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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준, 김건모, 김선호, 야만의 폭로 신드롬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1.12.11 08:05
수정 2021.12.11 07:07

ⓒ데일리안 DB

배우 신현준의 갑질과 프로포폴 의혹을 제기했던 전 매니저 K씨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것이다. 사회봉사 200시간 명령도 나왔다.


이 사건은 K씨가 지난해 7월에 폭로에 나서면서 불거졌다. 신현준으로부터 폭언 문자를 받고 가족의 사적 요구까지 받는 등 갑질에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고 했다. 그리고 2010년에 신현준의 프로포폴 불법 투약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언론이 K씨의 양심고백이라는 식으로 보도하면서 마치 K씨의 폭로가 사실인 것 같은 인상이 형성됐다. 신현준이 K씨의 폭로가 허위라고 해명했지만 질타가 쏟아졌다.


그러다 신현준의 또 다른 전 매니저가 나서서 신현준이 억울하고 오히려 과거 K씨로부터 신현준과 현장 매니저들이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매니저일을 그만 뒀기 때문에 신현준과 연관된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데 ‘아닌 건 아니기 때문에’ 증언한다고 했다. 또다른 사업가라는 이가 나서서 K씨로부터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자 K씨는 다시 언론과 접촉해 신현준 측이 반성은커명 거짓 해명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현준에 대해 프로포폴 고발장까지 제출했다. 방송 카메라 앞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렇게 K씨가 당당한 태도로 주장을 이어나가고 심지어 고발까지 하자 더욱 K씨의 말을 믿는 사람들이 생겼다. 진실공방으로 흘러가면서 신현준의 피해가 막대해졌다. 신현준은 결국 K씨를 고소했다.


작년 여름에 벌어졌던 일들인데 1년이 훨씬 넘은 지금에서야 법원에서 결론이 나온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K씨 유죄다. 재판부는 “수익배분 약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허위사실로 볼 수 있다”며, 평소 절친한 사이였던 신현준과 K씨가 서로 욕설을 주고 받으면서 메시지를 했는데 “욕설을 하는 발언 일부를 발췌해 기자들에게 제공하는 건 비방할 목적으로 사실을 적시해 명예훼손”이라고 했다. 메시지를 짜깁기해서 폭로했다는 이야기다.


프로포폴 문제에 대해선 “신 씨의 프로포폴 투약 혐의는 ... 오남용 정황이 없는데”라고 일축했다. K씨가 낸 신현준 프로포폴 고발장이 이미 작년에 반려된 바도 있다.


재판부는 또 K씨가 신현준의 “사회적 평판과 명예를 훼손하려는 명확한 목적으로 허위사실과 사실을 적시한 점은 죄질이 매우 중하다”고도 했다.


결국 신현준이 1년 반 정도 만에 누명을 벗은 셈인데, 그동안 당한 피해는 누가 보상한단 말인가? K씨의 폭로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신현준의 가족까지 마음고생을 했었다. 이 일은 한쪽 말만 듣고 누군가를 심판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말해준다.


얼마 전에 김건모도 약 2년 만에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검찰이 아예 기소를 포기했다. 요즘 여성이 성폭력 피해 주장을 하면 그 말을 증거로 인정해주기도 하는 추세이고, 수사기관이 미투폭로를 무시하기 힘든 사회분위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검찰이 기소 자체를 안 했다는 건 김건모를 향한 폭로의 신빙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무혐의를 받긴 했지만 김건모와 그 가족은 이미 돌이키기 힘든 피해를 당했다.


김선호도 얼마 전에 전 여자친구라는 이의 주장으로 엄청난 피해를 당했었다. 그 폭로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보도가 뒤늦게 나와 김선호가 수십억 위약금 위험에선 벗어났지만, 아직도 정상활동은 못하고 있다.


이렇게 근거 없는 폭로로 유명인이 막대한 피해를 당하는 일이 반복적으로 벌어진다. 누군가가 폭로를 하면 일부 언론과 대중이 바로 지목 당한 대상자를 죄인 취급하기 때문에 피해가 커진다. 나중에 무혐의가 밝혀져도 이미 물은 엎질러진 상태다. 요즘엔 유튜브에서, 제보를 받았다면서 자극적인 폭로를 반복한다. 이런 폭로를 열심히 시청하고 믿는 누리꾼이 대단히 많다. 그렇게 수요층까지 충분히 있다 보니 정체 모를 폭로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 나타난 신현준, 김건모, 김선호 사건의 반전은 이런 폭로 신드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말해준다. 일방적인 폭로로 당한 사람은 가족까지 고통을 겪고 정상 활동도 못하게 되지만, 나중에 이렇다 할 보상은 없다. 그런 폭로에 무게를 싣고 여론을 형성하는 일부 언론과 누리꾼이 피해를 더욱 키우지만 그들 중에서 사과하는 이도 없다. 그저 당한 사람만 억울할 뿐이다. 이런 야만의 폭로 신드롬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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