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초점] 신인에게도 ‘뒷전’으로 밀려난 ‘음악방송’의 민망한 순위 싸움
입력 2021.09.16 08:03
수정 2021.09.16 08:05
이무진, 음악방송 1위에도 불구 출연 無
“트로피는 꼭 전달해드리겠다”
음악방송의 단골 클로징 멘트다. 언론들도, 소속사도 ‘음악방송 출연 없이 1위’라는 타이틀을 내건다. 이젠 익숙한 풍경이다. 수년 전부터 1위 가수(그룹)들이 음악방송에 출연하지 않으면서다. 오히려 인지도 있는 가수가 음악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특별한 ‘이벤트’로 인식되는 시대다.
물론 이름을 알려야 하는 신인의 경우 여전히 음악방송 1위라는 타이틀이 하나의 홍보 수단이 되고, 얻고 싶은 수식어임엔 분명하다. 하지만 그 무게감은 과거와는 현저히 달라졌다. 심지어 최근엔 신인 가수들까지도 1위 발표에 불참하면서 음악방송의 순위 싸움에 민망한 상황이 연출된다.
지난 10일 KBS ‘뮤직뱅크’에서는 1위로 JTBC ‘싱어게인’으로 인기를 끈 이무진이 호명됐다. 하지만 트로피는 현장에서 전달되지 못했다. 지난달 22일 SBS ‘인기가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앞서 2018년 한 차례 곡을 내긴 했지만, 정식 데뷔는 지난 5월 발매된 ‘신호등’이다. 데뷔한지 약 3개월여 만에 1위에 올랐지만 ‘스케줄’을 이유로 출연을 고사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아무리 신인이라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생기면 음악방송 보단, 수익활동이 우선될 수밖에 없다. 음악방송은 실질적으로 수익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기 때문”이라며 “유명 가수들이 음악방송에 출연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음악방송의 시청률은 SBS ‘인기가요’ 0.6%, MBC ‘음악중심’ 0.7%, KBS ‘뮤직뱅크’ 0.5% 수준이다. 고작 0%대 시청률의 음악방송에 출연하면서 가수들과 그들의 소속사는 비용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가요 관계자들에 따르면 1주일간 지상파와 케이블 음악방송에 출연하려면 적게는 700만원에서 많게는 1500만원 이상의 비용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오히려 ‘돈을 써야 하는’ 음악방송 보단, 수익을 낼 수 있는 ‘행사’에 집중하는 게 당연하다.
다만 인지도를 쌓아야 하는 신인 아이돌이나 해외 팬덤이 강한 아이돌의 경우는, 음악방송 자체보단 방송을 통한 부가가치를 위해 출연을 감내한다. 방송 이후 클립 영상이 가수별로 쪼개져 업로드된다. 이 클립은 네이버TV, 유튜브 등을 통해 송출된다.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에서도 이런 채널을 통해 아이돌의 무대 영상을 접할 수 있다. 음악방송이 유튜브 스튜디오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한 아이돌 그룹 매니저는 “자체제작 퍼포먼스 영상 등으로 유튜브에서 선보이기도 하지만, 음악방송이 주는 무대를 완벽하게 대체하진 못한다. 시청률이 낮음에도 필요성과 의존성이 높은 이유다. 특히 신인의 경우는 더 그렇다”면서 “특히 음악프로그램 이후 관련 클립이나 직캠, 기사, 커뮤니티 등으로 파생되는 여러 가지 콘텐츠의 파급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기존엔 한 달, 즉 4주 이상을 꽉 채워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보통 2주에서 3주 안에 음악방송 활동을 마무리 짓는다. 출연 기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면서 “무대나 관련 의상, 스태프 등 준비 비용이 음악방송 횟수에 따라 크게 오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해외 팬덤을 겨냥한 신인 아이돌 그룹이 아닌, ‘음원형’ 가수는 굳이 음악방송에 출연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렇다 보니 음악방송은 언제부턴가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 일단은 ‘재미’가 없다. 아무리 케이팝을 좋아한다고 해도, 아이돌 가수에만 편중되어 있는 방송이 재미있을리 없다. 심지어 신인에게도 외면 받는 음악방송의 순위 싸움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