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엄마 성 물려줄 수 있다…법원, 성 변경 신청 허가
입력 2021.11.10 00:26
수정 2021.11.09 19:24
민변 "자녀가 입는 이익이 더 크고 복리에 부합할 수 있다는 점 인정한것"
자녀에게 아버지의 성을 물려주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부성 우선주의'를 깨고 어머니의 성을 줄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국민청원을 올렸던 부부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자녀의 성을 변경할 수 있게됐다.
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은 최근 A씨 부부가 낸 '자의 성과 본의 변경 허가 신청'을 받아들여 올해 5월에 태어난 자녀가 어머니의 성과 본을 쓰도록 허가했다.
A씨 부부는 지난해 6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부부간 협의를 통해 자녀의 성과 본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 개선과 홍보·연구에 나서달라'고 글을 올려 2만8000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당시 A씨 부부는 임신·출산·육아 과정에서 여성에게 부여되는 책임과 역할이 막중하다는 점에 공감해 아버지의 성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 부부는 청원에서 자녀가 어머니 성을 쓰도록 하고 싶었으나 아버지의 성과 본에 따라 출생신고를 하게 돼 있는 '부성 우선주의' 때문에 불가능했다며 제도 개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
민법781조는 자식은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지만 부모가 혼인신고시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협의한 경우에는 예외라고 단서를 달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자녀의 복리를 위해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부모나 자녀 스스로의 청구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받아 변경할 수 있다는 민법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 가족법연구팀은 이날 서울가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의 이번 결정은 어머니의 성과 본을 자녀에게 물려줌으로써 자녀가 입는 불이익보다 이익이 더 크고, 궁극적으로 자녀의 복리에 부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