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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교훈②] 미풍에 그친 날갯짓…언제든 태풍 가능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1.12.14 15:30 수정 2021.12.14 15:31

일본 불화수소·중국 요소수 규제

위기 넘겼지만 언제든 재발 가능

특정국 의존 과하면 그 자체가 위험

전국건설노조가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요소수 폭등사태에 대한 정부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요소수 품귀 현상이 본격화한 지 한 달 보름가량 지나고 있다. 이번 요소수 사태는 2019년 일본 정부의 불화수소 수출규제와 함께 우리에게 명확한 교훈을 남긴다. 국내 소비 에너지의 96%, 광물자원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세계 4위 에너지 수입국으로서의 우리 위치를 돌이켜보게 한 것이다. 세계는 희소 자원을 중심으로 가히 ‘전쟁’이라 표현할 만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세계 주요 국가들의 자원 무기화 상황을 살펴보고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 대응책, 향후 계획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편집자 주>


2019년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 조처를 발표할 때 우리 경제계는 심각한 위기를 우려했다. 반도체 생산에 필수 요소인 불화수소 하나만으로도 우리 산업에 치명상이 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일본 수출규제 여파는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일본 수출규제 시행 1년 뒤 대한상공회의소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일본과 거래하는 기업 30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84%가 일본 수출규제에도 “피해가 없었다”고 답했다.


정책연구기관 평가에서도 수출규제 영향은 크지 않았다. 대외경제연구원은 2019년 10월 '일본 수출규제 100일의 경과, 영향 및 향후 대응'이란 보고서를 통해 “당초 상당한 경제적 영향이 우려됐으나 현재까지 그 영향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피해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한상의 설문조사에서 수출규제에 따른 피해를 호소한 기업은 전체의 16%였다. 일본 수출규제 직후 두 달여 동안 정부가 금융기관을 통해 수출규제 기업에 융자한 금액도 8000억원에 달했다.


대외경제연구원 보고서에서도 일본 수출규제로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이 10% 감소할 경우 한국의 GDP는 0.320~0.384% 감소하고 수출도 약 0.347~0.579%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 수출규제 2년 뒤 중국발 요소수 사태가 터졌다. 지난 10월 중국이 요소 수출을 사실상 중단하는 수출 의무화를 강행하면서 국내 물류 산업은 직접적인 피해에 노출됐다.


일본 수출규제와 달리 요소수 사태는 우리 경제에 즉각적인 영향을 끼쳤다. 유통·물류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해 피해를 예측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국내에서 요소수가 있어야 하는 화물차는 약 200만대 가량으로 알려진다. 전체 화물차의 60% 규모다. 이들 차량은 요소수가 없으면 운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난 2012년 화물 파업 당시 전국 물류의 20% 정도가 운송 차질을 겪었는데 당시 하루 피해액이 1120억원 정도였다. 산술적으로 계산한다면 요소수를 쓰는 화물차가 모두 운행을 멈출 경우 운송 차질에 따른 피해액만 하루 3400억원에 이른다. 한 달에 10조원 이상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 물류 업계 손실만 계산한 결과다. 물류가 멈추면 원자재와 제품 운송이 전면 중단된다. 운송 중단은 제조업 생산과 유통 전 부문의 피해로 이어진다. 석유제품, 전자, 자동차, 철강 등 내수는 물론 수출까지 모든 산업이 피해 대상이 된다. ‘요소수’ 하나가 국가 경제 전반에 천문학적 피해를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다행히 요소수 사태 또한 심각한 위기 상황은 벗어나는 듯하다. 다만 우리 원자재 수입 구조상 이러한 위기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은 깊이 고민해야 할 과제다.


우리나라는 특정 국가에 대한 원자재 수입 의존이 높은 편이다. 불화수소, 요소수뿐만 아니라 전체 수입 원자재 가운데 30% 정도를 중국 등 특정 국가에 의존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수입품 1만2586개 가운데 31.3%(3941개)는 특정 국가 의존도가 80%를 넘는다. 이 가운데 1850개는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자동차 생산에 쓰이는 마그네슘 주괴는 전량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의료기기와 반도체 제조에 쓰는 산화 텅스텐도 94.7%가 중국산이다. 이 밖에도 전자제품 원료인 네오디뮴 영구자석(86.3%)이나 2차전지 소재인 수산화리튬(83.5%) 등도 중국 의존도가 높다.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제2의 불화수소, 요소수 사태가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세계 무역 환경이 ‘신(新) 자원 전쟁’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는 점은 더욱더 우려스럽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이 자원의 무기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 경우 2019년 불화수소, 2021년 요소수 충격은 미풍에 그쳤으나 현재와 같은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언제 거대한 태풍과 마주하게 될지 짐작할 수 없다.


▲[요소수 교훈③] 자원 울타리 높이는 세계...거꾸로 가는 한국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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