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송새벽, 연기는 산 너머 산, 그럼에도 즐거운 배우 생활
입력 2022.01.23 13:03
수정 2022.01.23 09:03
'화사한 그녀'·'컴백홈' 차기작
배우 송새벽은 유연한 연기로 어떤 얼굴이든 캐릭터에 어울리는 역할을 소화해 내곤 한다. 이번 '특송'에서는 경찰과 깡패 우두머리라는 극과 극 위치에서 이중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악역 경필을 연기해 박소담과 대립각을 세웠다.
'특송'은 성공률 100%의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박소담 분)가 예기치 못한 배송사고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추격전을 그린 범죄 오락 액션 영화로, 경필은 횡령한 돈 300억을 손에 넣기 위해 폭력, 살인도 마다않는 극악무도한 인물이다.
서글서글한 말투를 가지고 있지만 그가 내뱉는 단어들은 무시무시하다. 사람들을 위협하는 깡패인 줄 알았던 경필이 경찰서에 들어서자마자 사건을 진두지휘하는 형사였다는 것이 밝혀질 땐, '특송'의 치명적인 브레이크가 될 것이란 것을 직감하게 만든다.
송새벽은 경필의 이중적인 모습과 거침없는 욕망을 자신의 연기로 표현하면 어떤 모습일지 호기심이 생겼다. 스스로 욕심도 났고 기대도 됐다. 악역에게 서사가 없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대본을 처음 접했을 때 경필의 욕망이 입체적으로 다가와 잘 읽히더라고요. 이제는 이 캐릭터를 어떻게 요리해야 할까란 숙제들이 생겼죠. 자기 목표를 위해 물불 안 가리는 경필이란 인물이 어떻게 해야 관객들에게 잘 닿을 수 있을지란 지점을 고민했어요."
예전부터 경필과 같은 양면성이 짙은 연기를 하고 싶었다던 송새벽은 다른 작품을 참고하기보단 김대민 감독과의 대화와 대본 분석으로 독보적인 경필을 완성했다.
"'얘는 도대체 어떤 인간이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란 질문으로 시작했죠. 베테랑 형사면서 악당 우두머리라는 양면성이 구미가 당겼지만, 사실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어요. 기존에 표현된 악당 캐릭터를 참고하진 않았어요. 이런 캐릭터일수록 다른 작품을 참고하는 것은 득보다는 독이 될 것 같았거든요. 감독님과 대화를 통해 만들어냈습니다. 날카로워 보이려 4~5kg 정도 다이어트도 했고요."
송새벽은 은하 역의 박소담과는 거친 액션을 주고받는다. 좁은 모텔 엘리베이터 안에서 짧고 굵은 액션을 선보이며 극장감을 팽팽하게 조이는가 하면, 은하를 맹추격해 사지로 몰아넣으며 도무지 그의 발목을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는 완성도 높은 액션 시퀀스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걸 박소담의 공으로 돌렸다.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였어요.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나 호흡했는데 화면으로 봤을 때나 실제로 같이 연기했을 때나 객관적으로 박소담의 에너지를 많이 느꼈어요. 이런 기운이 우리의 호흡에 많은 시너지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송새벽은 '특송'의 관전 포인트를 박소담의 카 체이싱으로 꼽기도 했다.
"초반 카 체이싱이 확실히 강렬하더라고요. 음향도 그렇고요. 처음부터 박소담이 이끌어간다고 선언하는 느낌들이라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봤습니다."
연우진, 김의성과의 호흡도 빼놓을 수 없다. 연우진이 연기한 김두식은 경필의 횡령한 돈 300억의 은행 보안키를 훔친 인물로, 초반 경필이 얼마나 극악무도한 인물인지 김두식을 대하는 태도에서 알 수 있다. 김의성은 '특송'에서 박소담의 조력자 황사장으로 분해, 경필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는 인물이다. 송새벽은 두 사람을 모두 제압하는 연기를 보여줘야 했다.
"연우진과는 야구방망이로 제가 구타하는 신이 첫 신이었어요. 많이 어색하고 미안하고 그랬죠. 김의성 선배님은 처음 호흡을 맞췄는데 후배들을 굉장히 편하게 해주시는 스타일이더라고요. 신 자체도 선배님의 에너지를 받아서 저도 잘 해낸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송새벽은 '방자전'(2010)에서 변학도 역으로 충무로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송새벽 특유의 느리면서도 독특한 리듬의 연기는 코미디 이미지를 강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송새벽은 특정 캐릭터와 이미지로 한정되지 않도록 여전히 고민 중이다.
"'방자전'이란 영화를 마치고 신인상을 받고 사랑도 많이 받았지만 이후 한정적인 캐릭터들만 들어오더라고요. 물론 그것도 감사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웠었죠. 연극만 했을 때는 나름 다양한 캐릭터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방자전' 이후로는 그렇지 못한 것 같이 캐릭터적으로 많이 연구하고 있어요. 지금도 그걸 풀어나가는 중이고요."
연기는 하면 할수록 산 넘어 산이다. 하지만 연기할 때가 가장 편하고 즐겁다고 말하는 송새벽. 올해는 조금 더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들을 찾아오겠다고 밝혔다.
"'컴백홈'이라는 영화 촬영을 잘 마쳤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에 특별 출연합니다. 또 '화사한 그녀'로도 인사드릴 것 같아요. 곧 다시 좋은 모습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