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2] 정의선, LG·삼성·SK 배터리 동맹 강화하나…높아진 협업 기대감
입력 2022.01.06 06:00
수정 2022.01.05 16:45
5일 CES서 "LG·SK·삼성 등과 같이 할 분야 같이하겠다" 언급
글로벌 완성차-배터리사간 합종연횡 속 배터리사와 추가 협력 '관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배터리 대표 3사인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과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투자 협력 확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정 회장은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 2022) 개막을 하루 앞둔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컨퍼런스 직후 기자들과 만나 "LG든 삼성이든 SK든 같이 할 분야가 있으면 어디서든 같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최근 토요타와 폭스바겐이 잇따라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한 것에 대한 현대차 입장을 언급한 것이다.
앞서 전기차 후발주자인 토요타는 지난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12억9000만 달러(15조원)를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상업생산은 2025년부터다.
이곳 공장의 4개 생산라인에서 연간 전기차 80만대 분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한 뒤 이후 6개 라인으로 확장해 연간 120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토요타는 배터리 가격 경쟁력과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처음부터 내재화를 추진하는 대신, 배터리 시스템 개발과 제작은 일본 파나소닉과 협력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독일 폭스바겐 역시 배터리셀 생산 확대를 위해 벨기에 재료 기술 및 재활용그룹인 유미코아, 리튬 생산업체 벌칸에너지, 미국 배터리 스타트업 24M 등과 계약을 체결했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로이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배터리 공장 구축 및 원자재 확보를 위해 최대 300억 유로(약 39조9492억원)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폭스바겐의 토마스 슈말(Thomas Schmall) CTO는 유미코어와 합작사를 설립해 배터리셀 공장 등에 양극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양극재 생산은 잘츠기터(Salzgitter) 배터리셀 생산 공장 공급을 목표로 2025년부터 20GWh(기가와트아워) 규모로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생산능력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폭스바겐은 벌칸에너지로부터는 배터리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예정이며, 24M 투자를 통해 배터리셀 최신 생산기술 개발에도 나서기로 했다.
글로벌 완성차-배터리사간 합종연횡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정 회장이 국내 대표 배터리사와의 추가 협력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실질적인 사업화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실제 정 회장은 전기차의 심장 역할을 맡고 있는 배터리 기술 협력을 위해 삼성·SK·LG그룹 수장과 잇따라 회동하며 '배터리 동맹'을 맺어왔다.
이 같은 노력은 배터리셀 합작공장 건립이라는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인도네시아 카라왕 지역의 신 산업 단지(KNIC) 내 합작공장 부지에서 배터리셀 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합작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셀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신기술을 적용, 고함량 니켈(N)과 코발트(C), 망간(M)에 출력을 높여주고 화학적 불안정성을 낮춰줄 수 있는 알루미늄(A)을 추가한 고성능 NCMA 리튬이온 배터리셀로, 2024년부터 생산되는 현대차와 기아의 E-GMP가 적용된 전용 전기차를 비롯해 향후 개발될 다양한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아울러 정 회장은 지난해 9월 제네시스 전동화 비전 소개 영상 ‘퓨처링 제네시스(Futuring Genesis)’를 통해 2025년부터 제네시스 모든 신차는 수소전기차와 배터리전기차로만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2030년부터는 내연기관차를 퇴출시키고 8개의 수소‧배터리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해 전동화 라인업을 완성한다는 전략을 공개하며 대대적인 전동화 모델 전환 의지를 강조했다. 이는 곧 고효율·고성능을 갖춘 차세대 배터리 개발이 동반돼야 함을 의미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미국에서의 전기차 생산을 공식화하면서 배터리사와의 협력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정 회장은 지난 11월 ‘청년희망 ON 프로젝트 파트너십’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전기차 사업은 앞으로 2040년까지 계속 진행이 돼서 포션(비중)이 올라갈 텐데, 배터리나 반도체 부분이 같이 해결돼야 한다”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 계획하고 있고,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내재화 계획에 대해서는 “배터리 셀을 (배터리 업체와)같이 연구할 수 있겠지만, 생산은 배터리 업체에서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자체 생산 대신 배터리사와의 협력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중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등 국내 배터리 3사와 긴밀한 협력을 통한 전기차 생산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다른 완성차업체처럼 배터리 선진 기술을 갖춘 국내 배터리사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충전 인프라를 적극 확대하는 방식으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