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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보이는 요소수…산업계 발 묶일라 '패닉'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1.11.09 10:58
수정 2021.11.09 10:58

요소 재고량 이달 말이면 바닥…전 산업 납품 차질 우려

정부, 中 협조 요청 외 공급선 다각화 노력…시간 단축이 '관건'

화물차, 버스 등 디젤차의 필수 제품인 '요소수'의 재고 부족에 의한 품귀 현상이 발생하며 물류대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일 경기도 의정부시 구리포천고속도로에 위치한 의정부휴게소 주유소에 '요소수 없음'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역대급 요소수 품귀 현상에 산업계 전체가 발이 묶일 처지에 놓였다. 재고 부족에 각 기업들은 '요소수 구하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국내 최대 요소수 생산업체인 롯데정밀화학은 원재료인 요소 공급난에 조만간 설비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물류망 타격은 물론, 자동차, 철강, 정유 등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피해를 추산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요소수 시장 점유율 1위인 롯데정밀화학 울산사업장은 현재 3주 정도만 버틸 수 있는 요소를 보유하고 있다. 요소수에 들어가는 요소 함량은 약 30%로, 요소 1t으로 요소수 3t을 만들 수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한 달 평균 1만t(1000만ℓ 추정) 규모의 요소수를 생산한다. 국내 경유차에 사용되는 요소수는 하루 평균 900t으로, 생산을 앞둔 요소수(약 7500t)를 마저 만들고 나면 이달 말에는 설비를 세워야 한다. 여기서 만든 요소수는 시장으로 유통된 뒤 8~9일이면 동이 날 전망이다.


요소수는 경유 차량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을 물과 질소로 바꿔주는 성분으로, 트럭 등에 의무 장착하는 선택적 촉매 환원(SCR) 시스템에 들어가는 필수 품목이다. SCR 시스템이 적용된 디젤차는 반드시 요소수를 넣어야 한다.


KG케미칼, 휴켐스, 에이치플러스에코 등을 비롯한 50여개의 요소수 생산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소 추가 공급이 없다면, 요소수 물량은 12월이면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생산업체로부터 요소수를 구매해 판매하는 업체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KD파인켐에서 요소수를 받아 프로녹스(요소수 브랜드명)로 판매해왔던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현재 생산업체의 가동중단으로 제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역시 요소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모비스 측은 "고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요소수를 구하기 어려워지면 화물운송시장이 마비돼 물류대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자동차, 철강, 전자 등은 물류 차질로 납품 일정 등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산업계는 요소수 대란에 대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재고 확보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요소수 수급 관련 범부처 합동 대응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경우, 디젤차 출고에 필요한 요소수 2~3개월치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당장 출고 부족으로 시달릴 정도는 아니나 요소수 품귀 문제가 지속될수록 출고 지연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진단한다.


한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당장 디젤차 출고가 어려울 정도로 요소수가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충분하다고 볼 수도 없는 상태"라며 "최선의 노력으로 자동차 출고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현재 2~3개월치 재고 물량이 있고 생산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요소수 문제가 해결되면) 2~3개월 뒤 물량도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등 철강업계는 질소산화물 저감에 사용하는 요소수 재고를 1개월 치 정도를 확보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제조 과정에 따라 요소수와 암모니아가 필요하다. 암모니아는 재고 여유가 있지만 요소수는 재고가 넉넉하진 않다"고 말했다.


정유공장에서도 미세먼지 저감 장치 가동을 위해 요소수를 사용하고 있지만, 재고가 얼마남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비축량은 정유사에 따라 1~3개월치를 보유중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요소수는 보일러·히터가 있는 대부분의 정유·석유화학 공장에서 사용된다"면서 "요소수가 부족하면 공정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환경 오염 물질인 NOx가 과다 배출될 가능성이 있어 문제"라고 설명했다.


요소수 대란에 정부는 베트남, 호주 등으로 공급선을 다각화하는 등 재고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다음주중 베트남으로부터 차량용 요소 200t을 도입하는 데 이어, 약 1만t의 요소도 수입하는 방안을 추가로 협의중이다. 호주에서는 요소수 2만7000ℓ 를 국내에 들여오기로 했다.


이들 요소수 물량은 급한 불은 끌 수 있어도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현재 베트남과 논의중인 요소 1만t 수입이 성사될 경우, 약 3만t 규모의 요소수를 생산할 수 있다. 하루 평균 900t의 차량용 요소수를 쓴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만 버틸 수 있는 양이다.


전문가들은 요소와 같은 산업 필수 품목의 공급망 관리를 위해 정부 주도의 컨트롤 타워를 이제라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국가 차원에서 산업에 필요한 원자재 공급망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면서 "범부처간 협업 뿐 아니라 민간과의 소통 역시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국제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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