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D:이슈] “‘설강화’ 협찬 리스트 공유 합니다”…드라마 뒤흔드는 영리한 항의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1.12.21 11:28
수정 2021.12.27 22:14

‘설강화’ 광고·협찬 철회 줄이어

‘방영 중단’ 국민 청원 30만 명 이상 동의

똑똑해진 시청자들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작품을 향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기본,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면 즉각 채널을 돌린다. 심각한 논란에 휩싸인 작품을 향해서는 의견 표출 그 이상의 행동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조선구마사’와 ‘설강화’ 등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작품들은 광고주를 공략하는 시청자들의 영리한 보이콧에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JTBC

방송 전부터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던 ‘설강화’가 지난 18일 첫 방송 이후 더욱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극 중에서 남파 간첩인 수호(정해인 분)가 시위 현장에서 안기부 요원 강무(장승조 분)에게 쫓기는 모습이 담기고, 이 과정에서는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노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가 흘렀다. 결국 “걱정하던 것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난을 받게 된 것. 운동권 대학생들이 간첩으로 몰려 억울하게 고문받은 역사가 있음에도, 이러한 설정과 장면들을 담는 것은 안기부의 논리를 옹호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방송 전부터 지적됐던 문제적 요소들이 그대로 담기면서 ‘방송을 중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19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드라마 설강화 방영 중지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재됐고, 현재 30만 명이 넘는 동의를 끌어냈다.


단순히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도 보여주고 있다. 시청자들은 ‘설강화’를 둘러싼 논란 내용을 정리해 각종 게시판과 SNS에 게재하며 인식 변화를 유도하는가 하면, ‘설강화’의 협찬, 광고 업체 리스트를 공유해 협찬사와 광고주들에게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혹은 ‘설강화’가 공개되고 있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를 공략하는 이들도 있다. 네티즌들은 항의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과 내용 등을 공유하며 집단행동으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앞서 ‘조선구마사’도 시청자들의 이 같은 행동력에 결국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당시 시청자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이에 광고주들이 제작 지원 및 광고를 철회하자 결국 SBS가 방송 2회 만에 ‘폐지’라는 결정을 내렸었다.


현재 ‘설강화’에 광고, 협찬을 한 기업들도 연이어 사과문과 함께 지원 중단을 발표하고 있다. 전날인 20일 차 전문 브랜드 티젠과 패션업체 가니송, 식품업체 싸리재마을, 도자기업체 도핑요 등 드라마에 협찬을 한 기업들이 사과하며 협찬 중단을 선언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푸라닭과 P&J그룹 넛츠쉐이크 등도 제작 지원 철회와 광고 활동 중단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은 물론, 정보력과 행동력까지 갖춘 젊은 시청자들은 이제 더 이상 소극적인 시청자로만 남지 않는다. 자신들의 영향력을 스스로 증명해낸 시청자들 앞에서 창작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것을, 깊게 신경 쓰고 또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방송 전부터 불거진 우려를 그대로 담아 첫 회를 선보이고, 시청자 게시판과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톡을 비공개로 전환한 ‘설강화’가 시청자들과 평행선을 달리며 끝까지 방송을 이어갈 수 있을까. 시대적 배경에 접근하는 태도도, 그 이후 대처도 안일하기만 했던 ‘설강화’가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