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브리핑]"민주당 항의 때문에 라디오DJ서 당장 하차하게 돼"…SBS 이재익PD 왜?
입력 2022.02.06 20:30
수정 2022.02.06 20:31
SBS 라디오 '이재익의 시사특공대'의 이재익 PD가 돌연 하차를 밝힌 가운데 그 배경에 더불어민주당의 항의가 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이재익 PD는 자신의 블로그에 '작별인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오늘 방송 듣고 놀라신 분들이 많아 한정된 방송시간에 드리지 못했던 간단한 설명이라도 드려야겠다싶어 글을 쓴다"고 밝혔다.
이 PD는 "지난 토요일 저녁에 회사에서 전화가 왔는데 정치권에서 항의가 들어왔다고 하길래, 아차 싶었다"며 "며칠 동안 '국민의 힘' 관련해서 강경한 표현으로 비판했던 일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곽상도 의원을 영창에 보내야 한다는 청취자 문자도 읽고, 윤석열 후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까지 지낸 사람이 장모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혐의가 없다고 먼저 말하는 건 국민을 졸로 보고 있는 태도'라고 제가 직접 비난했기 때문이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의외로 항의가 들어온 곳은 더불어민주당이었다는 것.
이 PD는 지난 4일 금요일 첫 곡으로 DJ DOC의 노래 '나 이런 사람이야'를 선곡했고, 가사 중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라는 부분을 소개하며 '내로남불' 비판을 의도했다고 한다.
그는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는' 그런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아서는 안 되겠다, 누구라고 이름을 말하면 안 되지만 청취자 여러분 각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 PD는 "특정 후보 이름을 언급하거나 힌트를 준 것도 아니고, '내로남불'은 제가 평소 방송에서 자주 분개했던 악습이고 네 후보 모두 소리 높여 비판하는 문제이기도 했다"면서 "노래를 틀고 선곡의 의미를 자유롭게 해석하라고 청취자들에게 맡기는 방식도 수없이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생방송 중에 들어온 수 백개의 메시지들 중에는 항의하는 댓글이 없었으나, 주말 사이 민주당 측이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공정하지 못한 방송을 했다'고 항의를 했다는 게 이 PD의 설명이다.
이 PD는 "말과 선곡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미리 살피고 조심하지 못했다. 사과드린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며 "항의와 함께 전해주신 요구도 들어드린다. 진행자 자리에서도 물러나는 걸로 회사의 조치를 받았다. 당장 내일부터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 노래를 틀었을 때도, 그런 가사를 소개했을 때도 저는 청취자분들이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했다"며 "저는 물러나지만 2022년 민주주의 국가의 방송에서 그 정도 여유와 자유는 보장되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어떤 분이 당선되더라도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는, 오늘까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언론인으로서 원론적인 부탁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PD의 글을 본 많은 누리꾼들은 "2022년 맞나요?" "특정인 언급도 없는데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꼴이다" "정치 풍자를 저렇게 대응하다니 민주당 무섭다" "본인 이름건 방송에서 본인 하차시키는 민주당" "노래 한 곡 잘못 틀었다가 직장 잘리다니" "독재시대도 아니고 이게 무슨 짓인가" "2022년에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게 참담하다"라며 분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