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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가상인간이 되는 김수현, 연기의 그리고 존재의 '주체'는 누구일까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2.01.12 08:42
수정 2022.01.13 10:04

골드메달리스트 "디지털 콘텐츠 IP·디지털 초상권 중요한 키워드 될 것"

로지, 김래아, 루시 등 가상인간 모델이 국내 외 광고 업계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라고도 불리는 가상인간 대표주자 로지는 신한 라이프, 반얀트리 호텔, W컨셉, 헤라, LF의 질바이질 스튜어트 등의 모델로 발탁돼 지난해 광고 수입만 1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인간은 시·공간 제약 없이 활동할 수 있으며, 스캔들이나 인성 등의 연예인들이 휘말리는 각종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또 대중이 원하는 모습 그대로 유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광고업계에서 환영받고 있다. 여기에 배우 김수현이 뛰어든다. 김수현을 가상인간으로 제작해 광고는 물론 엔터테인먼트, 메타버스, 영화 등 여러가지 산업에 걸쳐 다양하게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수현의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는 디지털 콘텐츠 전문개발사 이브이알스튜디오와 손 잡았으며 실제 사람과 같이 외형과 표정을 구사할 수 있는 3D로 김수현을 구현, 새로운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된다.


국내에서 김수현처럼 인기있는 배우가 디지털 휴먼화되는 것은 드물지만, 할리우드에서는 VFX 기술을 활용한 디에이징(de-aging)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가상 인간의 대체 촬영도 종종 이뤄지고 있다.


디에이징은 젊은 시절 모습을 대역 배우를 쓰지 않고 VFX의 힘을 빌려 과거 모습을 합성해 젊어보이는 기술로, '엑스맨-'최후의 전쟁'에서는 배우 패트릭 스튜어트와 이안 맥켈렌의 젊은 모습을 디에이징 기술을 이용해 플래시백 장면을 완성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도 젊은 브래드 피트의 모습과 늙은 브래드 피트의 모습에 디에이징 기술을 적용했다. 이외에도 '앤트맨'의 마이클 더글라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의 조니 뎁, '아이리시맨'의 로브트 드 니로, '매트릭스:리저렉션' 키아누 리브스 등이 디에이징 기술을 빌려 관객들에게 위화감 없이 과거 젊은 시절의 모습을 복원해 선보였다.


골드 메달리스트 측은 할리우드처럼 극사실적인 디지털 표현 기술을 바탕으로 피부와 근육, 음성 등 나이대별로 실제 인물의 신체적 변화를 반영한다. 이에 기존보다는 김수현의 조금 더 다양한 활동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처음부터 가상 인간으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아닌, 배우가 가상 인간으로 만들어지는 일은 아직 국내에서 낯선 일로, 대중의 이해할 수 있는 허용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아직 알 수 없다. 영상을 통해 보게 될 김수현의 표정, 행동, 말들이 직접한 것인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현된 것인지 모호해질 수 있다. 김수현의 연기를 볼 때마다, 연기보다 기술에 감탄하게 되는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될 수 있다.


골드메달리스트 관계자는 "지금은 초기 단계다. 현재 디지털 휴먼이 활용되고 있는 추세인데 김수현처럼 아티스트를 디지털 휴먼화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배우의 연기 정체성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선 "구체적인 활용 방안은 조금 더 진전이 돼 봐야 알 것 같다"라고 전했다.


업계도 김수현의 가상인간 제작에 대해 관심을 갖고 바라보고 있었다. 한 연예 관계자는 "김수현이 쌓아놓은 신뢰도가 가상인간에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본다. 제작진이 작품에서 김수현의 연기를 얼마만큼 세심하게 구현해놓느냐의 기술력이 대중의 진입장벽 높낮이가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이 인기있는 요인 중 하나가, 연예인의 사생활 리스크가 없어서다. 반대로 인간을 디지털 휴먼화했을 시, 김수현이 문제가 생긴다면 공들여 만든 가상인간의 몫까지 위험도는 두 배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이어 "아직 한국 기술력의 모든 배우의 특장점을 캐치해서 다 흡수하기는 무리가 있다. 물론 외국도 마찬가지다. 간단한 광고 촬영이나 쉬운 로맨스는 가능해도 심도 깊은 연기는 가지고 있는 데이터가 없는 한 어렵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시도는 신선하다. 성공 여부에 따라 김수현이 할 수 없는 것까지 대체할 수 있으니, 자본은 물론 여러가지 이해관계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서 향후 결과물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릴 것"라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또 현재 가상 인간들의 활약하고 있는 주무대는 광고다. 김수현을 가상인간으로 만든다고 해도, 기하급수적으로 작품의 편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닌 이상, 다른 가상 인간들처럼 활용이 광고나 소셜 홍보에 한정적이라면 활용도가 높을지도 의문이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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