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장동 프레임 전환하려 '수박' 발언?…이낙연 측 "왜 싸움거나"
입력 2021.09.23 02:01
수정 2021.09.23 07:08
이낙연 측 "대장동 의혹이 번지니까 맞불 놓은 것 아닌가"
이재명 "일상적으로 쓰는 용어…그렇게 공격할 필요 있나"
이재명 경기지사가 22일 '수박' 표현을 쓴 것과 관련해 이낙연 캠프는 "대장동 의혹이 워낙 크게 번지니까 이걸로 프레임을 전환시키고자 맞불을 놨다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캠프 대변인을 맡은 이병훈 민주당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캠프에서 싸움해주길 바라는 듯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 지사 측은) 본래 취지는 그게 아닌데 이낙연 캠프가 또 네거티브 한다고 걸려는 것 아니겠나"라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이런 표현 때문에 호남인이 상처받고 있는데, 본인은 그게 아닐지어도 듣는 사람이 수치심을 느낀다면 큰 문제"라며 "본래 취지랑 다르다고 변명할 게 아니라 상처 주는 발언에 대해 명백히 사과하고 경선을 경선답게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낙연 캠프에 합류한 친문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한테 묻고 싶다. (수박의 뜻을) 몰랐다면 '아 그런일이 있었구나, 이제 안 쓰겠다'고 하는 게 마땅한 것 아니냐"며 "이걸 끝까지 쓰겠다고 우기는 게 맞는 거냐"고 비판했다.
'색깔론' 용어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 의원은 "수박은 안이 빨갛고 겉이 파랗다. 안에 사상은 빨갛지, 너 빨갱이지, 위선자지, 의심스러운 사람과 같이 갈 수 없다, 배제해야 한다, 이걸 지칭하는 것"이라며 "수십 년 동안 색깔론에 당해온 민주당 정치인들이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은 각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캠프 정무실장을 맡은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만약 수박이라고 지칭 당한 분들이 민주당원이라면 원팀이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쓰지 말아 달라고 여러 차례 얘기하고 논평까지 냈는데, 기어이 쓰는 의도가 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원팀이라고 생각한다면 한쪽에 상처를 주는 용어를 굳이 써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9일 이낙연 캠프는 특정 유튜버와 일부 네티즌을 향해 '수박'이라는 용어의 사용을 중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진압군에 의해 피 흘리며 죽어가던 광주 시민들을 '수박 터진다'고 비하한 것이 '수박'이라는 멸칭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반면 친여 성향의 특정 유튜버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겉과 속의 색깔이 다른 수박의 특징에 착안해 민주당 내 특정 정치인을 비난하고 배제하는 용어로 사용해왔다.
수박 논란은 이재명 지사가 21일 대장동 개발 사업 의혹을 반박하면서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 있다'고 주장해 시작됐다. 문맥상 호남을 비하하는 뜻은 아니지만, 수박이라는 용어를 썼다는 사실만으로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와 관련, 이 지사는 이날 서울 동작구 동작소방서를 격려차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르다고 일상적으로 쓰는 용어인데 그렇게까지 해석해가면서 공격할 필요가 있나"라고 해명했다.
그는 "겉과 속이 다른 예로 말한 것을 문맥으로 다 알 수 있는데 그것만 똑 떼어서 다른 의미가 있는 것처럼 하는 것은 별로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말했다.
이재명 캠프 수석대변인인 박찬대 민주당 의원 역시 앞서 정례브리핑에서 "수박이라는 표현이 호남 관련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신 분들이 없더라"며 "왜 자꾸 호남 비하로 연결하는지, 이건 셀프 디스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