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리더십 교체…키워드는 '40대 젊은 피'·'글로벌'
입력 2021.11.26 06:00
수정 2021.11.26 18:15
네이버·카카오 리더십 교체, 글로벌 공략이 공통 목표
40대 젊은 인사 앞세워 사업 혁신·인적 쇄신 꾀해
독과점 이슈 벗어나 상생 집중·글로벌 플랫폼 도약 본격화
국내 양대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리더십을 새롭게 교체하며 인적 쇄신 작업에 본격 나섰다. 올해 플랫폼 독과점, 노무 이슈 등으로 한 차례 홍역을 앓은 가운데 두 플랫폼 모두 젊은 인사를 영입해 내부 혁신을 꾀하고 글로벌 공략을 공통 목표로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26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여민수 공동대표와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했다. 지난 2020년 3월 한차례 연임에 성공했던 조수용 대표는 내년 3월 임기를 끝으로 물러나며, 여민수 공동대표는 재연임에 성공했다.
네이버 역시 지난 19일 열린 이사회에서 차기 대표이사에 글로벌 사업 지원 책임자인 최수연 책임리더를 최고경영자(CEO) 내정자로 승인했다. 이로써 2017년 3월부터 네이버를 이끌어온 한성숙 대표는 내년 3월을 끝으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다.
두 빅테크의 리더십 개편 공통 키워드는 ‘글로벌 공략’, ‘40대 젊은 리더십’ 등이 꼽힌다. 젊은 세대를 리더로 앞세워 혁신을 주도하고 플랫폼의 숙원인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개발자 출신 전략가 류영준, '글로벌' 선봉 …여민수 '사회적 책임' 주력
카카오 공동 대표로 새롭게 합류하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1977년생(만 44세)으로 젊은 피다. 건국대학교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정보통신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1년 카카오에 개발자로 입사해 보이스톡 개발을 주도했고 페이먼트사업부 본부장, 핀테크 총괄 부사장 등을 거쳐 2017년 카카오페이 대표에 선임된 뒤 기업공개(IPO)까지 이끌었다.
카카오 대표에 개발자 출신이 선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류 대표 내정자는 카카오 계열사 중 가장 오래 대표직을 맡고 있을 정도로 김범수 의장의 신임을 두텁게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 대표가 서비스 개발 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를 국내 최초 간편 페이 서비스로 출발시켜 금융 혁신을 이끄는 등 탁월한 비즈니스 전략과 도전 의식을 지닌 점이 이번 인사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핀테크산업협회장으로서 정부 규제에 쓴 목소리를 낸 인물이기도 하다.
카카오는 이같은 류 대표의 혁신 DNA를 살려 카카오 핵심 경영 목표 중 하나인 글로벌 도약을 이루겠다는 목표다.카카오는 최근 국내에서 플랫폼 독점 문제가 불거지고 내수 시장 중심으로 매출이 집중되면서 웹툰 등 콘텐츠 사업을 주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번 공동대표 내정으로 재연임에 성공한 여민수 대표는 사회적 책임 이행에 주력한다. 여 대표는 지난 2018년 3월에 선임된 뒤 카카오의 실적 경신을 이끌고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끈 만큼 카카오 공동체가 약속한 사회적 문제 해결을 책임질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C레벨 대거 교체…40대 초반 젊은 여성 리더로 인적 쇄신·글로벌 베팅
40대 젊은 리더와 글로벌 공략을 목표로 내걸은 것은 두 빅테크가 동일하지만 개발자 출신을 새롭게 앉힌 카카오와 달리 네이버는 법조인 경력을 지닌 인물을 내세우고 보다 급진적인 인사를 단행했다는 차이점이다.
네이버는 1981년생의 젊은 여성 리더인 최수연 책임 리더를 대표로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또 김남선 글로벌인수합병 전담 책임리더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내정했다. 두 사람 다 네이버에 합류한 지 채 1~2년밖에 되지 않은 외부 인사다. 또 40대 초반으로 젊고 서울대 공대와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최 내정자는 1981년생으로, 2005년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를 졸업하고 NHN(옛 네이버) 홍보마케팅 팀으로 입사했다. 이후 2010년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 자격증을 딴 뒤 법무법인 율촌에서 인수합병(M&A) 업무를 담당하다 2019년 네이버로 돌아왔다. 법조인 출신 경력과 M&A 이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따.
네이버 이사회는 최 내정자가 다양한 국내외 사업 전반을 지원하며 보여준 문제해결 능력, 회사의 글로벌 사업 전략, 해당 시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춘 점을 높이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CEO 선임이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맡고 있는 이해진 창업자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내정자는 이해진 GIO를 보좌하며 해외 투자와 인수⋅합병의 법률 검토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CFO 내정자는 서울대 공과대학과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국 로펌, 글로벌 투자회사에 근무하다 지난해 8월 네이버에 합류했다. 네이버에서 왓패드 인수, 이마트·신세계와 지분 교환 등 빅딜을 주도해 경영진으로부터 글로벌 경쟁력을 책임질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이버가 두 내정자를 차기 대표와 CFO로 내정한 것은 세대교체와 글로벌 M&A 경험, 법조 지식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을 대폭 강화하고, 올해 불거진 직장 내 괴롭힘 등 조직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두 내정자를 중심으로 트랜지션 태크스포스(TF)를 꾸려 연말까지 차기 글로벌 경영 계획과 인사 쇄신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네이버는 이번 인선으로 CEO·최고운영책임자(COO)·CFO·CCO등 CXO 4명 중 최소 3명이 바뀌게 된다.
CEO에서 물러나게 된 한성숙 대표는 글로벌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며 박상진 CFO는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에 내정됐다. 최인혁 전 COO는 지난 5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직원의 극단적 선택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일찍이 사퇴했다. 창업초기 멤버 채선주 CCO는 잔류가 점쳐지고 있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젊은 CEO를 앞세워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한 비전, 기술 혁신, 글로벌 진출 측면에서는 잘 이끌 수 있다고 보여진다"며 "다만, 플랫폼 규제 이슈가 등장했고 상생이나 정부와의 관계 등을 아우르기에는 전문성이나 경험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