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함영주, 하나금융 3년 이끈다...디지털 혁신 ‘고삐’
입력 2022.02.08 23:21
수정 2022.02.08 23:24
회추위, 변화 물결 적임자 판단
사법리스크 해소·디지털 전환
하나금융그룹 차기 회장에 함영주 부회장이 내정됐다. 김정태 현 회장 이후 10년 만에 수장 교체다. 함영주 후보는 충남 부여군 농촌에서 상고를 졸업한 직후, 말단 행원에서 은행장까지 오른 입지적 인물이다. 맨손에서 그룹 리더로 등극한 함 후보가 써내려갈 샐러리맨 신화에 업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함영주 호(號)’ 하나금융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 화학적 결합 초석 마련 “미래 맡길 적임자”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8일 함 부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함 후보는 내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하나금융그룹 차기 대표이사 회장으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함 후보의 낙점은 금융권에서 예견됐던 결과다. 회추위를 꾸리기 전부터 김정태 회장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추고, 연륜과 경력에서 다른 잠재 후보군보다 월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조직장악력, 경영 능력 부문에서 압도적이라는 설명이다.
2015년 9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초대 통합은행장으로 취임한 함 후보는 두 은행을 성공적으로 통합하고 하나은행의 성장을 이끌었다. 2016년 6월 전산통합과 교차발령 시행을 통해 양 은행의 강점, 시너지를 전행에 확산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통합노조 출범, 복지제도 개선 등으로 통합 시너지를 조기 가시화를 이끌어냈다. 당시 순이익 1조원 클럽에도 가입하는데 성공했다.
또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겸직하면서 그룹의 전략, 재무기획, ESG 경영 총괄 등 핵심 요직을 맡으며 괄목할만한 경영 성과도 달성했다. 통합 이후 하나금융그룹 실적은 매년 갱신됐으며, 지난해 3분기 기준 그룹 당기순이익은 통합 시점인 2015년 대비 194.8% 증가했다. 지주출범 이후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회추위는 “함 후보는 하나금융그룹의 안정성과 수익성 부문 등에서 경영성과를 냈고, 조직운영 면에서도 원만하고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줬다”며 “디지털 전환 등 급변하는 미래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 사법 리스크 해소 먼저...디지털 전환 과제
함 후보에 대한 대내외적 평가는 이견이 없지만,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결코 무겁지 않다.
우선 내달 주주총회 최종 선임을 앞두고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점은 불확실성 요인이다. 현재 함 부회장 관련 2건의 재판이 진행중이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처분받은 중징계 처분 취소소송 선고 결과가 다음달 16일 예정돼 있다. 또 직원 채용 관련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가운데 같은달 25일 선고 결과가 나온다.
다만 DLF 중징계 취소 행정소송에서 이미 승소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채용 관련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사례를 감안할때, 함 부회장의 무죄 판결에 무게가 실린다. 회추위가 예상보다 빨리 차기 회장을 내정한것도 법률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룹 주요 현안으로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가 시급하다. 금융사들은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플랫폼 경쟁, 비대면 채널 강화 등 뼈를 깎는 체질 개선 작업에 한창이다. 김정태 회장 역시 올해 신년사에서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다”며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며 경각심을 일깨우기도 했다. 당장 지난해 12월 선보인 마이데이터 통합 브랜드 ‘하나 합’의 성공적인 안착이 중요하다.
이 외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등도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관문이다. 앞서 하나금융은 올해 경영 키워드로 ▲오프라인 채널 전문성 및 차별화를 강조한 ‘강점의 레벨업’ ▲디지털 전환을 최우선 다치로 삼는 ‘디지털 퍼스트’ ▲전 그룹사의 해외 진출하는 ‘리딩 글로벌’을 꼽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