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탐색전 없이 대장동 '돌직구'…이재명·윤석열, 첫 토론부터 '불꽃공방'
입력 2022.02.04 01:03
수정 2022.02.04 07:59
尹, 주도권 7분 몽땅 '대장동 공세'
李 '김만배 尹 부친 집 매입'으로
반격하자 尹 크게 헛웃음 짓기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국민의당 안철수·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참여한 20대 대선후보 간의 첫 4자 TV토론부터 불꽃 튀는 공방이 펼쳐졌다.
이재명·윤석열 양강 후보는 워밍업 없이 처음부터 바로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으로 난타전을 주고받았다. 후보당 5분의 발언총량제가 적용된 주제토론 시간에는 서로 발언권을 얻기 위해 다투어 손을 드는 등 토론 분위기는 빠르게 달아올랐다는 관측이다.
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국민의당 안철수·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3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KBS·MBC·SBS 지상파 3사 합동 초청으로 대선후보 4자 TV토론을 가졌다. 오는 3월 9일 치러지는 20대 대선과 관련해 주요 정당 대선후보들이 한데 모여 TV토론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강 후보인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사이에서는 처음부터 불꽃이 튀었다. 윤석열 후보는 부동산 주제토론 첫 질문부터 탐색전을 생략한 채 바로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관련 질문을 던지며 공세를 취했다.
"가능하면 국민 민생과 경제 얘기를 많이 하자"며 답변을 회피했던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의 거듭된 추궁에 "윤석열 후보 부친 집을 관련자들이 사주지 않았느냐"고 반격했다. 이 후보가 자신의 부친 집 매매 건을 꺼내들자 윤 후보는 이 후보의 발언 도중 크게 헛웃음을 지으며 일소에 부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두 후보는 물러섬 없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첫 토론을 시작할 때 다소 어색한 모습으로 서로에게 박수를 치던 네 명의 대선후보는 막상 토론이 시작되자 여럿이 동시에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청하는 등 토론 분위기를 빠르게 가열시켰다. 사회자가 가장 시간이 많이 남아있던 안철수 후보에 이어 심상정 후보에게 발언 기회를 부여하자, 이재명 후보는 "질문을 한 번도 못해봤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재명, 용어 질문으로 尹 '흔들기'
윤석열, '도리도리' 없이 '열공' 과시
안철수, '대권 재수생'다운 여유 뽐내
이날 토론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반영하듯 특유의 환한 미소 없이 다소 굳은 표정으로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자신의 주도권토론에서는 윤석열 후보를 상대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방안에 이어 중소기업 지원 방안을 묻는 등 정책적 질문을 이어갔다. 이는 성남시장·경기지사를 지낸 자신이 윤 후보보다 행정경험과 정치경륜에서 우위에 있다는 점에서 비교우위를 드러내려 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또 RE100(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캠페인), EU Taxonomy(유럽연합 지속가능 녹색분류체계) 등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개념들을 설명 없이 바로 질문하는 방식으로 윤 후보 '흔들기'를 시도했다. 실제로 이러한 질문에 윤 후보는 순간적으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흔들기' 외에도 안철수 후보로부터 주택청약 관련 질문 공세를 받고, 심상정 후보로부터는 배우자 김건희 씨의 녹취록 중에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언급된 대목에 관한 사과 요구에 직면하는 등 나머지 세 후보로부터 집중공세를 받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특유의 '도리도리' 없이 웃음을 섞어가며 차분하게 대응하는 등 예상보다 안정적인 토론 자세를 보였다.
안철수 후보의 북핵 관련 질문에 "만약 우리가 핵공유나 핵보유를 하게 되면 그 때부터는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의 문제로 넘어가게 돼서, 북핵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협상력이 많이 떨어지게 된다"고 답했는데, 이는 심상정 후보도 호평할 정도로 정확한 지점을 지적했다는 평가다. 약점으로 지적된 외교·안보 분야에서 많은 준비를 한 점이 엿보였다는 분석이다.
다만 안 후보의 주택청약 관련 질문 공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청약 만점(84점)을 "40점"이라고 답해 큰 격차로 틀렸다. 또, 주도권토론 7분 전체를 할애해 이 후보를 상대로 대장동 공세를 펼치는 과정에서는 말을 지나치게 길게 끌어가다가 질문 타이밍을 놓쳐, 결과적으로 이 후보에게 해명 기회를 주는 등 아직 토론 전술 측면에서 미숙한 점이 눈에 띄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자유주제 주도권토론 시간을 활용해 우리 사회의 최대 난제 중 하나인 연금개혁 문제를 꺼내들며 4자 TV토론을 의도적으로 어려운 주제로 이끌었다.
연금개혁은 국회를 중심으로 하는 중앙정치권에서는 오래 논의된 주제이지만, 지방행정가나 검찰관료 출신인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상대적으로 고민이 덜했을 수 있는 지점이다. 재선 의원 출신이자 '대권 재수생'인 안 후보가 자신에게 유리한 장(場)으로 상대 후보들을 끌어들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대장동 업자 尹 부친 집 사줘"
윤석열 "엉뚱한 얘기…답 기피하나"
안철수 "둘의 추경 공방, 핵심 빗나가"
TV토론을 마치고나온 뒤에도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문제로 신경전을 이어갔다. 안철수 후보는 이재명·윤석열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TV토론 종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들께 제일 중요한 문제는 먹고사는 민생과 경제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잘 보여드리려고 최선을 다했다"며 "아쉬운 점이 많지만 드릴 말씀은 충분히 드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장동 문제와 관련해서는 "누가 업자들을 도왔는가, 누가 업자들이 얻은 이익으로부터 이익을 받았는가의 측면에서, 업자를 도와준 세력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라며 "업자로부터 이익을 나눈 사람은 윤석열 후보도 그 중의 하나로, (부친) 집을 사줬다는 것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도 기자들과 만나 "질문을 하려고 종이에 써갖고 갔는데 다자토론이니까 5%도 못 물었다"며 "물어볼 시간이 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대장동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뭘 물어보면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데 자신이 없는 것 아니냐, 본인이 시장일 때의 개발에 대해 물어보는데 국민의힘이 했단다"며 "(대장동) 개발이 정당한 것이다, 몰랐다 이런 대답이 나와야 하는데 우리 아버지 집을 김만배 누나가 샀다며 대장동 답변을 기피하던데 왜 기피하겠느냐"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처음이라 그런지 다들 제일 높은 수준의 무기들은 꺼내놓지 않은 것 같다"며 "상대방의 실력에 대한 어느 정도의 탐색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코로나19 추경 관련 공방을 벌인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지금 코로나19 확산 때마다 땜질식 추경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것은 비정상"이라며 "언제까지 그럴 것이냐. 두 사람 다 핵심을 빗나갔다"고 두 후보를 동시에 겨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