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대 28 참패 충격…이재명 지지층 "역선택이다"
입력 2021.10.13 00:25
수정 2021.10.12 23:12
3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패닉
경선 승리 컨벤션 효과 기대 어려워
'대장동 게이트' 파장 최소화에 진땀
'역선택' '이낙연 조직동원' 등 의심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지만, 경선 결과에 대한 파장이 만만치 않다.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이재명 후보가 28.30%의 득표율로 참패하며 여론의 변화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결과에 이재명 지사의 후보직 수락 메시지가 묻힌 것은 물론이고, 경선 승리에 따른 컨벤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 후보 지지층은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 구속 등 대장동 이슈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나 그것만으로는 득표율 수직 하락의 이유를 다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 진행됐던 서울·경기 지역 경선에서 이 후보가 과반 압승을 했다는 게 반론의 주요 근거다.
제기된 가설 중 하나는 이낙연 후보 측의 전략적 조직 동원이다. 3차 선거인단이 모집된 시기는 9월 1월부터 14일까지인데, 충청·대구경북·강원 경선과 1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나왔던 때다. 이재명 후보의 과반 승리에 위기감을 느낀 이낙연 후보 지지층이 대거 선거인단에 등록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낙연 후보가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며 배수진을 쳤던 시기와도 겹친다.
1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3차 선거인단 모집은 이낙연 후보가 의원직을 사퇴했던 딱 그 시기였다”며 “호남 유권자들이나 중도층은 이낙연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갭이 너무 크니 ‘체면을 세워주자’ ‘이렇게 싱겁게 끝나면 안 된다’ 이런 심리가 있었다”고 했다.
나아가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야권의 ‘역선택’을 의심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지지층이 민주당 선거인단에 대거 등록해 이낙연 후보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실제 ‘친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역선택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80%가 넘는 높은 투표율도 역선택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박시영 윈지코리아 대표는 “공교롭게 (3차 선거인단 모집) 당시 고발 사주 의혹이 제기됐고 (윤석열 후보 지지층에) 위기감이 형성됐다”면서 야권 지지층의 선거인단 유입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역선택 주장에 힘을 실었다. “작전 세력들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은 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역선택이나 조직 동원이 일부 영향을 미칠 순 있지만, 판도를 뒤흔들 수는 없다는 반론이 적지 않다. 수십만 표 단위의 역선택은 전례가 없고, 무엇보다 당시 보수진영에서 역선택을 위한 대대적인 움직임이 없었다는 게 그 방증이다. 아울러 이낙연 후보 측이 선거 결과를 바꿀 수 있을 정도의 조직 동원이 가능했다면, 처음부터 고전하지도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서요한 여론조사공정㈜ 대표는 “역선택이 전혀 없다고 할 순 없지만, 그 많은 표차가 그것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며 “간발의 차이라면 모를까 이재명 대세론이 굳어지던 당시 분위기에서 (보수진영의) 역선택 유인 동기도 크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조직 동원도 결국 당원들이 하는 것인데, 이낙연 측 조직이 이재명 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실체가 없는 얘기”라며 “큰 흐름의 변화는 대장동 의혹이고 다른 것은 곁가지에 불과하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3차 선거인단은 가장 마지막에 모집돼 민주당에 대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이슈에 따라 표심 변화가 큰 중도층이 많이 유입됐다”며 “대장동 의혹에 대한 파장을 축소하기 위해 이재명 측에서 다른 해석들을 가미할 순 있지만, 오히려 중도층 민심 변화를 감지하는데 방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