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미가요 들으니…" 단두대 매치서 내려온 일본 감독 '울컥'
입력 2021.10.13 18:05
수정 2021.10.13 18:08
월드컵 최종예선 호주전 2-1 신승...경질 압박 벗어나
경기 전 눈물 흘린 상황에 대해 "팬들 성원에 감동"
일본 축구대표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울컥했다.
일본은 12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2 FIFA(국제축구연맹)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4차전에서 호주를 2-1로 제압했다.
킥오프 8분 만에 다나카 아오가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1-0 리드를 잡았다. 몇 차례 유효슈팅을 시도했지만 추가골을 넣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24분에는 페널티박스 아크 부근에서 내준 프리킥 때 동점골을 허용했다. 승리가 아니면 경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일본 언론들의 전망이 쏟아진 가운데 모리야스 감독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에 행운이 찾아왔다. 후반 40분 요시다 마야의 롱 패스를 아사노 다쿠마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왼발로 슈팅했다. 선방쇼를 펼친 라이언에게 막히는 듯했지만, 공이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와 호주 수비수 베히치 몸에 맞고 골문으로 들어갔다. 호주 자책골로 2-1 리드를 잡은 일본은 진땀승을 거뒀다.
최종예선 3경기 만에 2패를 당해 궁지에 물렸던 일본은 선두를 달리던 호주를 잡고 2승2패(승점6)를 기록했다. 베트남 박항서호를 꺾은 오만에 골득실에서 밀려 조 4위에 머물렀지만, 2위로 내려앉은 호주(3승1패승점9)와의 승점차를 3으로 좁혔다. 중국을 완파하고 단독 선두가 된 사우디아라비아(승점9)와의 승점차는 6을 유지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B조 시드를 받은 팀으로서 지금의 성적표는 굴욕에 가깝다. 최종예선 3경기에서 오만/사우디에 패했고, 중국도 가까스로 꺾었다. 일본 축구팬들의 감독 경질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호주전을 앞두고 일본축구협회는 “아직 최종예선 경기가 많이 남아있다. 호주전을 통해 분위기를 바꾸도록 감독과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실망한 팬들을 달랬고, 기대대로 일본은 호주전 승리로 기사회생했다.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마음고생 심했던 모리야스 감독은 경기 전후 울컥했다. 일본 매체들은 모리야스 감독의 눈물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모리야스 감독은 경기 후 일본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일본)국가가 나올 때 눈물이 고였다. 실망스러운 성적에도 팬들이 국기를(일장기)를 흔들며 우리를 응원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감동을 받았다”고 울컥하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팬들의 성원이 절실하다. 남은 경기도 호주전과 같은 결과를 이끌어내겠다”고 약속했다.
단두대 매치로 불릴 만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헤쳐나가야 할 길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하지만 타지마 고조 일본축구협회 회장은 경기 후 "(심리적)압박 속에도 승리를 차지한 것은 큰 성과"라고 평가하며 감독 교체에 대해서는 “호주전에서 결과가 나왔다. 교체를 검토할 시점이 아니다”라며 모리야스 감독에게 신뢰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