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봤더라’ 오노 연상케 한 런쯔웨이 할리우드 액션 눈살
입력 2022.02.10 09:06
수정 2022.02.10 09:07
남자 1500m 준결승서 박장혁에 추월당하자 두 손 번쩍 드는 액션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서 나온 안톤 오토 행동과 흡사
중국 쇼트트랙이 또 다시 경기 도중 비매너 플레이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9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 나선 박장혁(스포츠토토)은 런쯔웨이(중국)와 함께 준결승 3조에서 경기를 치렀다.
런쯔웨이는 이번 대회 벌써 2관왕에 오른 중국 남자 쇼트트랙의 간판스타다. 이번 대회 홈콜의 최대 수혜자이기도 했다.
중국은 혼성 계주 준결승에서 주자를 교대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터치를 하지 못한 상태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가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 판정을 받는 대신 중국은 그대로 결승에 올랐고 런쯔웨이도 금메달까지 차지했다.
남자 1000m 결승에서는 런쯔웨이가 류 사오린 산드로(헝가리)보다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런쯔웨이는 앞서 들어가던 류 사오린의 몸을 잡아 끌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류 사오린은 두 번이나 페널티를 범했다는 이유로 옐로우 카드 판정을 받았고, 또 한 번 금메달이 런쯔웨이에게 돌아갔다.
'나쁜 손'을 일삼는 중국 선수는 피하기를 바랐지만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박장혁은 런쯔웨이와 충돌했다.
3위를 달리던 박장혁은 결승선 2바퀴를 남기고 인코스로 절묘하게 파고들며 런쯔웨이를 제치고 2위 자리로 올라섰다. 이 과정에서 런쯔웨이는 두 손을 번쩍 드는 헐리우드 액션을 취했다. 이어 고개를 돌리며 심판에게 ‘나 좀 봐달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국내 팬들 입장에서는 안톤 오노(미국)에게 당해 20년 전 억울하게 금메달을 빼앗긴 김동성이 생각나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20년 전인 2002년 열린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서 쇼트트랙 남자 1500m에 출전한 김동성은 억울한 판정의 희생양이 됐다.
오노는 김동성에 추월당한 뒤 놀란 표정으로 손을 들어 올리는 헐리우드 액션을 취했다. 이후 해당 경기는 비디오 판독을 거쳐 김동성의 실격, 오노의 금메달이 결정됐다. 당시 오노가 취한 동작은 런쯔웨이가 박장혁을 앞에 두고 한 행동과 흡사했다.
공교롭게도 레이스가 끝난 뒤 비디오 판독이 길어지면서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또 다시 감돌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불상사는 없었다. 박장혁의 레이스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오히려 헐리우드 액션을 취하기 전에 카자흐스탄 선수를 대놓고 팔로 밀어낸 런쯔웨이가 실격을 당했다.
이번만큼은 런쯔웨이도 '나쁜 손'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치렀다. 하지만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 있어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버릇은 하루아침에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