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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김어준 방송' 될라…경기도의 라디오 공모신청 '우려' [정도원의 정치공학]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1.11.22 07:00
수정 2021.11.22 05:04

경기도, 방송사업자 공모 직접 신청

운영 구상, TBS교통방송과 '판박이'

도민 혈세 들이며 나서는 이유 뭘까

대선前 '경기판 김어준방송'은 곤란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익명의 '생태탕 식당' 사장 아들을 출연시켜 특정 정당 후보에게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혹성 문답을 이어가고 있는 방송인 김어준 씨 ⓒTBS교통방송

경기도가 '경기 지역 지상파 라디오 방송사업자 선정 공모'에 뛰어들었다. 경기방송이 지난해 3월 폐업하며 반납한 FM 주파수 99.9㎒를 활용해 경기도가 직접 지상파 라디오 방송을 하겠다는 것이다.


대선을 앞둔 시기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직전 도지사를 지냈던 경기도가 방송사를 차려 운영을 하겠다고 나서는 의도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 자칫 대선을 앞두고 '경기도판 김어준 방송'이 생겨나는 것은 아니냐는 것이다.


경기도의 구상은 가칭 경기미디어재단을 출범시켜, 이 재단에서 경기도 공영방송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이 장악한 도의회에서는 이미 지난 4월 재단 출범의 근거가 될 조례까지 통과시켰다. 이러한 구상은 서울미디어재단을 통해 TBS교통방송을 운영하고 있는 구조와 동일하다.


TBS교통방송의 대다수 선량한 재직자들은 그럴 의도가 없었겠지만, 이 방송의 '간판'이자 '얼굴'인 김어준 씨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며 영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페라가모'와 '생태탕'으로 대표되는 '썰'들이 투표를 앞두고 라디오방송을 통해 검증없이 쏟아졌다.


1390만 경기도민들 중 서울로 차량을 통해 출근하는 도민들이 많다. 또, 경기도는 서울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천만 서울시민도 지방으로 향하려면 부득불 경기도를 지나가야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도가 운영하는 라디오 방송에서 특정 후보를 두둔하고 상대 후보를 폄훼하는 내용을 쏟아낸다면,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오도하는 해악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경기도는 이번 공모에 컨소시엄도 구성하지 않고 단독으로 신청을 했다. 간섭을 받지 않고 마음대로 방송을 하겠다는 저의라면 곤란할 것이다. 경기도는 방송사 운영을 위해 초기 자본만 15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데, 도민의 혈세를 투입하는 이같은 중대한 결정이 도지사 궐위 중에 이뤄질 수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세금 사용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과연 누가 사후에 책임질 것인가.


경기도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주파수가 공중에 붕 뜨는 상황도 아니다. 이번 공모에는 경기도 외에도 6개 사업자가 신청했다. 그 중에는 OBS·경인방송·도로교통공단 등 지역밀착형 방송사업의 경력도 있으며, 재난방송이나 교통정보를 경기도보다 더 잘 제공할 수 있는 민간사업자들이 많다.


민간사업주체가 충분히 잘할 수 있는데, 왜 도지사도 궐위 상태인 경기도가 직접 방송사를 운영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일까. 여의도 안팎의 의구심이 짙어질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경기도의 FM 라디오 주파수 인수 추진에는 이재명 후보가 도지사를 지내던 시절, 그의 신뢰가 깊었던 국장급 인사가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내년 1월 방송통신위원회가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기다려야할 일일까. 대선을 앞둔 이 시점에서 과연 경기도의 지상파 라디오 방송 운영 시도가 적절한지 좀 더 공론화가 될 필요가 있다. 우리 국민이 '제2의 김어준 방송' 생성 시도를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해보인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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