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무섭네’...예비역 병장들 만난 윤석열 “탁상공론 공약 내지 않겠다”
입력 2021.09.30 01:01
수정 2021.09.29 23:05
예비역 병장들과 ‘밀톡’ 나눈 윤석열
군복무 실상과 장병들의 바람 청취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예비역 병장들을 만나 ‘밀리터리 토크(밀톡)’를 나눴다. 갓 전역한 20대 예비역 병장들은 MZ세대(2030세대)답게 돌려 말하는 법이 없었다. 윤 전 총장에게 “정의를 외친다면 최소한 장병들의 최저임금을 보장해달라”고 말하는가 하면 “우리가 원하는 것은 주택청약 가점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의 한 공유 오피스에서 각 군의 예비역 병장 12명을 만나 군복무 실상과 정부에 대한 장병들의 바람을 들었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큰 인기를 끌면서 군내 가혹행위 문제 등 군생활 이슈가 정치권에서도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 22일 외교·안보공약을 발표하며 “MZ세대 맞춤 병영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역병의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18개월로 확대하고, 민간주택 청약가점 5점 및 공공임대주택 가점을 부여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날 예비역 장정들은 병영 생활에 대한 고충과 바라는 점 등을 가감 없이 이야기했다. 김기업 병장은 “저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국민연금 크레딧이나 주택청약 가점이 아니다”라며 “여유가 없어서 주택청약통장을 만들기 어려운이들도 많다. 미래연금보다는 당장 살아남기 힘든 시기인 현재의 와닿는 정책으로 위로해 달라”고 말했다.
안정은 병장은 윤 전 총장의 군가산점 공약을 언급하며 “윤 후보께서 다른 후보의 정책을 베낀 것이 아니냐는 질타를 받았는데, 정의의 수호신으로 불리는 만큼 더 좋은 공약을 내는 것이 어울린다”며 “윤 후보께서 정의를 외친다면 최소한 군간부 당직비 인상, 장병 최저임금을 인상해 달라”고 당돌한 젊은세대의 모습을 보였다.
예비역 병장들은 군대 가혹행위 등 군 부조리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나름의 분석을 내놨다. 서재덕 병장은 “군 부조리는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중요한데, 군 지휘관들은 자신의 진급을 위해 사건을 축소하기 바빴기에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오늘은 듣는 자리...정책 구상에 깊이 참고하겠다”
앞서 모두발언에서부터 “오늘은 내가 말하는 자리가 아닌 듣는 자리”라고 강조한 윤 전 총장은 장병들의 이야기를 모두 경청한 뒤 “최근 전역한 청년들로부터 군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니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는 말이 잘 느껴지는, 정말 값진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어 “군 생활의 실상과 무엇을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를 선명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책임감이 더 한층 크게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은 “저도 (앞서) 캠프의 공약 개발하는 팀에다가 공약을 탁상공론으로 만들지 말라고 부탁했다”며 “공약이 만들어져서 정책으로 실행되는 과정에서 대상자들을 인터뷰하고, 설문조사하고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오늘 장병들의 말씀을 귀하게 새기겠다”며 “정책 구상에 깊이 참고하고 실제 현장에서 경험한 분들과 소통의 자리를 꾸준히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기자들과 만난 윤 전 총장은 장병들의 최저임금 보장 요구에 대해 “사실 공약 설계를 할 때 군 최저임금 이야기가 나왔지만 전문가들이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해 구체적인 정책으로 만들지 못했다”며 “임금을 올리는 것보다 그 비용으로 군 장병 의식주 업그레이드, 교육 지원을 통해 병영에 지원하면 장병들의 생활이 더 나아지지 않겠나”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