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th BIFF] '젠산펀치' 쇼겐 "7년 전 영화 첫 기획, 브리얀테 멘도자 감독 만나 완성"
입력 2021.10.15 08:37
수정 2021.10.15 08:38
차기작은 인도 감독과 진행 중
일본 배우 쇼겐이 기획과 주연을 맡고 필리핀의 브리얀테 멘도자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젠산펀치'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의 창-지석상에 초청됐다. 4회째를 맞는 이 부분은 그 해 가장 주목할 만한 아시아 중견 감독의 신작을 대상으로 한다.
'젠산펀치'는 장애를 가진 권투선수가 정식 선수 자격증을 얻기 위해 차별의 시선과 싸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쇼겐이 실존인물 츠지야마 나오즈미의 인생을 알고 난 후, 감명을 받아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시작이 됐다.
보통 감독이나 제작사가 영화를 구성한 후 배우를 캐스팅하지만, '젠산펀치'는 쇼겐이 이 영화를 만들어 줄 감독을 찾아다녔다. 평소 친분이 있던 에릭 쿠 감독에게 브리얀테 멘도쟈 감독을 소개 받았고, 그가 '젠산펀치'를 연출하는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멘도쟈 감독과 만난 곳이 부산이다.
"3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멘도쟈 감독님을 처음 만나 '젠산펀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러다보니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이렇게 영화를 선보일 수 있고, 이야기할 수 있게 돼 감회가 새롭습니다.(웃음) 처음에는 감독님이 반응이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적극적으로 설득했죠. 부산에서 만난 이후 호응이 없어 프로듀서와 함께 필리핀까지 날아갔죠. 멘도쟈 감독님은 외부에서 기획한 작품을 연출한 적이 없어 주저하셨지만, 곧 마음을 열고 함께해주셨어요."
실존인물 나오즈미 츠지야마는 의족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복서 자격증을 받을 수 없없다. 쇼겐은 나오즈미의 삶에서 과거의 자신을 발견했고, 영화를 꼭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에 츠지야마 나오즈미를 찾아가 인생을 영화로 만드는 것을 허락 받았다.
"원래 복싱에 관심이 있었어요. 복서는 언젠간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었고요. 이 역할의 실존 모델인 츠지야마 나오즈미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감명 받았어요. 저도 처음에 배우를 시작하려고 할 때, 일본인같지 않은 외모로 '너는 일본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을 것'이라는 소리를 듣고 거절 당했었거든요. 그 때 당시는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일본이 아니더라도 전 세계에서 활동해보자 싶어서 영어를 공부하기도 했어요."
'젠산펀치'의 츠야마는 쇼겐의 실제 모습도 투영돼 만들어진 캐릭터다. 쇼겐은 지기 싫어하는 모습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홀로 나아가는 모습, 그리고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은 설정들이 실존인물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감독님과 처음 만났을 때 가치관이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신뢰감을 구축했어요. 실존인물과 저의 인생에 대해 모두 아셨기 때문에 적절히 섞어서 각색해주셨죠."
브리얀테 멘도자 감독은 배우에게 미리 대본을 보여주지 않는다. 촬영 전 대사가 적힌 메모장을 배우에게 전달해 날 것의 모습을 담는다. 쇼겐에게 이 작업은 이색적이고 신선했다.
"대본을 미리 볼 수 없으니 다음 장면에 무슨 장면이 나올지 몰라요.(웃음) 보통 영화들과 촬영 방식이 확실히 달랐죠. 그래서 항상 캐릭터를 혼자 생각해야 했고, 매번 긴장할 수 밖에 없었지만 계산된 연기가 아닌, 사실적인 연기들이 나왔어요."
3개월 동안 필리핀의 복싱 체육관에서 실제 선수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함께 지내는 동안 필리핀과 일본의 문화에 다른 점을 피부로 느끼기도 했다.
"일본 복서들은 자신의 꿈이기에 복싱을 시작하지만, 필리핀 복서들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필리핀에서 복싱 챔피언이 된 주인공에게도 중요한 부분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차이였습니다."
쇼겐은 '젠산펀치'를 통해 꿈 앞에서 좌절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고 싶다. 이 기획을 만들겠다고 나선지 7년이 됐고, 고군분투 속에 완성된 것 자체가 '스스로 꿈을 이루어 나간다'는 영화 속 메시지와도 연결된다.
"하고싶은 일이 있어도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자신을 믿고 헤쳐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목표나 꿈을 달성하지 못해도 이 과정을 통해 얻는 것이 분명 있을 겁니다.
쇼겐은 이번 작품을 시작으로 아시아 각국의 감독들과 함께 의미있는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먼훗날에는 자신이 직접 메가폰을 잡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
"다음 작품은 인도의 감독님과 함께하게 됐어요. 계속 여러 국가의 영화인들과 협업하며 아시아의 중심이 되고 싶어요. 한국의 영화인과도 기회가 된다면 꼭 함께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