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오겜’·‘스우파’ 열풍에 숟가락도 못 얹는 지상파
입력 2021.11.10 14:05
수정 2021.11.10 10:05
‘오겜’·‘스우파’ 출연진 각종 예능 출연
‘집사부일체’, ‘스우파’ 출연진에 부적절한 자막 사용해 논란
‘오징어 게임’과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열풍 이후 각 방송사들도 화제성 높은 출연진들 모시기에 나섰다. 주목받는 스타를 게스트로 초대하는 것은 예능프로그램들의 당연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지상파 예능프로그램들의 안일한 활용법이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내고 있다.
화제성 높은 행사, 프로그램이 끝이 나면 새롭게 발굴된 스타들을 섭외하기 위해 예능가에서는 경쟁이 벌어진다. 최근 2020 도쿄 올림픽이 배출한 양궁, 펜싱, 여자배구 종목의 스타 선수들이 각 방송사의 예능을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바 있으며, 이는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 이후 당연하다는 듯 벌어지는 현상이다.
매번 게스트를 섭외하는 예능들의 입장에선 주목받는 이를 초대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궁금한 이들의 새로운 면을 보고, 이 과정에서 새롭게 발굴되는 스타를 접하는 흥미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섭외 이후 스타들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또 다른 숙제가 되고 있다. SNS와 유튜브 등 스타들을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창구들이 다양해지면서 이제는 더 이상 섭외만으로 팬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과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들의 출연진이 예능프로그램을 휩쓸고 있다. 이 가운데, MBC가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참견 시점’을 적극 활용하며 이 프로그램들의 화제성에 숟가락을 얹기 위해 나섰다.
문제는 게스트들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이 아닌, 예측이 가능한 뻔한 방식으로 그들을 다루며 화제성을 이어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 혼자 산다’는 허니제이를, ‘전지적 참견 시점’는 모니카와 립제이를 초대했고, 이들은 마치 짠 듯이 ‘스우파’ 무대 위 강렬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아닌, 편안하고 순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지적 참견 시점’의 허성태 편 역시도 그의 소녀 감성을 강조, 그들의 편안한 일상을 반전이라고 포장하며 특별한 듯 내보이는 방식을 이어갔다.
물론 그들의 일상을 조명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일은 아니지만 그들의 매력을 극대화하거나, 댄서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이 미처 몰랐던 것들을 조명했다면, 단순 흥미 그 이상의 의미를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SBS는 부적절한 자막을 사용해 논란까지 빚었다. 오프닝에서 가비가 브리트니 스피어스 ‘TOXIC’에 맞춰 춤을 췄고, 이때 화면에는 유수빈의 얼굴과 함께 ‘누나 나 쥬겅ㅠ’이라는 자막이 화면에 삽입됐던 것. 방송 이후 네티즌들은 해당 자막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성희롱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SBS 관계자는 “성희롱적 의도를 가지고 사용한 것이 절대 아니다. 특정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구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으나, 성희롱이 아니더라도 오프닝 무대에서 댄스를 선보이게 하고 과한 리액션으로 그들을 띄우는 무성의한 방식으론 그들의 매력을 제대로 조명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인기 프로그램, 출연진을 활용하는 방식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출연진이 직접 SNS, 유튜브 등으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는 물론, tvN은 최근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리즈 악역 3인방 엄기준, 봉태규, 윤종훈을 앞세운 예능프로그램 ‘해치지 않아’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요리하고, 일상을 보내는 관찰 예능으로, 이미 시즌을 거듭하며 다져진 이들의 케미스트리를 적극 활용하며 잔잔한 재미를 선사 중이다.
배드민턴계의 아이돌을 꿈꾸는 라켓소년단의 소년체전 도전기를 다룬 SBS 드라마 ‘라켓소년단’의 흥행 이후 ‘라켓보이즈’라는 배드민턴 소재의 예능프로그램이 탄생하기도 했다. ‘해치지 않아’처럼 드라마의 세계관을 활용하진 않지만, 흥행 소재를 영리하게 활용한 좋은 사례가 되기도 했다.
콘텐츠는 다양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식도 그만큼 폭넓어진 현재, MBC와 SBS의 안일한 게스트 활용법이 더욱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