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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고발사주와 홍준표 역선택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1.09.25 07:39 수정 2021.09.24 08:39

조성은 덜컥수로 상황 반전

우파 후보에 좌파 투표 안 해

삐끗하면 또 한 방에 훅 간다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윤석열의 검찰이 야당으로 하여금 여권인사 몇 명을 고발토록 했다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은 지금 어디 있는가. 신생 인터넷 매체 보도 형식으로 띄워 올린 의혹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손준성(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유시민 최강욱 황희석 고발문건’을 만들어 김웅(미래통합당 후보)을 통해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접수시켰다는 것이 큰 줄거리다. 미래통합당은 수사 의뢰를 하지 않았다. 수사기관이 문서를 접수했다는 소식도 없었다.


민주당과 일부 들러리 야당, 촛불매체 등을 망라한 범여권은 기다렸다는 듯 윤석열과 국민의 힘을 향해 일제히 기습공격을 퍼부었다. 민주당 국회의원과 좌파 선동가들의 일사불란한 ‘국정조사’ 함성 속에 법무부, 공수처, 검찰은 빛의 속도로 입체적 조사와 수사 대오를 형성했다. ‘유신시대 공작’ ‘전두환 하나회’ ‘국기문란’ ‘윤석열 게이트’ 등의 규탄이 요란하게 뒤를 받쳤다. 윤석열과 한동훈이 모의하고 기획했다(추미애)는 저격도 섞였다.


윤석열은 피의자로 즉시 입건됐다. 유·무죄는 다음 문제라고 했다(공수처). 익명으로 벌어진 사건은 급기야 조성은이 공익제보자로 커밍아웃하면서 뜻밖의 반전을 맞았다. 그가 첫 보도 날짜를 의심 받을 만한 시기에 특급호텔에서 박지원과 최고 메뉴 점심식사를 한 것과 둘의 다른 만남들이 드러났다. 어설픈 알리바이와 실토, 실언, 번복으로 제보는 동력을 상실했다. 덜컥수로 관객 논평이 꼬리를 물었고, 의혹의 신빙성은 급속히 떨어졌다.

조성은 덜컥수로 상황 반전

“우리 원장님과 나는 기자가 ‘치자’고 했던 날짜를 원하지 않았다.” 주워 담았지만 조성은의 발언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딱하고 민망한 공방이 이어졌다. “잠자는 호랑이 꼬리를 왜 밟나 vs 밟은 게 아니라 호랑이 꼬리가 잡혔다” “내가 입을 다물어야 좋을 것이다. 같이 술도 많이 마셨다 vs 못한 말 있으면 빨리 다 까라. 한 번도 둘이 만난 적 없다” “고발사주에 관해 아무 말도 안 했다 vs 국정원장이 정점에 있다. 박지원 게이트다”….


불길한 예감들은 진작부터 있었다. 윤석열은 ‘턱없이 꾸며낸 정치공작’이라고 비웃으며 맞섰다. 의혹은 제대로 캐면 쉽게 흑백이 가려질 일이다. 아마 그럴 날은 없을 것이다. 손준성은 여태 말이 없다. 유승민 캠프 대변인이던 김웅은 한국인이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어로 횡설수설했다. 노무현 때의 김대업 병역사기, 문재인 때의 김경수-드루킹 여론조작은 대선 향방을 바꿨을 법한 공작이다. 처벌은 기차 떠난 지 한참 뒤, 그걸로 끝이었다.


고발사주 의혹이 불거지기 무섭게 국민의힘 몇몇 경쟁 후보는 윤석열을 차갑게 공격했다. 홍준표는 조국 가족에 대한 검찰의 ‘과잉수사’를 거론하며 포악, 도륙(屠戮, 사람이나 짐승을 함부로 참혹하게 죽이는 행위) 등으로 쏘아 붙였다. 윤석열처럼 흠이 많은 후보를 처음 본다고도 했다. 유승민은 “고발사주 의혹을 진실대로 밝히라. 사실이면 후보를 사퇴하겠냐”고 추궁했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토론에서 나온 장면들이다.

우파 후보에 좌파 투표 안 해

그 상황을 윤석열은 “벌떼 같았다”고 했다. 이후 홍준표를 정조준해 보수 유권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역풍이 심상치 않자 홍준표는 “조국 가족에 대한 수사가 가혹하지 않았다고 지금도 국민이 생각한다면 내 생각을 바꾸겠다”고 입장을 180도 바꿨다. 그의 신뢰 문제가 바로 도마에 올랐다. 가족 수사에 예민한 조국은 홍준표의 역성에 침묵했다. 홍준표 유승민은 평소 윤석열 최재형을 겨눠 “정치 초년에 정치를 잘못 배웠다”는 비판도 했다.


홍준표가 조국 가족 수사로 윤석열을 맹폭한 배경을 모를 사람은 없다. 간단히 말해 보수 지지층의 선택으로는 본선 무대에 오를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홍준표는 후보 역선택 염려에 조금도 개의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 역선택이 아니라 투표 확장성이며, 정권연장을 바라는 사람들 중에서 홍준표를 선택할 본선 교차투표로 비로소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대다수 보수 우파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홍준표는 호남 0.26% 지지율로 대선을 망칠 셈인가’ 제하의 인터넷 글(이영작)은 역선택 위험성을 이렇게 경고한다. 지난 두 차례 대선을 보면 우파는 우파 후보에게 좌파는 좌파 후보에게 투표했다. 내년 대선에서도 유권자들은 정치 성향의 벽을 넘지 못할 것이다. 2017년 대선 총투표수는 3267만 2175였다. 홍준표의 호남 득표수는 8만 5334(0.26%)에 그쳤다. 내년 대선에서도 홍준표에게 갈 표는 그 주변일 것이다. 이게 정치의 원칙이고 진리다.

삐끗하면 또 한 방에 훅 간다

꽤 널리 퍼진 익명의 또 다른 SNS 글도 있다. 다소 투박하나 날카로운 비유로 쓴 글을 요약하면 이렇다. 홍준표 지지율은 역선택을 마중물로 한 자리에서 두 자릿수로 급상승했다. 골수 좌파가 그 일등 공신이며, 친여 여론조사업체와 언론들이 펌프질을 했다. 홍준표는 그들이 건네 준 젖병을 물고 큰다. 홍준표 후보가 확정되는 순간 그들은 매몰차게 젖병을 빼앗아 버리고 비수를 들이댈 것이다.


문재인 최고의, 어쩌면 전부일 치적은 윤석열 최재형을 발탁한 것이지 싶다. 두 사람은 원칙을 지키다 사실상 쫓겨났다. 윤석열 더러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살아 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하라”던 문재인의 다짐을 헛말로 알아차리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권의 배신에 절망한 국민은 윤석열 최재형의 양심과 지조에서 위안을 얻었고 희망을 봤다. 누가 이들을 대선 후보로 만들고 선거운동까지 하는 지 사람들은 안다.


숱한 조폭적 정치, 권력비리, 정책실패에 어떤 책임이 있는 지는 권력에 취한 쪽에서 더 잘 알 것이다. 촛불정권의 ‘30년 집권, 100년 정당’ 호언을 괜한 허풍으로 볼 일이 아니다. 집권연장 승자독식이 그들의 처방일 수밖에 없게 됐다. 국민의힘은 대선후보 경선이 목적지가 될 수 없다. 후보는 경쟁자의 목을 짓밟기보다 먼저 내게 있는 좋은 것들로 승부하는 게 순서다. 분별없이 삐끗하면 통한(痛恨)의 한 방에 또 훅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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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한석동 전 국민일보 편집인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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