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양정철' 안 보이는 與, 몸값 치솟는 '양비' [송오미의 여의도잼]
입력 2021.11.18 07:00
수정 2021.11.18 07:07
與, 위기 속 악역 자처·경고음 울릴 사람 부재
여권의 대표적인 '책사'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려온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참여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지만, 양 전 원장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당 소속 의원 전원이 합류한 매머드급 '원팀' 선대위를 꾸렸지만, 전략 부재·비효율 등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이 후보의 지지율 정체 현상이 지속되면서다. 양 전 원장은 지난해 4·15 총선 당시 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원장으로서 선거 전략을 디자인하고 인재 영입을 주도하는 등 총선 압승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양 전 원장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영입인재·비례대표 의원 모임 간담회 참석 직전 취재진과 만나 "(선대위 합류) 요청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굳이 내가 참여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다"며 "밖에서 조언하거나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대선 이후엔 문재인 대통령 퇴임에 맞춰 정치에서 퇴장할 계획"이라며 "이번 대선엔 밖에서 필요한 일을 돕고 후보에게 조언이나 자문은 하되 선대위에 참여하거나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간담회에 동석한 신현영 의원이 전했다.
양 전 원장은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그의 선대위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당내 '양정철 역할론'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이게도 양 전 원장이 지난해 4·15 총선 이후 1년 7개월 만에 국회를 찾아 작정하고 쓴 소리를 쏟아내면서다.
그는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당의 대선 준비 상황에 대해 작심하고 비판을 쏟아냈다. 양 전 원장은 "대선을 코앞에 두고 위기감이나 승리에 대한 절박함, 절실함이 안 느껴진다"며 "의원들은 한가한 술자리도 많고, 누구는 외유 나갈 생각이나 하고 있고 아직도 지역을 죽기 살기로 뛰지 않는 분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선이 넉 달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이렇게 유유자적 여유 있는 분위기는 우리가 참패한 2007년 대선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또 "책임 있는 자리를 맡은 분들이 벌써 마음속으로 다음 대선, 다음 대표나 원내대표, 광역단체장 자리를 계산에 두고 일한다"며 "도대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탄식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후보만 죽어라 뛰고 있다"며 "후보의 핵심 측근들과 선대위 핵심 멤버들이 악역을 자처하고, 심지어 몇 명은 정치를 그만둘 각오까지 하고 후보를 중심으로 키를 틀어쥐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간담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서도 "선대위에 컨트롤타워, 책임과 권한이 모호하다"며 "비효율적인 체제를 빨리 개선을 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도 지난 15일 선대위 회의에서 "국민의 높은 기대가 실망으로 변질되는 느낌"이라며 "기민함이 좀 부족하지 않나.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좀 더 민감하고 신속하게 반응해 작은 결과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외부적인 상황도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최근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10%p 이상 벌어진 이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지난 세 번의 전국단위 선거(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20년 총선) 승리 전략을 짠 양 전 원장의 '역할'을 기대하는 눈길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이 후보가 조만간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선대위의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양비(양정철 비서관 줄임말) 등판론'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