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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현장] 국회로 향한 영화인들 "극장 운영 시간 제한, 영화계 사지로 몰어넣는 조치"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12.21 11:29
수정 2021.12.21 11:33

2020년 한국영화시장 극장 매출액, 저년 대비 73.3% 감소

"관객들의 영화 볼 권리 빼앗지 말아달라, 기업 아닌 문화 피해로 이어질 것"

이창무 회장 "탁상행정의 표본" 지적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영화업계가 정부의 방역 강화 조치를 영화산업에 대한 이해의 부재라고 규탄하며 대책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영화단체 소속 영화인들ⓒ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21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국상영관협회를 비롯해 각 극장사,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수입배급사협회 등 영화단체 소속 영화인들이 ‘영화업계 정부지원 호소 결의 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위탁 극장을 운영하는 극장주와 영화관 상권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지역 소상공인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영화업계가 정부의 방역 강화 조치로 영화산업이 무너져가고 있다며 정부에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영화인들은 ▲극장 영업시간 제한 즉시 해제 ▲코로나19 이후 영화 업계 전반의 피해액 산정 및 손실 보상 ▲정부 주도의 배급사 대상 개봉 지원 정책 추진 ▲임차료 및 세금 감면 혜택 등 무너져가고 있는 영화산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을 강조했다.


한국상영관협회 이창무 회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강력한 방역조치로 관객을 맞이했지만 우리에게돌아온 건 영업시간 제한"이라며 성명서를 읽었다.


한국상영관협회 이창무 회장ⓒ데일리안 류지윤 기자

이 회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영업시간 제한으로 모든 영화계 관계자가 충격과 혼란을 겪고 환불 조치에 나서야했다. 극장 영업을 10시까지밖에 안한다면 두 시간의 영화 상영시간을 감안해 7시에 마지막 상영이 시작되어야 한다. 퇴근 후 국민의 소중한 일상마저 불가능하게 만드는 영업시간 제한 조치다"라며 "이는 그 동안 뼈를 깎는 손해를 감수한 극장들을 또 다시 사지로 몰어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상황이 심해지며 방역당국이 이를 완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걸 모르는 바 아니나, 다만 극장 운영시간 제한 조치는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다. 코로나19 속에서 극장들은 수천억원 적자 상황에서 영업을 이어왔다. 극장 문을 닫으면 최소한 영화 개봉 공간이 사라진다. 극장의 문을 닫으면 영화들의 개봉 공간이 사라지게 된다"며 "영화계는 고통이 가중돼 왔고 버틸대로 버텨왔다. 극장 내 마스크 착용과 방역 체크를 기본으로 했다. 좌석 간 거리두기, 취식 금지까지 방역에 만전을 기하며 안전한 극장을 만들기 위해 앞장섰다. 또 모든 관을 백신패스관으로 운영해 정부 지침보다 더욱 강한 방역을 시행해왔다. 그러나 돌아온 건 극장과 영화 산업의 끝없는 추락이다"라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2019년에 비해 관객수가 급감했다. 이는 극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화가 개봉을 하지 못하고, 신작들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관련 종사자들은 소중한 일터를 떠나고 있지만 정부는 영화산업에 대한 제대로 된 피해보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하며 "정부와 국회이 진심으로 호소한다. 극장과 영화계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지금 당장 영업 시간을 제한을 풀고, 실질적인 피해보상도 요청한다"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요 극장사들은 대기업에 속한 이유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극장과 영화 산업의 동반 파산이란 최악의 사태에 이르기 전, 지원 강화에 나서달라. 극장이 사라지고 전체가 몰락한 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나라가 되면 안된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국회의 깊은 관심을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위탁 극장주를 대표하 참석한 임헌정 지원 대표는 극장 영업시간 제한 조치에 대해 "무관심과 이해가 없는 제재"라면서 "영업시간 제한으로 예매 취소를 극장이 감수하고 있다. 항의하는 고객에게 직원이 폭언을 듣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라고 피해를 언급했다.


임 대표는 "이해없는 제재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상영관협회가 '모가디슈'와 '싱크홀'을 지원작으로 선정해 총제작비 50%를 보장하는 지침을 결정을 했을 때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갑작스럽게 강화해 큰 피해를 봤다. 정부는 영화관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이유없는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 자력으로 버티던 영화산업은 궁지에 몰렸다"라며 "이번엔 마지막 남은 힘으로 일어나려는 영화산업을 (상영시간 제한으로) 처참히 무너뜨리고 있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손실 보장과 영시간 제한 완화를 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BA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는 영화인이 아닌 관객으로서 호소했다. 장 대표는 "극장에서는 백신 접종완료자들에게만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 상영관 내 마스크 착용, 취식 금지까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객들에게 영화 볼 자유를 박탈하는 건 부당하다"라며 "방역수칙 제한 없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자유를 주길 바란다. 지금의 조치는 영화관 산업을 망가뜨리고 관객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빼앗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입배급사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상진 엣나인 대표는 "사회적거리두기 방역지침을 보며, 코로나19는 오미크론이 전이되고 진화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국회와 질병관리본부, 정부는 왜 퇴보를 하고 있나"라고 유감을 표했다.


정 대표는 "올해 화두가 된 '오징어 게임', 'D.P' 같은 작품을 영화로 만날 수 있을까 싶다.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OTT 작품은 훌륭한 드라마를 만든 분들도 참여했지만, 결국 영화인들이 만들어놓은 것이다"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인해 팝콘 수익 30% 매출을 포기했음에도 불구 다중이용시설과 함께 분류돼 영업시간 제한까지 하게 됐다. 영화 산업에 대해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시대를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라고 말했다.


'말아톤', '대립군' 등을 연출한 정윤철 영화 감독은 "영화계는 일제시대 이후 가장 최대 이후 위기인 것 같다. 극장은 이익을 내는 장소 뿐 아니라 국민들의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또 지역상권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극장이 무너지면 단순히 기업 뿐만 아니라 문화로도 피해가 이어진다. 개봉하지 못한 영화가 100편 가까이 된다. 편당 50억씩 제작비로 잡아도 5000억원이다. 케이방역은 선별적으로 섬세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극장과 영화산업에 정부가 더 신경써주길 바란다. 퇴근 후 영화 한편 볼 수 있는, 삶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달라"라고 촉구했다.


한 영화관 내에서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는 소상공인 최모 씨는 "2년 가까이 멈출줄 모르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두의 일상이 멈췄다. 소상공인은 코로나19 피해를 온몸으로 떠안고 있다. 멀티플렉스 입점 가게는 사회적 거리두기, 휴식 금지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2019년에 비해 매출이 90% 하락했다"라며 "이제 조금씩 괜찮아지겠지란 기대감으로 버텨왔는데 정부의 발표로 기대는 상실로 변했다. 영화관과 함께 삶을 영위하는 소상공인에게는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살려달라'라고 쓰인 머리띠를 두른 참가자들은 "영업시간 제한 해제해 영화업계 살려내라", "정부는 영화업계 피해액 보상하라", "한국영화 개봉 위해 정부가 지원하라", "영화관이 살아나야, 소상공인 살아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영화업계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제대로 된 피해보상은 없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억 2600만 명에 달했던 국내 관람객은 지난해 5900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간한 '2021 한국영화연감'에 따르면 2020년 한국 영화시장 극장 매출액은 전년 대비 73.3%가 감소한 5104억 원을 기록했다. VOD 등 극장 외 시장의 경우도 극장보다는 감소폭이 작았지만, 역시 전년 대비 13.8%가 감소한 4392억 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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