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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지원’ 요구하는 웨이브, 정작 시청자와의 약속은 뒷전?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12.01 07:00 수정 2021.12.02 10:20

웨이브 선공개 '피의 게임' 업로드 수차례 연기

이용자들 불만 폭주...'탈퇴' 인증까지

편성 시간 변경은 방송 시스템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방송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시청자와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방송사는 방송 날짜와 시간 등을 정리한 프로그램 편성표를 운영하고 자사 홈페이지와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이를 미리 공개한다.


ⓒ웨이브

편성 날짜 혹은 시간은 방송사와 시청자의 공개적인 약속인 셈이다. 혹여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방송시간이 변경될 경우, 시청자들이 납득할 만한 이유가 뒤따라야 한다. 최근 유료 구독자들을 대거 유입시키면서 방송 콘텐츠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OTT도 마찬가지다.


지난 11월 27일 오후 4시, 웨이브에서 선공개 예정이었던 MBC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 ‘피의 게임’은 공개 직전 업로드 지연 공지를 올렸다. 기존 공개 시점보다 2시간 늦춘, 오후 6시에 공개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또 한 번 웨이브는 오후 8시로, 이후 오후 10시까지 수차례 공지를 수정하고 최종적으로 시간 공지 없이 기존 방영일 보다 하루 뒤인 28일 공개를 결정했다.


실제 해당 콘텐츠가 공개된 시간은 11월 28일 오전 0시 30분께, 즉 기존 방영 시간보다 9시간 가량 지연돼 업로드 됐다. 무려 하나의 콘텐츠를 두고 2시간 간격으로 연속 네 차례 지연 공지가 올라오자 다수의 이용자들은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에 분노했고, 심지어 ‘플랫폼 탈퇴’ 인증도 이어졌다.


시청자들이 분노한 이유는 단순히 거듭된 지연 때문만은 아니다. 웨이브는 공지를 통해 ‘제작진 요청’이라는 짧은 이유만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피의 게임’의 지연 사태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이미 ‘피의 게임’은 촬영을 모두 마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반복되자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선 ‘제작진의 업무 태만’을 문제 삼거나, ‘후반 작업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추측까지 나오기도 했다.


웨이브는 이번 지연 사태가 제작진의 편집, 즉 후반 작업 이슈라고 설명했다. 웨이브 관계자는 본지에 “웨이브에서 선공개되는 MBC 서바이벌 예능 ‘피의 게임’은 지난 주 편집 이슈 발생으로 인해 웨이브 내 콘텐츠 업로드 또한 9시간가량 지연됐다”면서 “많은 관심으로 기다려주신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 추후 업데이트 지연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작진과 협의하고 있다. 약속한 일정 내 원활히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뒤늦게 시청자에 대한 사과의 말을 전했다.


현재 웨이브를 비롯한 국내 토종 OTT 업체들은 급성장하는 시장에 발맞춰 OTT 콘텐츠까지 제작비 세액종제를 확대하고 자율등급제를 부여하겠다는 범정부 OTT 진흥정책에 속도를 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토종 OTT는 플랫폼에 대한 지원과 규제 완화를 요청하기에 앞서 시청자(이용자)에 대한 예의에 대해 먼저 생각해야 한다. 혹자는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그보다 이용자들이 있어야 플랫폼도 존재한다는 걸 먼저 인식하고 최소한의 ‘기본’을 지켜야 할 것이다. 적어도 “OTT는 단순히 온라인 서비스 영역이 아닌 방송·영화·콘텐츠 제작시장 등 미디어 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자부한 만큼만이라도.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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