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왕(王)자 논란에 "토론 잘하란 응원" 직접 설명
입력 2021.10.03 16:08
수정 2021.10.03 16:15
尹 "손바닥에 펜으로 쓴 부적 있냐"
洪 "손바닥에 부적…어처구니 없다"
劉 "경선에 웬 주술·미신 등장하냐"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른바 '방송토론 손바닥 왕(王)자 논란'과 관련해 열성 지지자가 응원의 뜻으로 써준 것일 뿐, 주술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얘기는 억측이라고 직접 진화에 나섰다.
윤석열 전 총장은 3일 캠프 청년위원회 발족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토론 잘하라'는 지지자의 응원 메시지"라며 "기세 있게 가서 자신감을 가지고 토론하라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 1일 MBN을 통해 생중계된 국민의힘 2차 예비경선 5차 방송토론에서 윤석열 전 총장의 손바닥에 '왕(王)'자로 보이는 글씨가 적혀 있는 것이 포착돼 화제가 됐다. 이후 지난달 26일 채널A로 생중계된 3차 방송토론과 28일 MBC로 녹화중계된 4차 방송토론에서도 윤 전 총장의 손바닥에 '왕'자 글씨가 써있던 게 밝혀졌다.
이와 관련, 윤석열 전 총장은 "우리들이 어릴 때는 시험 보러 가거나 집에 무슨 대소사가 있을 때도 연세 드신 분들이 손에다가 많이 써주고 그랬다"며 "주술 운운하는 분들이 있는데 부적을 손바닥에다가 펜으로 쓰는 것도 있느냐"고 반문했다.
나아가 "그런 (응원의 뜻으로 쓴) 것을 그런 (주술이라는) 식으로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많은 분들이 혹시나 하는 오해를 갖기 때문에 지지자의 응원도 좋지만 (방송토론에) 들어갈 때는 신경써서 지우고 가는 게 맞지 않느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이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육성으로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은 전날 이 사실이 알려진 직후 '5차 토론 때만 있었다' '지우려 했지만 지워지지 않았다' 등 관계자들의 해명이 서로 달라 혼선이 빚어지면서 문제가 확산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본인의 직접 메시지를 통해 해명을 정리하면서 진화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윤 전 총장 측은 이 문제가 '무속 논란'으로 번지는 것과 관련해, 경쟁 대권주자들을 향한 반격으로 맞불을 놓기도 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떤 분은 속옷까지 빨간색으로 입고 다닌다고 소문도 다 난 분들도 있다"며 "이런 것을 가지고 누구를 음해하고 공격하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가당치 않다"고 반격을 가했다.
윤 전 총장 캠프의 김기흥 수석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원래 '홍판표'였던 홍준표 후보의 현재 이름은 역술인이 지어준 것"이라며 "홍 후보가 본인의 개명이야말로 '주술적'이라는 지적에 뭐라 변명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尹캠프 "홍준표 개명이야말로 주술적"
洪캠프 "尹 무당층은 '무당'층이었냐"
劉캠프 "尹 참모들의 거짓말 큰 문제"
국민의힘 경쟁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정계 입문 이전인 지난 1985년 청주지검에 있을 때, 청주지법 관계자로부터 개명을 권유받았다는 것은 정치권에 널리 알려진 얘기다. 청주지법 관계자가 판(判) 자는 칼 도(刀,刂) 변이라 인명에 쓸 한자가 아니라며 개명을 권했고, 이에 홍 의원이 준(準)으로 개명 신청을 하자 허가 권한을 갖고 있는 지방법원장이 바로 승인했다는 것이다.
권유를 한 청주지법 관계자가 당시 법원장이었던 윤영오 변호사인지, 아니면 판사로 있던 국민의힘 이주영 전 의원인지를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KBS 정치부 기자 출신인 김기흥 부대변인이 개명 일화를 들어 '무속 논란'을 제기한 홍 의원을 향해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한편 국민의힘 대선후보 2차 예비경선에서 윤 전 총장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무속 논란' 및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들의 엇갈리는 해명과 관련해 공세를 이어갔다.
홍준표 의원은 "점으로 박사학위 받는 것도 처음 봤고, 무속인 끼고 대통령 경선 나서는 것도 처음 봤다"며 "늘 무속인 끼고 다닌다는 것을 언론을 통해 보면서 무속 대통령 하려고 저러나 의아했지만 손바닥에 부적을 쓰고 다니는 게 밝혀지면서 참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을 시켜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허무맹랑한 소문 하나로 여론이 급격히 나빠졌는데, 이제 부적선거는 포기하기 바란다"며 "정치의 격을 떨어뜨리는 유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 캠프의 여명 대변인은 "윤 전 총장 측은 '이웃 할머니가 손바닥에 써준 것을 차마 지울 수 없었다'고 변명했지만, 그 해명마저도 '딱 한 번'이라 했다가 네티즌들이 3~4차 방송토론 증거도 찾아내자 '매번 토론회 때마다 그려준 것'이라고 했다"며 "궁색하기 짝이 없다"고 논평했다.
아울러 "이번 논란은 제1야당 대선후보 경선의 장을 우습게 만들어버렸다. 벌써 이재명 지사는 '최순실이 생각나 웃겼다'며 윤 전 총장을 조롱했다"며 "윤 전 총장이 데리고 들어온다는 무당(無黨)층이 무당(巫堂)층이었느냐"고 공박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우리 당 경선에 웬 주술과 미신이 등장하느냐. 이런 후보로 본선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며 "무당층을 공략하라고 했더니 엉뚱한 짓을 한다는 비아냥이 퍼지고 있다. 이런 후보들은 TV토론에서 지독한 이재명에게 못 견딜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 전 의원 캠프의 권성주 대변인도 "윤석열 후보 왼손의 '왕' 자 못지 않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게 참모들의 거짓말"이라며 "'세정제로 지우려 했는데 안 지워졌다'고 했는데 유성매직은 코로나 시대 곳곳에 비치된 손소독제에 말끔히 지워진다. 국민을 얼마나 바보로 생각하면 이렇게 뻔뻔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