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800억원 없어서 발 묶인 희소금속 비축대책
입력 2021.11.10 15:24
수정 2021.11.10 15:24
조달청 보유 광물 구매할 예산 없어
희소금속 비축일원화 2년째 제자리
산업부 “내년에도 예산 확보 안 돼”
기재부 “일원화 보다 신규 확보 중요”
글로벌 자원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산업 필수 원자재(희소금속)의 안전한 공급 확보를 위한 사업이 8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2년째 지지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일본 불화수소 수출 규제에 이어 최근 중국발 요소수 품귀현상으로 물류 대란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 대책마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향후 원자재발 경제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제4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희소금속 산업 발전대책 2.0’을 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리튬과 마그네슘, 세슘 등 희소금속에 대한 산업 수요가 급증하고 국제적 경쟁이 치열해질 게 예상됨에 따라 희소금속 확보와 비축, 순환의 3중 안전망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희소금속의 안정적 확보가 향후 신산업 경쟁력과 탄소중립 산업구조 전환의 성공을 좌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며 “정부가 다각적으로 추진해 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정책의 중요한 축으로 ‘소부장 공급망의 완성’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사업 첫 단계로 희소금속 원료·소재 수급 불안 최소화를 위해 비축물량 확대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산업부 등은 현재 30~100일 수준인 희소금속 확보일수를 다른 나라와 유사한 60~180일로 두 배 가까이 늘리고 비축물량도 현행 58.6일에서 100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비축일원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조달청과 한국광해광업공단에서 각각 담당하는 광물비축을 한 곳으로 집중하는 내용으로 희소금속 산업 발전대책 핵심 가운데 하나다.
비축일원화는 2019년 감사원 권고로 논의를 시작한 사업이다. 기획재정부와 산업부 등이 협의를 거쳐 한국광해광업공단에서 통합 관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조달청은 알루미늄이나 아연과 같이 국내 소비가 많은 일반금속 6종만 관리하고 리튬과 코발트 등 희소금속 9종은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넘기기로 했다.
관계부처 협의 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비축일원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산업부와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조달청 보유 광물을 구매할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달청 입장에서도 800억원치 광물을 무상으로 넘겨주기엔 재정 부담이 크다.
산업부는 기재부에 광물 구매 예산 반영을 요청했으나 기재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내년도 예산안에도 관련 예산은 편성하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 5월에 협의할 때는 (조달청 보유 광물 금액이) 860억원 언저리였는데 지금은 (시세 변동으로) 1000억원이 넘은 상황”이라며 “유상으로 이관을 하려면 우리도 예산을 받아야 하는데 기재부에서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희소금속 비축일원화는 이차전지를 비롯한 정부 미래자원정책의 기본 뼈대이자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의 중요한 축이다. 이러한 사업이 800억원 남짓 예산을 이유로 2년 동안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희소금속 비축일원화 사업이 제자리걸음하면서 희소금속 산업 발전대책 2.0 계획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 나아가 지난 7월 발표한 ‘2030 이차전지 산업발전 전략’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비축일원화보다는 새로운 희소물질 확보에 우선해 예산을 배정했다는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희소금속에 대한 관리를) 이관한다는 건 결국 기존에 국내에 있는 것들에 대한 관리 주체를 바꾸는 것”이라며 “(이미 보유한 금속에 대한 관리보다는) 신규로 부족한 희토류와 같은 새로운 금속을 추가로 비축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러한 차원에서 현재 비축물량을 60일 정도에서 100일로 확대하는 쪽으로 예산을 늘리기로 했다”며 “우리는 이관(비축일원화) 문제는 다른 사안에 비해 시급한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