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미중경쟁 '선봉장' 호주와 협력 강화
입력 2021.11.02 04:00
수정 2021.11.01 22:15
文정부, 호주와 '중견국 연대' 모색
정작 호주는 美와 밀착 또 밀착
한국과 호주가 정상 및 국방 당국자 간 회담을 잇따라 개최하며 양국관계 발전에 대해 논의했다.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브레인들의 구상대로 미중 선택 압력을 낮추기 위해 '중견국 연대'를 꾀하는 모양새지만, 정작 호주가 미중경쟁 최전선에 나서고 있어 관련 구상이 어그러지는 양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이탈리아 로마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를 만나 양국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호주는 한국전쟁에 파병한 전통적 우방국"이라며 "외교·국방장관(2+2) 회의를 개최하는 등 국방 교류가 가장 활발한 나라 중 하나이다. 이러한 협력을 바탕으로 방산(방위산업)분야에서도 협력이 더욱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리슨 총리는 방산분야 협력에 공감을 표하며 "한국과 호주 간에는 장기간 에너지를 매개로 협력관계를 성공적으로 유지해 왔다. 이제는 저탄소 기술과 수소를 중심으로 하는 파트너십으로 전환을 해가는 단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회담을 통해 '한-호주 탄소중립 기술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호주 에너지부는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해당 기술 파트너십이 "인도네시아, 독일, 싱가포르, 일본, 영국과 이미 체결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다"고 밝혔다.
양국은 서울에서 별도 개최된 국방 당국자 간 면담에서도 협력 강화 의지를 피력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1일 서울 국방부 본관에서 릭 버(Rick Burr) 호주 육군참모총장을 접견해 국방 및 방산 분야 협력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서 장관은 호주의 자주포 사업에 한국 기업이 단독협상 대상으로 선정된 사실을 언급하며 이를 계기로 양국 육군이 자주포 분야 협력을 강화해 상호운용성을 증진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버 총장은 최근 인도·태평양지역 내 안보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며 역내 안정을 위한 호주의 기여 의지에 대해 설명했다고 한다.
우리 군 당국이 한-호주 양자이슈에 초점을 맞췄다면, 호주 군 당국은 미중경쟁 구도를 염두에 둔 역내 이슈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실제로 호주는 최근 미국·영국과 손잡고 중국을 겨냥한 새로운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를 출범시킨 바 있다. 호주가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영국으로부터 핵 추진 잠수함 기술까지 넘겨받기로 한 만큼, 중국 입장에선 오커스가 목엣가시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호주는 미국·일본·인도와 함께 꾸린 쿼드(QUAD)에도 참여하고 있어 미중경쟁 구도에서 사실상 '미국 측 플레이어'로 적극성을 띠는 모양새다. 이는 호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해 미중경쟁 틈바구니에서 독자 운신 폭을 확보하려던 문 정부 구상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호주의 연이은 대미 밀착행보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오커스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양국 장관은 오커스를 '전형적인 군사집단'으로 규정하고 "미국·영국·호주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소그룹을 형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