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장님 친척 이송해야 합니다"…119구급차 사적 이용, 무더기 징계 예고
입력 2021.09.28 19:43
수정 2021.09.28 19:45
운행일지 위조한 은폐 정황까지…"징계뿐만 아니라 수사받을 수도"
전북 전주의 한 소방서장이 응급환자를 이송해야 할 119구급차를 사적으로 이용한 정황이 빍혀져 전북소방본부가 감찰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당시 출동 지령과 차량 운행기록이 위·변조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구급차 사적 운행을 도운 구급대원들의 무더기 징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 전북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윤병헌 덕진소방서장과 이송 당시 금암119안전센터장, 구급대원 등 5명을 상대로 감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윤 서장은 지난달 20일 금암119센터에 자신의 친척을 서울로 이송하라고 지시했고, 구급대원들은 구급 차량을 이용해 이를 이행한 사실이 불거져 논란이 됐다.
소방 매뉴얼 상 구급 차량을 이용해 환자의 병원을 옮기려면 의료진 요청이 필요하지만, 당시에는 친척의 부탁만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구급대원들은 규정을 위반하고 119구급차를 쓰기 위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환자를 만들어 냈다.
마치 응급상황이 있는 것처럼 상황실에 지령을 요청한 뒤 '이송 거부'라는 석연치 않은 사유로 이를 취소하는 수법을 썼다. 여기에 119구급차 운행일지를 사실과 다르게 기재해 A씨를 서울로 이송한 사실을 외부에서 알지 못하도록 조작하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일까지 윤 서장이 구급대원들에게 지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감찰 결과를 통해 드러난 의혹이 모두 사실이라면 윤 서장은 직권남용, 구급대원들은 공문서위조 혐의로 각각 수사받을 가능성도 있다.
감찰을 담당하는 전북도 소방본부는 "아직 확실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운 단계"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지휘관의 불미스러운 일로 도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드린다"면서도 "감찰에 착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구체적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우선 이번 사안과 관련된 소방서장과 센터장 등 관련 직원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일련의 과정에 소방서장의 요청과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감찰을 통해 위법한 사실이 드러난 경우 경찰에 수사 의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