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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사익편취…직접 소명 나섰지만 과징금 못 피해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1.12.22 12:02
수정 2021.12.22 11:42

실트론 주식 29.4% 인수 포기한 SK

공정위 “최 회장 ‘사익편취’ 지원”

SK·최 회장에 각각 과징금 8억원

최태원 SK 회장이 15일 오전 SK실트론 지분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사익편취 논란에 대해 직접 소명하기 위해 전원회의가 열리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태원 SK회장과 SK(주)에 대해 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22일 밝혔다. SK가 2017년 LG실트론(현 SK실트론, 이하 실트론) 인수 당시 자신들이 주식을 모두 취득할 수 있었음에도 최 회장에게 인수 기회를 제공한 혐의다.


공정위는 SK가 실트론 주식을 모두 취득할 경우 상당한 이익이 예상됐음에도 합리적 이유 없이 이를 포기하고, 최 회장이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안은 최 회장이 재벌총수로는 처음으로 공정위 전원회의에 직접 참석해 소명할 만큼 관심이 많았던 내용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SK는 2017년 1월 당시 실트론 주식 51%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SK는 실트론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가 주식 매입을 결정했다. 나머지 주식 49% 가운데 KTB가 보유한 19.6%를 2017년 4월 양해각서 체결로 사실상 인수했다.


같은 해 4월 우리은행은 자신들이 갖고 있던 실트론 주식 29.4%를 입찰을 통해 매각을 시도했다. SK가 해당 주식을 매입할 경우 실트론 주식을 100% 갖게 된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최 회장은 비서실을 통해 자신의 입찰 참여 검토를 지시했다. 이후 최 회장은 우리은행의 실트론 주식 입찰에 참여해 단독 적격투자자로 선정, 2017년 8월 해당 주식을 TRS(Total Return Swap·총수익교환) 방식으로 취득했다.


최 회장의 주식 취득에 공정위가 문제 삼는 대목은 SK가 우리은행 주식 29.4% 취득을 포기한 부분이다.


공정위는 SK가 우리은행이 내놓은 실트론 주식을 추가 매입했을 경우 상당한 이익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실트론 지분을 100% 보유할 경우 제3자 간섭 없이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고 반도체 핵심 기술의 유출 우려 없이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정위는 “SK는 실트론 주식 70.6%를 직·간접적으로 취득한 후 잔여주식 29.4%를 자신이 취득할 경우 상당한 이익이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SK그룹의 동일인 최태원이 취득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인수 기회를 합리적 사유 없이 포기하고 최태원의 잔여주식 취득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자신의 사업 기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SK가 실트론 주식 인수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을 최 회장에게 양보했다는 의미다. 특히 최 회장이 주식을 매입할 때 입찰에서부터 계약 체결까지 모든 과정에 비서실과 재무·법무담당 임직원이 동원된 점을 지적하며 SK가 최 회장 개인 사익편취를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실트론 주식 매매 과정에) 사업기회의 정당한 귀속자인 SK는 사실상 배제됐고 최태원에게 귀속된 이익의 규모가 상당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익의 부당성이 인정된다”며 “그 결과 최태원은 TRS 계약에 따라 기초자산인 실트론 잔여주식에서 발생하는 상당한 수준의 경제상 이익을 자신에게 귀속시킬 수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최 회장이 취득한 주식 가치는 2017년 대비 2020년 기준 약 1967억원 상승했다. 이에 공정위는 SK와 최 회장에 각각 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지배주주가 절대적 지배력과 내부 정보를 활용해 계열회사 사업기회를 이용한 행위를 사실상 최초로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특히 사업기회를 직접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회사의 이익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자가 사업기회를 포기해 소극적 방식의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를 처음으로 제재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회사 대주주나 경영진 등 특수관계인이 책임경영의 실현, 외부 투자유치, 우호지분 확보, 경영난 극복 등의 목적으로 회사와 함께 지분인수에 참여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짐을 고려할 때 회사가 이들과의 이익충돌 상황에서 사업기회를 포기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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