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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LG, '왕의 남자' 모두 포진…배터리 제2 라운드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1.12.08 13:46
수정 2021.12.08 13:46

3사 모두 그룹 내 총수 최측근 인사 전진 배치

배터리 성장속도 감안 해외 투자·역량 확대 고려

품질 이슈 및 원자재 공급망 구축 등 리더십 시험대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SK

예정된 수순일까. 전략적 선택일까. 국내 배터리 3사의 수장들이 모두 총수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인사들로 속속 채워지고 있다. 배터리 사업 육성에 그룹 차원에서 발 벗고 나서는 형국이다.


특히 현장 경험을 두루 갖춘 거물급 인사를 기용해, 해외 투자는 물론 초격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막강한 패(覇)를 전진 배치함으로써, 어느 한 쪽도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시작했다는 평가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LG그룹은 정기 임원 인사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구광모 회장의 '복심'으로 꼽히는 최윤호 사장과 권영수 부회장을 각각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수장으로 선임하며 신성장동력인 배터리 사업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보여줬다.


이달 초 SK그룹 인사에서 제외됐던 배터리 계열사 SK온 역시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을 수장으로 맞을 가능성이 높다. SK온 인사가 확정되면 삼성·SK·LG 배터리 자회사 대표는 모두 각 총수의 최측근 인물들이 자리하게 된다.


그룹 핵심 인재들로 손꼽히는 거물급 인사들을 전략적으로 기용한 것은, 전기차-배터리 사업에 대한 그룹 내 관심도가 그만큼 커졌음을 나타낸다.


중국, 일본 배터리사들이 앞다퉈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고 해외 영토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자칫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배터리 새 수장들은 많게는 30년 넘게 그룹 최측근으로 총수들을 보좌하면서 역량을 쌓아온 인물들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글로벌 전문가' '전략통' 이라는 특성도 갖추고 있다.

최재원 수석부회장 SK온行 유력…투자·매출 확대 주도적 역할 '관심'

SK온 대표이사가 유력한 최 수석부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으로 전략 기획에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3년생으로 최윤호 삼성SDI 사장과 동갑이다. SKC 사업기획실 실장 겸 해외사업당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 뒤 SKC 경영지원본부장, SK텔레콤 전략지원부문장, SK E&S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거쳐 현재 SK그룹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배터리 사업 초기 단계부터 개발을 주도했으며 2018년 3월 헝가리 코마롬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부문(현 SK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 참석하는 등 배터리 사업에 많은 열의를 보여 왔다.


지난해 7월 최태원 회장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충남 서산공장에서 만나 차세대 배터리 기술개발에 관한 의견을 나눴을 때도 함께 자리했다.


SK온을 이끌게 되면 최 수석부회장은 안정적인 사업운영으로 내년 손익분기점(BEP)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온은 국내 배터리업체 중에서는 후발주자이나 매년 2배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며 성장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전문가로 역량이 풍부한 최 수석부회장이 경영 수완을 발휘해 안정적인 실적 달성은 물론, 적기 투자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삼성SDI
'전략通' 최윤호 삼성SDI 사장, 외형·내실 성장 주력

최근 삼성그룹 인사로 삼성SDI 사장으로 내정된 최윤호 사장은 재무통(通)으로 오랜 기간 삼성전자에 몸 담으며 이재용 부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왕의 남자'로 꼽힌다. 그런 최 사장에게 삼성SDI를 맡긴 것은 배터리 사업 육성 의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1963년생인 최 사장은 1987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약 33년만인 지난해 1월 사장 승진과 함께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에 올랐다. 같은 해 사내이사로도 선임된 그는 경영관리를 총괄하는 임원으로서 이재용 부회장의 현장경영을 보좌해왔다.


그는 국제회계그룹, 경영관리그룹, 사업지원팀 등 재무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을 뿐 아니라 해외관리그룹, 구주총괄 경영지원팀장 등을 두루 거치며 글로벌 감각도 다졌다.


특히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그룹 전략을 총괄했던 미래전략실 담당임원으로 일했으며 2017년 11월 사업지원TF가 출범하자 담당임원으로 합류해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에 오르기 전까지 2년 넘게 역임했다.


지근거리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보좌하던 '왕의 남자' 최 사장이 삼성SDI로 자리를 옮김에 따라 품질 경영과 글로벌 투자 확대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SDI는 최근 미국 완성차 4위 업체인 (Stellantis)와 손을 잡는 등 국내 울산, 중국 서안, 헝가리 괴드에 이어 미국까지 생산거점을 구축하는 중장기 전략을 그리고 있다.


대규모 투자 등 중대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글로벌 감각을 갖춘 최 회장이 국내외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적기 투자에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LG에너지솔루션
권영수 LG엔솔 부회장, 기술 기반 배터리 1등 기업 '승부'

3사 중 가장 먼저 배터리사 새 사령탑으로 임명된 권영수 부회장은 LG그룹에서 구광모 체제를 안착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대표적인 2인자로 꼽힌다.


1957년생으로 1979년 금성전자(현 LG전자)에 입사한 뒤 LG전자 재경부문장, LG필립스 LCD 대표이사,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등을 두루 거친 핵심 인물이다.


그는 2012년부터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아 아우디, 다임러 등 완성차 업체로부터 수주를 이끌어 내며 취임 2년 만에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를 10여개에서 20여개로 확대했으며,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중대형 배터리를 시장 1위 지위에 올려 놓은 입지적인 인물로 평가 받는다.


날로 경쟁이 심화되는 전기차-배터리 시장에서 구광모 회장을 보좌해 LG가 대규모 투자·수주 전략을 긴밀하게 전개하는 데 권 부회장의 역할이 보다 중요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 GM(제너럴모터스),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공장 설립과 함께 200조원 규모의 수주 물량을 순조롭게 공급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있다.


권 부회장은 내년 1월 말로 예정된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 재원을 성공적으로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내년도 LG에너지솔루션의 흑자폭을 확대하는 등 외연 확장 및 내실 성장에 전략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그룹 요직에 있던 거물급 인사들이 모두 배터리사로 이동하게되면서 피할 수 없는 진검승부가 시작됐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주요 과제로 꼽히는 배터리 품질 리스크 최소화·글로벌 투자 확대·차세대 기술 개발 등에서 조기 성과를 거두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3대 그룹 모두 배터리 계열사에 핵심 인물을 기용하며 수주 경쟁을 본격화한 모습"이라며 "지속적인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품질 이슈를 해결하는 동시에 배터리 원가를 낮추기 위한 공급망 구축에 빠른 성과를 내는 것 역시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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