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는 암호화폐 과세 유예설…“기준 마련이 우선”
입력 2021.11.03 14:13
수정 2021.11.04 08:15
3일 민주연구원 주최 ‘가상자산 과세 현안점검 정책토론회’
“소득 있는 곳 세금 있지만 투자자·시장 보호가 우선돼야”
“가상자산은 주식과 유사…기타소득 의거한 과세는 안돼”
정부의 가상자산 과세 도입과 관련해 정치권과 업계, 학계 등 여러 분야에서 한 목소리로 조급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일면서 ‘과세 유예설’에 보다 힘이 실릴 전망이다. 특히 가상자산으로부터 생긴 소득을 명확히 분류하지 않고서는 과세가 힘들다는 의견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열린 ‘가상자산 과세 현안점검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최근 금융당국이 가산자산에 대한 입장을 바꾸고 거래소 규제와 과세를 통한 제도화에 나서고 있다”며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것은 당연하나 투자자·시장 보호 없는 과세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소가 제멋대로 가상자산 상장 후 폐지할 때, 작전세력들이 투자자를 속이고 시세조작을 할 때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답해야 한다”며 “이제 정부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안정, 산업 육성보호로 응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소득세법 개정에 따라 가상자산 과세제도를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가상자산 소득은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250만원을 초과하는 가상자산 소득에 대해 20% 소득세가 부과된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지난달 25일부터 이틀간 금융위원회에 사업자 신고를 한 암호화폐 거래소들을 불러 과세 컨설팅을 진행했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원화 거래가 가능한 4곳을 비롯해 코인 간 매매를 지원하고 있는 20여 개 거래소가 대상이 됐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가상자산 과세 정책이 근본적으로 설계가 잘못됐다고 보고 있다. 주식과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는 가상자산을 ‘기타소득’에 의거해 과세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정부의 과세안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양도차익이 얼마나 되는지는 연간으로 환산하고 직전 연도에서 손해를 봤다고 해도 그 손해를 이월해 반영해주지는 않는다. 주식은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돼 5000만원까지 공제되며 나머지 금액에 대해 세금 20%가 붙는다. 주식으로 본 손해는 최대 5년까지 이월 공제가 가능하다.
오문성 한양여자대학교 교수는 “가상자산은 기타소득이 아니라 신종 금융자산으로 분류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주식처럼 5천만원까지 공제해 주고 나머지에 대해 과세하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도 “주식과 달리 그 해 손익통산 기준으로 세금을 물게 되어 실질적인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며 “우선 가상자산을 금융투자상품의 일종으로 적용해 당장의 피해 발생을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학계와 업계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왔다. 특히 산업 부흥 관점에서 과세안을 졸속으로 도입하기 보다는 충분한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성원 핀테크 산업협회 사무처장은 “가상자산 수익을 기타소득으로 보면 안된다”며 “기타소득은 일시적, 우발적, 비반복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 취득과 보유사이에 따른 차이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가상자산은 주식과 비슷하게 보유기간에 따른 가액 변동에 의해 시세차익을 보기 때문에 성격상 기타소득과는 다르다”며 “(정부는) 가상자산 과세를 양도소득세와 유사한 성격으로 보면서 분류만 기타소득으로 하는 모순을 자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 회장은 “가상자산 생태계도 없는 상황에서 과세하겠다는 것은 해외에서 만들어진 코인과 토큰으로부터 세수를 징수하겠다는 뜻밖에 안된다”며 “과세를 유예한다고 당장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하게 공을 들여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