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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향하는 적폐청산의 부메랑 [정도원의 정치공학]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1.10.11 07:00 수정 2021.10.11 06:29

대선후보 됐지만…앞길엔 '대장동'

"유동규와 경제공동체, 국고손실죄

적용하라"는 목소리…험난한 앞길

적폐청산에 썼던 부메랑 되돌아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서울 합동연설회에서 수락연설을 마친 뒤 밖에서 기다리던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취재사진단.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선출됐다. 어쩌면 이 순간이 이재명 지사 정치인생의 정점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험난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 이 지사의 앞길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3차 슈퍼위크'에서 이재명 지사는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으로부터 28.3%의 득표밖에 받지 못했다. 경쟁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얻은 62.4%에 크게 뒤처졌다. 이른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국민의힘 대권주자들도 후보 선출을 축하한다면서도 다들 '대장동 의혹'을 거론하며 말 속에 뼈를 담았다. 홍준표 의원은 "대장동 비리로 구치소에 가야할 사람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됐다"며 "아무튼 축하한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축하한다"면서도 "후보가 됐다고 대장동 게이트를 덮을 수는 없다"고 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광역단체장 회의를 할 때 함께 모이기도 했던 이재명 지사를 가리켜 "굉장히 능수능란하고 임기응변에 능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그런 이 지사라고 해도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헤쳐나가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이 정권은 보수를 궤멸시키겠다며 적폐청산에 광분했다. 그 과정에서 배임이며 국고손실죄의 적용범위를 한없이 넓혀놨다. 적폐청산의 부메랑이 자신들의 대선후보를 향해 되돌아 날아가는 셈이다.


검사 출신 김진태 전 의원의 견해는 주목할만하다. 김 전 의원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실무책임자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결재권자인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경제공동체'라며, 특가법상 국고손실죄로 이 지사를 의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태 전 의원은 "구속된 유동규는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으로 대장동 실무 총책임자"라며 "이재명이 유동규와 경제공동체라고 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이 주범이다. 이 모든 것을 자신이 설계했기 때문"이라며 "내 말이 아니라 이재명이 스스로 한 말이고 본인의 최대 치적이라고 자랑했었다"고 상기시켰다.


국고손실죄는 회계관계직원이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 그 직무에 관해 배임죄를 범한 경우 가중처벌하는 규정이다. 지자체에 5억 원 이상의 손실을 입혔을 경우, 최대 무기징역으로 처벌한다.


법조문에는 '회계사무의 일부를 처리하는 사람만 해당한다'는 단서가 붙어있어 지자체장은 해당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회계사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을 듯한 국정원장과 대통령까지 이 죄목으로 처벌됐다. 적폐청산을 하느라 적용범위를 잔뜩 늘려놓은 탓이다.


김진태 전 의원은 "원세훈 국정원장, 박근혜 대통령도 특가법상 국고손실죄로 처벌받았다"며 "유력한 여당 후보라고 해서 법에 예외가 있을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성남도시개발공사 실무자가 보고했던 '대장동 개발 사업협약서 초안'에는 초과수익이 발생하면 공사가 가져갈 수 있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7시간 만에 재수정 문건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빠졌다. 초과수익을 화천대유 자산관리 주식회사 등이 가져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사라지면 민간업체에는 이익으로, 지자체에는 손실로 돌아온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과연 지자체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지 못하면서 이같은 일이 전개됐을까.


적폐청산 과정에서 여러 명이 쇠고랑을 차게 만든 국고손실죄의 부메랑이 유동규 전 본부장 너머 결재권자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정치 세계에서의 기이한 인과율을 이재명 지사가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주목된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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