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물가 고공행진 현실로…추석 넘어 김장철까지 이어질까
입력 2021.09.09 06:32
수정 2021.09.08 16:34
추석 차례상 차림비용 작년 대비 5~6% 상승
유통업계 ‘비상’, 신선식품 등 상품 수급에 총력
물가관리 실패에 대한 정부 책임론 부상
국민지원금 지급을 앞두고 밥상물가가 치솟을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추석을 앞둔 상황에서 총 11조원 규모의 국민지원금 지급이 시작되면서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정부의 물가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론과 함께 상승세가 추석을 지나 김장철까지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 통계를 보면 지난달 가공식품 가격은 작년 8월과 비교해 2.3% 상승했다.
국제곡물, 팜유 등 가공식품 원재료 가격이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라면을 비롯해 즉석밥, 조미료, 스낵, 두부, 음료 등 주요 가공식품 가격이 대부분 인상된 탓이다. 달걀을 비롯해 사과, 배, 소고기, 돼지고기 등 농축산물 가격도 작년보다 크게 올랐다.
올해 폭염, 집중호우 등 기후영향과 조류인플루엔자·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악재가 겹친 것도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OECD와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는 1년 전보다 7.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38개 OECD 회원국 중 터키와 호주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국내 2분기 기준으로 봐도 10년 만의 최고치다.
작년 말부터 계속된 밥상물가 상승세에 올해는 2012년 이후 9년 만에 2%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소비가 집중되는 추석을 앞둔 데다 국민지원금 지급도 시작된 상황이라 어느 때 보다 밥상물가 상승 요인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서울시내 5개 권역 7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추석 차례상차림 비용을 조사한 결과, 대형마트 구매비용은 28만3616원으로 작년 추석 보다 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의 경우 22만4181원으로 작년보다 5% 높아졌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도 계속된 물가상승에 비상령이 내려진 상태다. 작년 하반기부터 사실상 1년 간 지속된 상승세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저장 기간이 짧은 과일, 채소, 육류 등 신선식품은 수급 조절에 실패할 경우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담당 MD(상품기획자)가 산지에 주둔하면서 상품을 수급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또 주요 가공식품의 경우 해외 소싱을 확대하는 등 수급선을 다변화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거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주요 상품의 경우 시세 상황을 모니터하면서 산지와 협력해 미리 물량을 확보하는게 보통이지만 차례상에 올라가는 품목은 크기나 모양부터 맛까지 상(上)품을 중심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물량 대응이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으로 한우 같은 축산물은 가정 내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국민지원금 지급 여파까지 더해지면 추석을 지나서도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물가관리에 실패한 정부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올해 물가 흐름을 ‘상고하저’로 전망한 바 있다.
정부는 치솟은 달걀 값을 낮추기 위해 수입량을 늘리고, 비축 농산물을 시중에 푸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달걀을 비롯해 대파, 배추 등 주요 농축산물 가격 대란이 반복됐다. 때문에 정부 물가관리 정책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주부 박모씨는 “장을 보러 가면 작년과 비교해도 물가가 확연히 올랐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정부가 물가를 잡는다고 몇 달째 얘기하고 있지만 실제 마트나 시장에 가보면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재택근무에 원격 수업 영향으로 집밥을 먹는 횟수가 늘면서 식비 비중은 오히려 코로나 이전보다 더 높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물가 상승세가 추석을 넘어 10월부터 시작되는 김장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6일부터 전 국민 약 88%를 대상으로 1인당 25만원씩 총 11조원 규모의 국민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것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작년 지원금이 지급된 2분기 당시에도 한우, 삼겹살 등 축산물 가격이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