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일의 역주행] 바람 잘 날 없는 쇼트트랙, 메달이 무슨 소용?
입력 2021.10.16 07:00
수정 2021.10.15 22:50
심석희 동료 선수들 험담 이어 승부조작 의혹까지
과거부터 잊을만 하면 각종 사건 사고로 눈총 받아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사건사고. 세계 최강이라 자부하는 한국 쇼트트랙의 불편한 이면이다.
국민들로부터 많은 사랑과 격려를 받았던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발 파문’이 한국 빙상계를 뒤흔들고 있다.
최근 한 매체는 심석희가 2018 평창 올림픽 당시 대표팀 모 코치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대표팀 동료였던 최민정, 김아랑 등에 대한 험담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공개된 메시지에 따르면, 심석희는 최민정이 달리던 길을 일부러 막아 메달 획득을 저지했다는 정황이 포착된다. 실제 평창 올림픽 당시 두 선수는 뒤엉켜 넘어져 메달을 얻는데 실패했다.
이에 대해 심석희 측은 승부 조작 및 고의 여부에 대해 단호하게 부인하고 있으나 최민정 측이 당시의 상황을 면밀하게 조사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빙상연맹 측은 심석희를 대표팀 선수들과 떼어놓기로 했으며 베이징에서 열리는 월드컵 1차 대회에서도 제외시키기로 했다.
메시지 공개 후 심석희와 선수들 간의 신뢰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심석희가 대표팀에 합류해 내년 초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할 경우 여자 계주에서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 선수들 입장에서 이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결국 극적인 화해무드가 조성되지 않는 한 심석희의 올림픽 출전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쇼트트랙의 잡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에 선발 선수들의 부모들은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 코치의 대표팀 합류 반대에 나섰다. 선수들에게 순위 조작을 시키고 말을 듣지 않은 선수에게는 구타를 방조했다는 것이 당시 부모들의 설명이었다.
올림픽 전후로 벌어지는 파벌 싸움은 팬들에게 흔한 소식이 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메달을 나눠갖기 위해 ‘순위 짬짜미’를 벌여 사나운 눈총을 받는가 하면 특정 코칭스태프의 제왕적 권력이 근원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파벌에 의해 편을 가르는 것은 물론 평창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선수가 후배 선수의 바지를 내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 쇼트트랙은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뒤 비교 불가의 압도적 성적을 거뒀다. 지금까지 쇼트트랙에서 나온 56개의 금메달 중 한국이 25개를 휩쓸고 있으며 총 메달 획득에서도 168개 중 49개가 한국의 몫이었다.
그러나 한국 쇼트트랙은 잊을만하면 각종 사고 및 추문에 휩싸이며 선수 및 관계자들이 세계 최강의 위상에 스스로 먹칠을 하고 있다. 뼈를 깎는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그저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