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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교훈①] 총성없는 전쟁…자원, 무기가 되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1.12.13 15:37
수정 2021.12.13 17:15

중국 희토류 자원 무기화 시작

미·중 자원 확보 경쟁 본격화

에너지 90% 수입 일본도 참여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월 24일 공급망 안정화 관련 현장방문 일환으로 충북 청주시 소재 KSM메탈스를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희토류 산화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기획재정부

요소수 품귀 현상이 본격화한 지 한 달 보름가량 지나고 있다. 이번 요소수 사태는 2019년 일본 정부의 불화수소 수출규제와 함께 우리에게 명확한 교훈을 남긴다. 국내 소비 에너지의 96%, 광물자원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세계 4위 에너지 수입국으로서의 우리 위치를 돌이켜보게 한 것이다. 세계는 희소 자원을 중심으로 가히 ‘전쟁’이라 표현할 만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세계 주요 국가들의 자원 무기화 상황을 살펴보고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 대응책, 향후 계획 등을 살펴보려 한다. <편집자 주>


희토류. 한자로는 드물 희(稀), 흙 토(土), 무리 류(類)다. 영어로는 ‘Rare Earth Elements’. 좀 더 전문적으로 설명하자면 원소기호 57번부터 71번까지의 란타넘(란탄)계 원소 15개와 21번인 스칸듐(Sc), 39번인 이트륨(Y) 등 총 17개 원소를 총칭하는 말이다.


희토류는 이름 그대로 매우 희귀한 흙(자원)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땅속 함유량이 1만분의 3, 즉 0.03%에 그칠 정도다. 희토류는 주로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전자제품 디스플레이, 전기차 배터리 등에 쓰인다. 미사일과 레이더, 잠수함, 전투기 등 군사 장비 제작에도 필수 요소다.


해마다 세계에서 소비되는 희토류는 약 12만5000t 정도다. 이 가운데 97%를 중국에서 공급한다. 주요 산업의 필수 원료를 1개 국가에서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전부터 희토류 수급의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실제 중국은 2006년께부터 희토류 수출을 줄이기 시작했다. 귀한 자원을 수출하기보다 직접 사용해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스스로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하면서부터다.


중국은 2010년부터 희토류를 본격 ‘무기화’하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과 외교 마찰을 빚던 중국은 대(對)일본 희토류 수출을 기존 대비 37% 수준까지 낮췄다. 당연히 가격은 수 배 급등했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자 미국과 일본은 즉각 대응했다. 미국은 한때 세계 최대 희토류 광산이었던 마운틴 패스를 재가동하고 알태스카와 텍사스 등에 광산 추가 개설에 나섰다. 일본 또한 미국과 함께 해저 희토류 탐사 작업을 시작했다.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탈 중국산 희토류’ 계획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중국이 희토류 생산과 수출을 다시 늘리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이 한걸음 물러서자 미국은 희토류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바이든 정부는 ‘희토류는 정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할 주요 전략물자’라고 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실무 그룹을 구성해 자국 내 19개 주에 매장된 희토류를 다시 생산할 방법을 찾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전쟁 당시 필요한 물자를 빨리 공급하기 위해 제정된 ‘국방물자생산법’을 희토류 생산에 발동하는 것도 검토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아울러 자동차 및 국방 물자 생산 등에 필요한 희토류 네오디뮴 자석 수입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중국산 희토류 수입도 통제할 계획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도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현재 미국은 희토류의 일종인 네오디뮴 자석을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한다.


미국이 희토류 등 자원 확보에 속도를 높이면서 최근에는 중국의 시장 점유율이 60%대까지 떨어졌다. 이에 중국도 최근 희토류 무기화 속도를 다시 높이고 있다.


중국은 이달 초 세계 최대 희토류 업체인 ‘중국희토류그룹’ 설립을 승인했다. 중국희토류그룹은 중국알루미늄 등 희토류 관련 국영 업체를 합병해 만든 업체다.


중국은 희토류뿐만 아니라 유전 등 자원 확보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해외 유전 개발을 확대하면서 자산과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차관도 각국에 제공하는 등 자원 지배력을 확대 중이다. 지난해 자원 개발 기업 인수·합병(M&A) 등에 투입한 금액만 약 12조원에 이른다.


미국, 중국에 이어 일본도 해외 자원 탐사에 많은 공을 들이는 상황이다.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에너지 자원의 90%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은 신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석유 수요 감소와는 상관없이 자원 개발을 위한 정부 지원을 확대하겠다 계획이다.


일본은 지난 2018년 5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29.4%인 석유·가스 자주 개발률을 2030년까지 4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 해외 저가 자산 인수 등 중장기 자원안보를 위해 기존에는 탐사사업만 출자하던 일본 석유가스광물자원기구(JOGMEC)의 해외 자원개발 예산 및 지원범위도 확대했다.


올해 2월에는 일본 정유 대기업인 코스모에너지가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석유 회사 아부다비국립석유공사(ADNOC)의 신규 광구를 인수했다.


이 같은 일본의 해외 자원 탐사 예산은 2016년 650만 달러(약 77억원)에서 지난해 1960만 달러(약 231억원)로 3배 이상 늘었다. 더불어 해외 투자 손실 준비금 제도, 정부 금융 기관 자금 지원 등 민간 투자 활성화 대책도 속속 내놓고 있다.


▲[요소수 교훈②] 미풍에 그친 날갯짓... 언제든 태풍 가능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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