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풋옵션 공방'서 檢, 안진-어피너티에 1년6개월 구형

"회계사가 허위 보고서 작성"

서울 광화문 소재 교보생명 본사 전경 ⓒ교보생명

교보생명 풋옵션 가치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검찰은 안진회계법인 임직원이 교보생명의 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명백하게 회계평가업무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최대 1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다.

20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양철한) 심리로 열린 어피너티컨소시엄 주요 임직원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의 공인회계사법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서 회계사 2명에대해 각각 징역 1년6개월과 추징금 1억2670만원의 실형을 구형했다. 어피너티 관계자 2명과 계산 업무를 수행한 회계사 1명에 대해선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해당 회계사가 의뢰인인 사모펀드와 공모해 부정 청탁을 받고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고 발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는 지난 2018년 10월 어피너티 측의 청탁을 받고, 교보생명 관련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어피너티에 유리하도록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자본시장의 파수꾼은인 공인회계사가 자신이 감시하고 점검해야 할 플레이어와 짜고 책임을 저버리면 자본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곡예사가 된다"며 "이번 사건의 회계사는 자본시장의 기초를 흔들어 무너뜨린 곡예사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어피너티는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게 2015년 9월 말까지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획득했다.

하지만 2018년 10월까지 교보생명의 IPO가 지연되자 어피너티 측은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고,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풋옵션 행사가격을 주당 40만9000원으로 평가했다. 이는 매입 원가인 주당 24만5000원의 두 배가량 높은 가격이다.

이에 양측은 풋옵션 가격을 둘러싼 분쟁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가치평가 보고서를 발간한 뒤 안진회계법인이 민형사상 분쟁을 겪을 경우, 어피너티 측이 법률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주기로 약속했단 사실을 밝혀냈다. 어피너티컨소시엄 관계자 2명과 딜로이트 안진 소속 회계사 3인에 대한 1심 판결 선고 기일은 오는 2월 10일로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