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업계, 최악의 연말은 피했다…거리두기 강화에도 ‘선전중’
입력 2021.12.24 07:11
수정 2021.12.23 16:01
코로나19 사태 속, 불황 ‘무풍지대’…“모처럼 연말 특수”
레스토랑 예약 폭주…인원 제한 취소에 대기 수요 대체
호캉스 수요, 제주·부산 등 특수지역 넘어 서울까지 폭증
내년 특수 사라질까…“위드코로나 미재개시 타격 불가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거리두기 강화로 전방위적 피해가 가시화 되고 있는 가운데, 호텔업계를 중심으로 그나마 화색이 돌고 있다. 잇딴 악재 속에도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투숙 대란이 벌어지면서 모처럼 연말 특수를 누리고 있는 모습이다.
방역당국은 지난 17일부터 사적모임 허용 인원을 4명으로 줄이고,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밤 9시로 단축하는 등의 위드코로나를 중단 계획을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을 감안해 거리두기 ‘U턴’을 선언했다.
다만 호텔업계는 예외를 뒀다. 정부는 특수한 호텔업계 사정을 고려해 객실 영업 예약 제한을 두지 않았다. 객실 이용시에도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았다. 뷔페, 식당 또한 지난해에는 운영이 불가했지만 올해는 거리두기를 준수하면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지난해 호텔업계 연말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연말연시 방역강화 특별대책’으로 호텔과 리조트 등 숙박 시설에 대해 객실의 50% 이내로 예약을 제한하고, 개인이 주최하는 연말 행사·파티도 금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어려움이 컸다.
특히 연휴가 임박한 상황에서 세부 가이드라인 없이 정부 지침을 내려 관계자들은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당시 업계서는 급하게 실무담당자들을 불러 모아 고객에게 어떻게 취소와 환불을 설명할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이미 객실 정원을 초과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일부 객실의 예약을 부득이하게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며 “처음 겪는 사태였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취소 방향과 기준을 정해 고객에게 취소 통보를 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처럼 찾아온 특수에 객실을 공실로 남겨두는 일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고객 여행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호텔 측의 일방적인 취소로 인한 항의를 일방적으로 감내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호텔업계는 모처럼 찾아온 특수에 안도 하고 있다. 호캉스는 평년 연말연시 수요에 해외여행을 하지 못하는 데 따른 보상 심리가 더해져 인기를 끌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예약률만 놓고 봤을 때,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인 2019년 수치를 넘어섰다.
값비싼 특급호텔도 불황 무풍지대다. 대표적인 곳이 제주권과 부산이다. 제주 중문의 터줏대감인 신라와 롯데는 이미 주말 기준 95%에 육박하는 투숙률을 기록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 객실의 경우 지난 11월 초에 이미 연말·연초 바다뷰 객실 전체가 매진됐다.
휴양지행이 막힌 겨울 휴가족이 도심 호캉스로 눈을 돌리면서 도심 속 호텔들도 낙수 효과를 누리고 있다. 하룻밤 방값이 50만원대를 훌쩍 넘는 럭셔리 호캉스의 대표 주자인 서울 남산 반얀트리 호텔과 서울 잠실 시그니엘 등이다.
반얀트리는 주중 기간을 포함해 연말·연초에 95% 이상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가장 높은 곳에서 해넘이·해돋이를 볼 수 있는 시그니엘 호텔 역시 90% 이상의 투숙률을 유지하고 있다. 밤 9시 영업제한에 묶인 레스토랑의 취소분이 오히려 방 예약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반얀트리 관계자는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인해 레스토랑의 경우 9시 클로우즈 및 4인만 이용하다보니 취소가 있기는 하나 기존 대기 고객들로 채워지고 있어 만석이다”며 “객실의 경우에도 올 연말 제한 적용이 없어 95% 투숙률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레스토랑 이용의 한계로 인해 객실 소규모 모임. 파티가 많아지고 있어 호텔 느낌을 낼수 있는 고가의 호텔 케익 판매가 300% 늘고 있다”며, “호텔 투고 메뉴들의 판매도 작년대비 2배 증가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분위기는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통상 연말에는 호텔의 ‘꽃’인 딸기뷔페를 중심으로 예약 문의도 급증하는 추세다. 서울 용산에 위치한 서울드래곤시티는 지난 7일 딸기 디저트 뷔페 이용권을 판매한 지 하루 만에 2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호텔업계는 대목을 맞아 이색 콘텐츠 확대에 힘을 주고 있다. 일례로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특별한 겨울 호캉스를 즐길 수 있는 '윈터 온 아이스' 패키지를 내놨다. 아이스링크의 불빛 사이로 서울의 야경을 볼 수 있어 가족의 야외활동이나 연인의 데이트 코스로 잘 어울린다.
다만, 이런 특수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점은 불안 요인이다. 위드 코로나가 재개되지 않으면 타격은 불가피하다. 현재 연말 특수를 누리는 호텔도 5성급 럭셔리 호텔과 더불어 가성비 높은 호텔 등 극히 일부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업계가 특수라고 하지만 연말 기업, 단체 등의 대관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면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매출 타격 역시 적지않은 상황이다”며 “내년 1월 이후에도 이런 상황이 이어질수 있느냐가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