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독이 된 '경선 네거티브'…여야 '1위 때리기' 전략수정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입력 2021.09.08 14:44 수정 2021.09.08 20:19

부메랑이 된 '대선경선 네거티브'

"본선 바라보는 지지층에 거부감"

홍준표, 총구 돌려 이재명 맹공세

9월 4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대전·충남 순회경선에서 이낙연 후보가 추미애 후보와 대화를 하는 이재명 후보를 바라보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대선주자들이 '네거티브 캠페인'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네거티브는 상대 후보의 실수·과오·약점 등을 부각시켜 '왜 당선되면 안 되는지'를 설득시키는 대표적인 선거 전략이지만 유독 이번 경선에선 여야 모두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7일 네거티브 선거 중단을 전격 선언했다. 당내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흠결을 부각해온 전략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판단에 따라 전략수정에 나선 것이다.


이 전 대표 캠프는 그동안 이 지사를 향해 "사이다가 아니라 독극물"이라며 비난하고, 군미필 의혹과 '혜경궁 김씨 사건', '제2의 욕설파일' 등으로 파상공세를 퍼부었지만, 전세를 뒤집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4~5일 충청권 경선에서 28.19%를 득표해 54.72%를 얻은 이 지사에게 참패했다. 이 지사를 겨냥한 네거티브 공세가 여권 지지층에게 '원팀정신 훼손'으로 비치면서 부정적 인식을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전 대표는 점잖으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어법으로 인기가 많았는데, 갑자기 네거티브로 가니까 본인이 갖고 있었던 긍정적인 이미지가 오히려 손상됐다"면서 "시대정신과 흐름들이 중요한데 그걸 타는 데 실패해 네거티브를 했는데 그게 역효과가 났다"고 지적했다.


9월 7일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 발표회에서 홍준표, 윤석열 후보가 행사 시작을 기다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이 같은 현상은 국민의힘 경선 국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야권 1위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한 당내 공세가 잦아드는 '네거티브 자제론'이 커지는 상황이다.


당초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당내 경쟁 후보들은 윤 전 총장이 지난 7월 입당한 이후 집중견제구를 던져왔지만, 이 같은 전략이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지지 않자 서둘러 경선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인 유승민 전 의원은 "먹고사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면서 이른바 '집밥 공약'띄우기에 나섰고, 홍준표 의원은 '무야홍(무조건 야권 대선 후보는 홍준표)' 홍보 전략으로 젊은층 표심을 흔들고 있다.


특히 홍 의원은 특유의 돌직구 화법으로 윤 전 총장을 때리는 대신 총구를 밖으로 돌려 이재명 지사를 겨냥한 파상공세를 시작했다.


홍 의원은 7일 이 지사를 '경기도의 차베스'라고 비판한데 이어 8일에도 페이스북에서 "잘못된 인성으로 가족 공동체를 파괴하고, 이젠 허무맹랑한 기본 시리즈로 국민들 사이도 이간질하는 이재명 후보는 그만 각성하고 자중하시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도 이 지사의 드라마 'D.P.(디피)' 촌평을 두고 "히트 친 드라마 위에 숟가락을 얹고 배부른 말만 늘어놓는 이들이 있다"며 "야만의 역사니, 굴종의 군대니 하며 직접 겪어본 일인 양 묘사하는 미필의 대선주자"라고 꼬집었다.


당 내에서도 '민주당 경선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의 네거티브 전략이 오히려 '이재명 대세론'을 굳힌 것처럼 윤 전 총장을 향한 당내 경쟁자들의 공세가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우리 경선에서 네거티브를 펴는 후보쪽에는 민주당 보다 더한 역풍이 불가피할 것이다. 시대정신인 정권교체를 훼손하려는 후보에게는 지지층의 반감이 커지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우리 지지자들은 누가 이재명 지사의 포퓰리즘을 속시원하고 예리하게 찌르냐를 볼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 대선캠프 관계자도 "경선에서의 네거티브 공세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지 민주당의 사례에서 볼 수 있었다"면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께서 어떻게 판단하고 보실지, 네거티브 하기 전에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