는 결과가 아닌, 과정의 즐거움을 짚으며 올림픽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했다는 점이다. 그는 이상호가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평행대회전 8강에서 아쉽게 탈락하자 “실망할 필요가 없다. 대한민국 스키 종목 선수가 8강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라고 응원하는가 하면, “올림픽의 주인공은 국가가 아니다. 선수도 아니다. 바로 인간이다.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느끼고, 재미를 느끼는 거다”라고 의미를 짚었다.


또한 출산 이후 은퇴를 했다가 다시 복귀한 슬로베니아 국가대표 글로리아 코트니크 선수가 동메달을 목에 걸자 “대한민국의 많은 어머니가 아이를 출산하면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이제 시작하셔도 된다. 늦지 않았다”라고 말했고, 이것이 온라인상에서 ‘감동 해설’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모성’을 강조하며 선수 활약의 의미를 축소하는 것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를 짚으며 메시지를 적절하게 확장했다는 평가다.


지난 도쿄올림픽에서는 한 캐스터가 선수의 동메달 획득에 대해 “우리가 원했던 색깔의 메달은 아닙니다만 우리 선수들이 지난 5년간 흘려 온 땀과 눈물, 그에 대한 대가 충분히 이걸로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 지적을 받는가 하면, ‘태극낭자’, ‘여전사’, ‘여우’ 등의 성차별적 표현으로 물의를 빚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중계 과정에서 어떤 표현이 활용되고, 어떤 가치관을 담느냐에 따라 완성도가 엇갈린다는 것이 분명해지면서 중계진 개개인은 물론, 방송사들도 섬세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KBS는 이번 올림픽에 앞서 해설위원, 캐스터를 비롯해 PD, 작가 등 방송단 전원을 대상으로 방송언어 교육을 진행했다. 강사로는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이 나서 올림픽 이념과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성평등 정책, 최근 문제가 된 사례 등을 설명하며 ‘KBS가 성평등 올림픽 중계방송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KBS는 물론, MBC와 SBS도 시청자들의 정서와 발을 맞춘 ‘공감형’ 중계로 시청자들의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SBS에서는 배성재 캐스터와 박승희, 제갈성렬 해설위원은 중국의 편파 판정 논란에는 함께 뜨겁게 분노해 ‘사이다’라는 호평을 받으면서도, 이후 적절한 설명을 가미해 전문성을 놓치지 않고 있다. 이 외에 모태범 MBC 해설위원은 JTBC ‘뭉쳐야 찬다2’의 유행어 “이겨내”, “가야 돼” 등을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활용, 센스 있는 해설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중계가 객관성과 전문성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편파 판정 논란은 분노할만한 일이지만, 지나치게 감정에 치우친 중계진의 태도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유쾌하면서도 어렵지 않은 해설은 온라인 라이브 채널의 ‘라이브 채팅’ 기능을 통해 실시간으로 감정을 함께 나누고, 중요한 장면 또는 재미있는 순간들을 SNS, 온라인 커뮤니티로 공유하는 젊은 시청층들에겐 이것이 또 다른 즐길 거리가 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올림픽에 대한 관심과 의미를 확장시키는 역할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난 올림픽과 달리, 선수들은 물론 시청자들의 감정과 정서를 대변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한 점도 분명 긍정적인 요소다. 부족함으로 지적한 부분은 개선해나가야 할 숙제가 되겠지만, 달라진 중계 분위기가 시청자들과 더욱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성과가 되고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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