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국감에 네이버-카카오 못 부르면 ‘체면’ 안 서나 [김은경의 I티타임]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입력 2021.10.04 07:00
수정 2021.10.04 03:56

과방위, 국감 기업 증인 채택 두고 여야 합의 불발

“이해진·김범수 국감 못 불러 체면이 말이 아니다”

또 오너 불러 기업 길들이기…국감 의미 되새겨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를 앞두고 ‘이재명 판교 대장동 게이트 특검 수용하라’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네이버, 카카오 못 불러 과방위 체면(體面)이 말이 아닙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지난달 27일 증인 의결을 위해 열린 전체회의에서 야당 측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한 말이다.


기업 수장을 국감장에 못 불러내는 게 언제부터 의원 체면 구기는 일이 됐는가. 기업인을 향한 의원의 인식과 태도가 어느 수준인지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국감에는 플랫폼 기업 수장들이 증인으로 대거 소환됐다. 이들 기업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기술 개발로 4차 산업혁명 시대 국가 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았다.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자사 인프라를 활용해 백신 예약, 인증 서비스 등을 무료로 풀고 국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다는 점은 좋은 사례로 남았다.


하지만 몸집이 커진 이들 기업이 만들어내는 부작용이 점점 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고 독과점과 골목상권 침해, 갑질 논란 등으로 규제 압박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번 국감에서 독과점은 정무위원회에서, 콘텐츠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살펴보기로 했다. 이 외에도 여러 상임위에서 두 기업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소환해 문제를 짚어볼 예정이다.


그래서 소관 상임위원회인 과방위도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최고책임자(GIO)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 쯤은 불러 세워 놓고 호통도 좀 치고 면박도 줘야 체면 챙길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박성중 의원은 지난 1일 열린 국감에서 “이 GIO와 김 의장 증인 채택을 소관 위원회인 과방위에서 하지 않는 것은 우리의 본분을 망각하는 것”이라며 “이재명처럼 민주당이 네이버와 카카오에도 구린 것이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서 정작 과방위가 왜 두 기업의 수장들을 반드시 증인으로 소환해야 하는지 그 이유는 찾아볼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측 조승래 간사가 “국회가 기업을 불러 문제를 제기할 때는 분명한 이유와 타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짚었음에도 막무가내다.


국감의 본질은 국회가 정부의 정책을 효율적으로 감시하고 예산 집행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는 것이다. 올해도 기업을 길들이기 위한 장으로 변질되는 건 아닌가 우려되는 이유다.


문제 제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잘못한 것 호통치면서 질책하는 것도 쉽다. 국민이 만들어준 국회의원은 단순히 그래선 안 되는 자리 아닌가.


기업이 유발하는 문제가 있다면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어떤 법안으로 사회 불균형과 독과점을 해소할 수 있을지, 이 과정에서 부작용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러라고 여러 권한 주어지지 않는가.


체면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대하기에 떳떳한 도리나 얼굴’을 뜻한다. 진짜 국민들 앞에 진짜 떳떳하게 체면 세울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해주길 당부한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