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예능·드라마에서 ‘중심’이 된 여성들
입력 2021.10.18 11:01
수정 2021.10.18 08:50
‘스트릿 우먼 파이터’→‘원 더 우먼’
여성들 활약 돋보이는 작푸들
스포츠인부터 댄서들까지. 예능가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드라마들도 재벌과 히어로 등 다양한 캐릭터들을 통해 여성에 주목 중이다.
축구하는 여성 연예인들의 분투를 담아낸 SBS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은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시즌2 제작이 확정됐다. 여성 댄서들의 치열한 대결을 담은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는 그간 대중들에게 덜 알려졌던 그들의 실력과 매력을 제대로 느끼게 하며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 전에는 여성 스포츠인들이 ‘놀아 보는’ 이야기를 담은 E채널 ‘노는 언니’가 있었다. 그들이 게임을 하며 승부욕을 불태우는 모습과 함께 도전하며 즐기는 모습을 조화롭게 담으며 호평을 받았고, 현재 시즌2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최근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나선 예능들이 주목받는 가운데, 이 성공이 더욱 의미 있는 건 여성 연예인들이 몸을 쓰고, 경쟁하는 것은 재미가 없다는 기존의 틀을 깼다는 것이다. ‘골때녀’는 ‘여성들이 뛰는 경기가 재밌을까?’라는 편견 탓에 주로 남성 연예인들의 차지가 되곤 했던 스포츠 예능의 흐름을 바꿨다. 화장기 없는 얼굴로, 머리를 질끈 묶은 채 이를 악물고 뛰는 여성 출연진들의 투지에 시청자들은 감동했고, 여성들도 충분히 에너지 넘치고 치열한 경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증명했다.
‘스우파’ 역시 ‘센 언니’ 프레임을 깨고 있다. 그간 예능가에서는 여성들의 경쟁을 신경전 또는 기싸움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거침없고 당당한 여성들을 향해선 ‘센 언니’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을 한정시켰다.
하지만 ‘스우파’에서는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한 댄서들이 당당하게 대결에 임하면서도, 상대방을 존중하며 공정하게 경쟁 중이다. 같은 팀원들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끈끈하게 뭉치며 남다른 연대를 보여주기도 한다. 프로그램 초반에는 갈등 부각을 위해 그들의 미묘한 관계를 강조하긴 했으나, 현재는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실력을 보여준 뒤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는 그들의 쿨한 모습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그동안 예능들이 담아 온 여성들의 모습에서 벗어난 활약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긴 것이다.
드라마들도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을 중심에 내세우고 있다. 재벌가 여성들의 연대를 다룬 tvN 드라마 ‘마인’이 지난 5월 호평 속에 종영됐다. 현재는 여성 히어로의 활약을 담는 SBS ‘원 더 우먼’을 비롯해 치정 미스터리 ‘하이 클래스’, 두 여성의 갈등을 그리는 JTBC ‘너를 닮은 사람’ 등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물론 여성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엄마나 아내, 조력자가 아닌 오롯이 서사의 주인공이 되는 여성 캐릭터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마인’은 재벌가에서 여성은 누군가의 아내, 또는 며느리나 시어머니로만 그려지곤 했던 기존의 틀을 뒤집었다. 효원가의 주인이 서현이었던 것도 새로웠지만, 효원가의 여성들이 서로를 지지하고 도우며 인생의 진짜 주인공이 돼가는 과정도 뭉클하게 그려졌었다.
‘원 더 우먼’ 역시도 마찬가지다. 여주인공들은 수동적이고, 보호받는 여성 캐릭터의 전형성을 깨며, 서사를 제대로 이끌고 있다. ‘원 더 우먼’의 재벌가 며느리 강미나(이하늬 분)는 스스로 그곳을 걸어 나와 자신의 삶을 되찾고 있으며, 조연주(이하늬 분) 또한 오롯이 자신의 능력으로 위기를 타파하며 활약 중이다. 검사로서의 능력은 물론, 화려한 발차기를 겸비한 액션까지 선보이며 여성 히어로의 탄생을 알리고 있다.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도, 기존의 편견을 깨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곤 했던 방송가의 반가운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무늬만 주인공이 아닌, 작품의 진짜 주인공이 되고 있는 여성들이 예능, 드라마에서 또 어떤 신선한 활약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