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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결정적 장면⑧] 고현정 얼굴 얘기는 그만, 누구 추리가 맞을까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입력 2021.10.19 13:30
수정 2021.10.20 13:31

JTBC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기대 포인트와 걸림돌

빨강 정희주 역의 배우 고현정 ⓒ이하 JTBC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홈페이지 내 현장스케치

가을 안방극장이 스타 배우, 그것도 연기파 여자 배우들의 귀환으로 풍년이다. 전도연에 이어 고현정이 시청자를 만나고 있고, 전지현에 이어 이영애도 이번 주말부터 한 주 간격으로 가세한다.


모든 건 양면성이 있기 마련이어서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를 주 2회씩 극장에 가지 않아도 TV 드라마로 볼 수 있으니 반가운 게 우선, 코로나19로 극장가가 어려운 데다 그마저도 주로 남자 배우들이 주축인 장르가 대세다 보니 TV로 몰리나 싶어 안타까운 면도 있다.


먼저 맨 처음 나선 전도연의 성적표는 아쉽다. 드라마 내용이 어둡고 어렵다는 반응 속에 ‘인간실격’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고, 시청률도 2%가 장벽으로 느껴질 정도다.


뒤이어 등장한 고현정의 성적은 이제 ‘너를 닮은 사람’(연출 임현욱, 극본 유보라)이 2회까지밖에 방영하지 않았으므로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2%는 넘어섰고 앞으로 14회분이 더 남았으니 낙담은 이르다.


초록 구해원 역의 배우 신현빈 ⓒ

시청자 호평에 따른, 시청률 상승 가능성은 충분하다. 드라마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된 고현정의 미모,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장겨울 선생’인가 눈을 씻고 보게 하는 배우 신현빈의 변신, 빨강(고현정 분 정희주)과 초록(신현빈 분 구해원)의 대비와 공들인 카메라 앵글 등 눈을 호강하게 하는 미장센, 안방극장임을 잊게 하는 미스터리 추리 장르, 누구 하나 눈 밖에 나지 않는 배우들의 연기. 볼거리와 주목할 내용이 많아 흥미진진하다.


화제성을 키우는 요소들 가운데 동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요소도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미스터리 추리 장르 부분이다. 어떤 이는 2회까지 방영하고도 아직도 진실의 실체에 다가갈 수 없는 상황, 아직도 복선에 복선만 깔리고 본격적 전개를 시작하지 않는 방식을 즐긴다. 이토록 많이 까는 밑밥이 장차 어떻게 얽히고설킬지 또 어떤 결말로 치달을지 짜릿한 기대를 키우는 이들도 적지 않다.


반면, 보통의 드라마들은 2회까지면 전체 구도가 잡히기에, 2회까지의 느린 전개와 초석 다지기에는 훈련이 돼 있기에, 그 템포에 맞춰 드라마를 시청했는데 여전히 ‘증거 모으기’ 일선에서 시청자를 거둬들이지 않자 피로를 호소하기도 하고 역정을 내기도 한다. ‘결별’ 의사를 표하는 이도 더러 있다.


화제만발 ⓒ

다른 하나는 고현정의 미모다. 시청자 게시판을 보면 “살 빼니 너무 예쁘다”는 쪽, “살을 너무 빼서 입 주위가 어색하고 발음도 뭉개진다”는 쪽, “살쪄도 탈, 살 빼도 탈, 어쩌라는 거냐”는 쪽, “이만큼 예쁘면 됐지 이제 외모 얘기 그만하고 드라마에 집중하자”는 쪽, 각양각색이다.


방영 전부터 ‘회춘’한 사진들이 배포되고 사전 홍보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니 외모에 집중하는 시청자를 탓할 수만도 없다. 무엇을 볼 것인가, 스포트라이트를 고현정의 외형에 비춰 놓고는 왜 외모만 보냐고 할 수는 없다. 고정된 사진과 움직이는 동영상에서 확인되는 차이를 분석하고, 단순 외모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연기력과 결부되는 부분을 관찰하고, 주인공에 관한 관심을 시작으로 드라마에 입문하는 건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다만! 2회까지 방영됐다. 충분히 뜯어봤고 얘기 나눴다. 게다가 ‘너를 닮은 사람’이라는 드라마가 고현정 외모만 얘기하기엔 문제작이다.


'미미' '미또' 구해원이 안리사에게 건넨 귓속말은 무엇일까 ⓒ

긴 영화를 한 편 상영하려는 듯, 16회로 나눠진 드라마의 특성과 회차마다 소결되어야 하는 문법을 뒤로 하고, 긴 호흡으로 전개하는 것에 대해 호와 불호는 나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새로운 시도’에 대해 주목해 볼 만큼 탄탄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고현정 외에도 신현빈, 최원영, 김재영, 장혜진, 김상호, 신동욱, 홍서준, 김수안, 신혜지 등의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 등 비밀을 감춘 인물이 너무 많고 ‘캐낼 이야기’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만큼 스스로 호흡 조절하며 한 장면, 대사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정신 바짝 차리고 봐야 하는 드라마다. 시청자도 이미 알고 있다. “(희주) 언니에게 아들이 있었어요?”라는 해원의 대사 하나를 놓치지 않고 아들 호수(김동하 분)가 주희의 친아들인지, 혹시 생부가 남편 안현성(최원영 분)이 아니라 서우재(김재영 분)의 아들인지 의심의 눈초리를 겨눈다.


“뭘 하나 잃어버렸다”는 현성의 대사를 놓고도 현성과 우재가 동성애인 것인지, 아내 희주와 우재의 불륜을 알고 화가 난 현성이 우재를 해쳐서 해외 아일랜드 병원에 감금하듯 입원시켜 놓은 것인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주목한다.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다 ⓒ

동성애 의심은 현성과 우재에게로만 향하는 게 아니다. 혹시 희주와 해원의 과한 친밀과 애정을 다르게 보기도 하고, 희주에게 남자도 화풍과 화가라는 미래도 빼앗겨버린 해원의 치정 복수극일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한없이 다정하고 사이좋은 부부로 보이면서도 해원이 한나임을 알게 됐으면서도 그 사실을 남편 현성에게 말하지 않는 희주가 감추고 있는 비밀이 어디까지인지, 한없이 웃고만 있는 ‘가면’ 뒤에 감춰진 진짜 얼굴은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집안으로 희주를 들이지 않는 안민서(장혜진 분)의 행동과 목을 가리는 모습에 대해서도 대외적으로는 처가의 ‘종 노릇’을 하는 남편 이형기(홍서준 분)의 가정폭력일 것이라는 예상과 민서의 불륜과 관련된 장면일 것이라는 해석이 엇갈린다. 정희주의 동생 선우(신동욱 분)가 고해성사를 해야 하는 내용과의 연관성도 추측한다.


그 밖에도 묘한 분위기의 윤상호(김상호 분)가 해원네 동네에 술집을 내고 해탈한 분위기의 이동미(박성연 분)가 세상과 등지고 바닷가에 침잠해 살게 된 배경, 해원이 알고 있는 희주의 딸 리사(김수안 분)의 비밀, 해원과 리사 친구 이주영(신혜지 분)의 사이… 등등. 파악해 나가야 할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너를 닮은 사람'이라는 그림은 어떻게 완성될까 ⓒ

단서를 모아 추리를 통해 실체와 본질에 접근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이자. 조건이 있다면 배우들의 외모와 표정, 연기에 관한 판단은 잠시 보류. 고현정이 어색하게 웃고 가식적인 듯 말하는 데에도, 신현빈이 과하다 싶은 연기와 ‘조커’ 같은 표정을 하는 것에도, 최원영이 왜 출연했나 싶게 무색무취로 연기하는 것에도 ‘다 이유가 있으려니’ 기다려 보자. 무슨 비밀을 감추고 있길래, 무슨 사연이 있길래, 어떤 대반전을 보여주려고 이러는지 조금은 더 지켜보자.


고현정의 달라진 외모 얘기는 그만. 이 정도 경력과 실력의 배우가 외모마저 완벽해야 하는 건 잔인하고, ‘딴 짓’ 말고 집중해야 할 만큼 복잡한 매력의 드라마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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