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박자 쉬고 간다"…2분기 애타게 기다리는 석화업계
입력 2022.02.09 11:57
수정 2022.02.09 11:58
LG화학·롯데케미칼, 공급과잉·수요 감소에 4Q 부진
中 수요 저조로 올해 1Q도 '흔들'…非석화 투자 '지속'
지난해 말 중국 공급과잉 여파와 코로나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로 등으로 고전한 석유화학업계가 올해 1분기에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 상승이 워낙 가파른데다 중국 춘절과 동계올림픽 등에 따른 제품 수요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은 고부가 제품 판매를 통해 최대한 수익성을 방어하겠다는 방침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의 지난해 4분기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은 6860억원으로 전분기(3분기) 보다 36.9% 감소했다. 고점을 기록했던 2분기(1조3250억원)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롯데케미칼의 4분기 영업이익은 297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86.3% 급감했다. 전분기 대비로는 90% 가까이 감소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석유화학(기초소재) 사업 마진이 원재료값 상승 및 정기보수 등의 영향으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 당시(10~12월) 국제유가는 배럴당 평균 78달러로, 전분기와 비교해 6달러 이상 뛰었다. 유가가 오르니 나프타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지난해 4분기 월 평균 가격은 747달러로 3분기와 비교해 10.3% 상승했다.
석화 산업의 주 원료인 나프타는 원유에서 정제돼 나온다. 평균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나프타 비중은 70%를 웃돈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 만큼 나프타 가격이 오르면서 석화업계 원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나프타 가격이 상승하자 에틸렌-나프타 스프레드는 축소됐다. 4분기 평균 스프레드는 377달러로, 1분기 452달러, 2분기 430달러와 비교해 16.6%, 12.3% 낮았다. 상반기와 비교해 4분기 스프레드가 하락했다는 것은 원재료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또 LG화학, 롯데케미칼은 4분기 동안 각각 대산공장과 울산공장 정기보수를 실시해 이 기간만큼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부진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주요 국가의 록다운(시설폐쇄)도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
유가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중국 올림픽 등으로 제품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석유화학업계의 실적 부진은 1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8일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중국 수요 감소로 인한 영향과 동절기 수요 부진, 베이징 동계올림픽 등으로 아시아 수요가 적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중국 연휴(춘절) 후 시황을 모니터링해 2월 하반기 또는 3월 중 나프타 크래커(나프타 분해시설) 감산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LG화학도 이 같은 대내외 환경을 고려해 올해 석유화학 부문 매출이 지난해 보다 1000억원 적은 20조7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대규모 글로벌 에틸렌 증설이 예고되면서 석화업체들의 공급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에틸렌은 합성섬유나 합성수지를 만드는 기초원료로 주로 쓰이는데, 기술장벽이 낮아 중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설비 증설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IHS마킷 등 글로벌 주요 기관은 에틸렌 설비가 지난해 1054만t에 이어 올해 919만t 증설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베스트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증설 순증이 수요 순증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돼 공급 과잉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나프타 가격은 유가 상승으로 843달러를 기록하며 올해 초와 비교해 13% 가량 상승한 반면 에틸렌 가격 증가율은 2.6%에 불과해 마진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석화업계는 수요가 높은 고부가 제품 판매를 늘려 최대한 수익을 확보하는 한편 비(非)석유화학 제품 투자로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석화 비중을 낮춰가겠다는 방침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8일 '인베스터데이'에서 "LG화학은 업스트림 보다 다운스트림 제품이 많다. 기저귀, 태양광패널, 위생용 장갑 등 고객향 비즈니스가 우리의 강점"이라며 "고부가 제품군 개발과 지속가능성 가속화를 비롯해 북미, 유럽, 동남아 등 지역 다변화를 통해 수익성을 지속 확보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매년 4조원 이상 투자를 통해 3대 신사업인 친환경 소재, 배터리 소재, 신약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고 했다. 신사업 매출은 2030년까지 30조원으로 확대해 전체 매출의 절반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신사업인 배터리 사업을 그룹 단위에서 롯데케미칼 중심으로 통합하는 한편, 주력 사업인 범용 제품 투자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내 배터리 소재 전문회사 설립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배터리 관련 사업은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통합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설비는 올해 폴리에틸렌 584만5000t, 폴리프로필렌 623만t, 모노머 950만t, ABS(고부가합성수지) 340만t을 각각 증설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올림픽 이후 중국 수요가 회복되면 2분기부터는 화학 시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한금융투자는 "동계올림픽 이후 전방 수요 회복, 병목 현상 점진적 해소, 유가상승세 진정 등으로 2분기부터는 업황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