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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전종서, 할리우드서 달라진 국내 배우들의 쓰임새와 위상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1.11.01 14:10 수정 2021.11.01 09:11

"OTT 타고 더 많은 기회 생길 것"

"오디션은 없었다"


배우 마동석이 '이터널스' 화상 간담회에서 합류 과정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메가폰을 잡은 클로이 자오 감독과 마블 스튜디오 측에서 마동석의 전작을 분석하고 구글에서 그의 인생사까지 검색한 후 마동석에게 출연 제안을 건넨 것이다. 이는 할리우드에서 국내 배우의 입지가 달라졌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상징적인 답변이었다.


'이터널스'는 마블 세계관(MCU)의 이 25번째 영화로, 페이즈 4의 포문을 여는 작품이다. 이터널스가 인류의 가장 오래되노 적 데비안츠'에 맞서 뭉치는 여정을 담았다. 길가메시는 수천 년을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 일원이다. 원작 코믹스에서 길가메시는 아시안 캐릭터가 아니었다. 마블 스튜디오 측에서 마동석에게 맞게 길가메시 설정을 바꿨다.


예고편에서 등장했던 길가메시의 펀치나, 손바닥으로 때리는 스매시 동작은 그동안 '부산행', '범죄 도시' 등 그가 출연했던 액션 영화에서 나왔던 그의 시그니처 포즈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마동석에 대한 헌사로 그의 시그니처 액션을 '이터널스'에 넣었다.


이외에도 영화에서 국내 배우에게 사랑받았던 마동석의 모습들을 길가메시에서 엿볼 수 있다. 마블 측에서 마동석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꽤나 꼼꼼하게 분석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길가메시가 테나(안젤리나 졸리)를 곁에서 지키는 히어로지만, 이터널스 내 메인 히어로는 아니라 분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으나, 안젤리나 졸리와 특별한 우정을 나누거나, 그가 선사하는 거침없는 액션의 타격 등 존재감 만큼은 확실하다.


'버닝'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충무로 대세 반열에 오른 전종서는 미국 영화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주인공으로 발탁돼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모나리자 블러드 문'은 뉴올리언스의 정신병원에 갇혀 있던 소녀 모나가 초자연적인 힘으로 정신병원을 탈출해 밤거리를 헤매다 한물간 스트립 댄서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SF 영화다. 전종서는 다른 사람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소녀 모나 역을 맡아 케이트 허드슨과 호흡을 맞췄다.


영화는 지난 7월에 열린 제78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으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오픈 시네마 섹션에 초청됐다. 전종서는 전 세계 영화인이 모인 자리에서 '버닝'에 이어 또다시 국제 무대에서 자신의 연기력을 선보일 수 있었다. 지금까지 공개된 전종서의 작품은 '버닝'과 '콜' 두 작품뿐이다. 애나 릴리 아미푸르 감독은 그의 가능성과 유니크한 분위기에 알아보고 집중해 전종서로 하여금 소녀 모나의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박서준도 마블 스튜디오 작품으로 또 한 명의 글로벌 스타 자리를 대기 중이다. 박서준의 소속사는 출연 작품과 배역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으나 앞서 미국 최대 영화 정보 사이트 아이엠디비(IMDb)에는 '더 마블스'의 캐스팅 정보가 올라왔고, 박서준은 브리 라슨, 재위 애시턴, 테요나 패리스에 이어 네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박서준 다음으로 주요 캐릭터 중 하나인 미즈 마블 역의 이만 벨라니가 올라 있어, 박서준이 맡은 배역의 비중이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전 세계 영화제와 시상식을 휩쓴 '기생충'에 짧게 출연했던 박서준은 수현, 마동석 이후로 마블 스튜디오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


유태오도 할리우드 진출 소식을 전했다. '미나리' '문라이트'를 제작한 제작·배급사 A24와 CJ ENM이 공동 투자 및 제작하는 '페스트 라이브즈'(Past Lives)에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이 영화는 셀린 송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며, 넷플릭스 '러시아 인형처럼', 영화 '시스터스'의 그레타 리가 함께 출연한다. 또한 존 마가로가 조연 출연을 확정 지었다. 앞서 '레토'(2019)로 해외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유태오가 할리우드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길지 주목된다.


아시안 배우들은 할리우드 작품에서 변방의 인물로 그려지거나 구색 맞추기, 혹은 특정 배역에만 머물렀다. 심지어 동양인 역할도 백인들로 발탁해 화이트워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에 할리우드에서는 높아진 아시아 위상과 다양성에 대한 요구 등의 목소리가 꾸준히 높아져왔다. 이 흐름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영화 '미나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 등 완성도 높은 한국 콘텐츠 작품들이 연이어 만나 할리우드에서 한국 콘텐츠, 배우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현상은 일시적이 아닌, 점점 더 확대되어 갈 것으로 보인다.


마동석은 약 6년 전, 영화 '부산행'이 해외에 알려지고 난 후 할리우드에서부터 여러 가지 제안들이 들어왔다면서 예고된 흐름이라고 바라봤다. 마동석은 "현재 한국 콘텐츠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이전부터 한국에서는 좋은 작품들이 나오고 있었다. 많이 알려지지 못했을 뿐이다. OTT가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라며 "이제 더 많은 기회들이 생길 것이다"라고 바라봤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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