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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뽑힌 날'…대구서 초반 기선제압 나선 이재명 "난 실용주의자"

대구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1.11.06 08:48 수정 2021.11.06 13:29

尹 국힘 후보 선출 날, 보란 듯이 '보수 심장' 대구 방문

경북대 강연·서문시장 등 찾으며 청년층·보수층 공략

"좋은 정책, 朴·DJ 따지지 말아야…좌우 따지기, 퇴행적"

5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이재명 후보 측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5일 보란 듯이 '보수의 심장'인 대구를 찾았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첫 지역 행보다. 이 후보는 이날 청년 지지자 백명수 씨(25)와 점심을 함께했고, 경북대학교를 찾아 학생들을 만났다. 이후 대구 민심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는 서문시장을 방문해 민심을 청취했다. 이 후보는 이날 거듭 진영 논리를 벗어난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동시에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중도·보수층 표심에 호소했다. 자신의 취약층·취약지 공략을 통해 본게임 시작 전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 "바지 한번 벗어봐"…연호·야유 뒤섞인 '서문시장'

이 후보는 이날 오후 4시 30분쯤 대구 서문시장에 도착했다. 이 후보를 보려고 몰려든 인파로 걸음을 옮기기 어려울 정도의 혼잡이 빚어졌다. 수 분간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은 합니다" 등의 구호가 이어졌고, '대한민국 대전환' '개발이익 국민환수'라고 적힌 미니 현수막을 흔들어대는 열성 지지자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 후보에게 꽃이나 생수병을 선물하는 이들도 있었다. 반면 일부 시민과 보수 유튜버들은 이 후보를 향해 "개XX" "형수한테 욕해봐라" "바지 한번 벗어봐라" 등 욕설과 야유를 보냈다.


시장을 둘러본 뒤 상인들과 간담회를 시작한 경북 안동 출신의 이 후보는 고향에 대한 친밀감을 각별하게 드러냈다. 그는 "지방 순회 일정으로 처음으로 고향에 왔다"며 "제가 태를 묻은 곳이고 앞으로 제 육신도 묻을 곳인데 대구·경북 경제가 지금보다 훨씬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 화폐와 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강조했다.


이어 "아까 (경북대에서) 강연할 때 '왜 박정희 얘기를 하느냐'고 하더라. 사람들 마음속에 편이 있는 것이다. '당신은 진보고 그쪽은 보수인데' 이런 의문이 있는 것"이라며 "색깔, 좌·우, 진보·보수를 넘어 국민들에게 필요한 일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해 나가는 게 정치다. 출신 지역, 이념, 사상 이런 것을 따지는 건 국민에 대한 배신 행위"라고 했다.

李, 尹 선출 관련 "오늘은 축하… 정책과 비전 중심으로 경쟁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구 경북대에서 강연이 끝난 후 한 학생과 사진을 찍고 있다. ⓒ데일리안 송오미 기자

서문시장 방문에 앞서 경북대에서 '지역과 청년의 미래'라는 주제로 약 1시간 40분 동안 진행된 강연과 질의응답 때도 이 후보는 "나는 실용주의자다. 좌·우, 진보·보수 이런 거 따지는 게 매우 퇴행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좋고 효율적인 정책이면 '김대중 정책'이냐, '박정희 정책'이냐를 따지지 말아야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왼쪽도 아니고 오른쪽도 아니고, 옳은 쪽으로 간다"며 "나는 '게'가 아니다. 앞으로 바르게 가겠다"고 했다. 이날 강연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 외에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탈원전 정책에 대한 입장, 기본소득·금융·주택 정책 등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고, 이 후보는 상세히 답했다.


그는 이날 경북대 인근 식당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회사원으로 일하다 불치병으로 퇴사한 백명수 씨와 점심식사를 함께하기도 했다. 백 씨는 이 후보가 지난 7월 30일 대구에 있는 전태일 열사의 생가를 방문했을 때 '나도 대통령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던 지지자다. 이 후보는 백 씨에게 "당시 피켓을 보고 찌릿했다"며 "친구는 해줄 수 있는데 대통령 친구가 될 수 있을지는 알 수가 없다.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해 "오늘은 후보로 되신 것을 축하드린다"고 했다. 그는 이날 경북대 강연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힌 뒤 "우리가 정쟁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국민의 삶을 낫게 하고 국가를 더 희망적으로 만들지 선의의 경쟁, 잘하기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이제 당내 경선이 모두 끝났으니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 삶의 변화, 민생개혁을 위한 생산적이고 열띤 경쟁을 펼치면 좋겠다"며 "이번 대선이 정책과 비전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는 진정한 축제의 장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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