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이재영·이다영, 흥분한 구단은 도배 “슈퍼스타!”
입력 2021.10.19 09:33
수정 2021.10.19 14:48
그리스 PAOK 구단, 이재영·이다영 띄우기 돌입
외국인선수 출전 제한에도 기회 많이 얻을 듯
학교폭력 파문으로 국내서 설자리를 잃은 이재영 이다영이 그리스 리그 출격을 앞두고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는 17일(현지시각) 그리스에 도착했다. 우여곡절 끝에 국제배구연맹(FIVB)이 직권으로 ITC를 발급한 지 약 3주 만의 입국이다. 구단 공식 SNS를 통해 “둘의 입국은 매우 흥분되는 일”이라며 들떴던 PAOK 테살로니키 구단은 포가치오티스 단장을 비롯해 구단 관계자들이 공항으로 마중 나와 둘을 환대했다.
지난 시즌보다 약 80% 정도 깎인 연봉을 받지만, 이재영 이다영은 구단의 환대에 환한 미소를 띠었다.
무거운 표정으로 쫓기듯 인천국제공항출국장을 빠져나갔을 때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출국장에서 취재진을 만난 자매는 쏟아지는 질문에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겼을 뿐, 시종일관 묵묵부답이었다. 숱한 논란을 뒤로하고 한국을 떠나면서 끝까지 학교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자매 옆에 있던 배구 국가대표 출신의 어머니 김경희 씨만 “고개 들어” “정신 차려라” 등의 목소리만 들렸다.
둘은 지난 2월 학창시절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 국가대표 자격을 영구 박탈 당했다. 원 소속 구단인 흥국생명에서도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후 해외 진출을 모색했고, PAOK와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이다영은 사생활 문제까지 불거졌다. 2018년 이다영과 결혼했다가 가정 폭력 때문에 이혼했다고 폭로한 전 남편과 출국 직전까지 공방을 벌이다 떠났다.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 꽃다발을 안은 둘의 표정은 밝았다. 구단과의 공식 인터뷰를 가지며 현지 팬들에게 인사와 각오도 전했다.
통역과 함께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재영은 "너무 좋고, 기대도 많이 된다. 영광스러운 자리에 올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고, 이다영은 "그리스에 오게 돼 너무 기쁘고,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게 돼 기쁘다"는 입단 소감을 전했다.
그리스 리그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재영은 "(그리스에)오기 전 (그리스 리그 경기)영상을 봤다. 멋진 선수들이 많았다. 기대가 되고 빨리 뛰고 싶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PAOK에 입단한 마야(밀라그로스 콜라)와의 인연을 묻는 질문에 이다영은 “연락은 못하고 지내왔다”고 말했다. 이다영은 V-리그 2018-19시즌 현대건설 시절 함께 뛰며 공격수와 세터로 호흡을 맞췄다. 마야 SNS에는 이다영과 함께 다녔던 한국 맛집 등의 사진이 여전히 게재되어 있다.
인터뷰 영상을 구단 공식 유튜브에 재빨리 업로드한 PAOK 구단은 공식 홈페이지를 이재영 이다영의 입국 사진 등으로 도배하며 ‘띄우기’에 나섰다. ‘환영합니다’는 한글문구를 배경으로 놓고 이재영 이다영의 사진을 메인(슬라이드)에 배치했다. 또 한국 V-리그 신인왕과 MVP를 차지한 레프트 이재영을 ‘슈퍼스타’로 칭했고, V-리그와 컵대회 우승을 이끈 세터 이다영은 ‘마스터’라고 소개했다.
김연경이 활약했던 터키 리그에 비해 수준이 낮은 그리스리그의 PAOK는 2019-20시즌 14개팀 중 5위에 머물렀지만, 지난 시즌은 코로나19로 리그 중단이 되기 전까지 B조 1위(7승1패)를 달렸다. 올 시즌도 상위권 후보로 꼽힌다.
그리스 리그는 4명까지 외국인 선수를 보유할 수 있다. 한 경기에 외국인 3명 출전이 가능하다. PAOK는 이재영 이다영 포함 5명의 외국인 선수와 계약했다. 레프트가 5명에 이르지만 이재영이 많은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다영 역시 총 2명뿐인 세터 포지션이라 출전경기가 많을 전망이다.
그리스 리그는 지난 9일 개막, 이재영 이다영은 팀 훈련에 합류한 뒤 데뷔 시점을 조율할 계획이다. 둘은 출국을 앞두고 진주 모교에서 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후배들이 없는 야간시간을 이용해 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PAOK의 다음 경기는 오는 2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